(서울=국제뉴스) 변성재 기자= 세계적인 격투기 레전드가 한 곳에 모인다.

오는 18일 비스타 워커힐 서울에서 열리는 XIAOMI ROAD FC 049 IN PARADISE에서다. '미들급 2대 챔피언' 이은수 (38, EMPOWER TRAINING CENTER /HIM SPORTS CENTER)가 돌아오고, '아재 파이터' 최무배 (48, 최무배짐), '아시아 전설' 후지타 카즈유키(48, TEAM FUJITA)에 'DEEP 미들급 챔피언' 미즈노 타츠야(39, FREE)도 출격한다.

레전드들이 출격하는 의미 있는 대회에 ROAD FC (로드FC)도 대한민국 격투기 역사에 남을 도전에 나선다.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로 카지노가 있는 특급 호텔에서 대회를 개최한다.

▲ 韓日 전·현직 챔피언의 맞대결

대회의 메인 이벤트는 이은수와 미즈노 타츠야의 대결. 한국의 챔피언 출신 파이터와 현재 일본 DEEP 챔피언의 대결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한일전은 언제나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경기인데 이번엔 레전드들이 맞붙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먼저 이은수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그는 대한민국 MMA 역사의 산 증인이자 상징적인 인물인 1세대 파이터다. 2003년 데뷔해 스피릿MC, 일본 DEEP, K-1 Hero's 등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해왔다. 그라운드 실력에 타격까지 출중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파이터로 이름을 날렸다. 스피릿MC 헤비급, CMA 무제한급 챔피언 출신 경력이 그 실력을 증명한다.

ROAD FC에는 2회 대회부터 출전해왔다. 미들급 2대 챔피언에 등극하며 선수 생활의 정점을 찍었다. 아쉽게도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그를 가로 막았고, 2012년 이후 오랫동안 케이지에서 볼 수 없었다.

그랬던 그가 ROAD FC 케이지에 한 번 더 오른 건 2016년 12월 10일. 이은수는 4년 만에 복귀임에도 여전한 실력을 과시, 상대인 중국의 양펑을 1라운드 2분 30초 만에 파운딩에 의한 TKO로 제압했다.

당시 이은수는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 "1라운드에 끝내려고 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부상으로 수술을 했는데... 아마 또 수술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나도 모르겠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하며 앞으로의 선수 생활을 기약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은수는 다시 돌아왔다. 지난 복귀전보다 상대가 더 강하다. 아직 몸 상태에도 의문은 여전하다. 스스로 "대한민국 격투기의 초창기 멤버였다. 이제는 마무리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해봐야 아는 거지만, 이번 경기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라며 은퇴를 암시할 정도다.

시간이 지나며 세대교체라는 게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지만, 레전드 파이터를 떠나보내는 건 팬들에게 가슴 아픈 일이다. 그 일을 직접 겪어야 하는 당사자라면 더욱 마음이 아플 터.

이은수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보고 싶습니다. 그라운드, 레슬링, 타격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다 보여드리고 싶습니다."며 "격투기 선수들 중에 말 그대로 '헝그리' 파이터들이 많습니다. 그 선수들이 힘들어도 열심히 해서 멋진 경기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팬분들이 생각하는 기량이 못 올라오더라도 비난보다는 응원을 해주신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라며 선전을 다짐했다.

이은수에 비하면 미즈노 타츠야는 꾸준히 활동을 해온 파이터다. 더구나 현직 일본 DEEP 미들급 챔피언이다. 섣부른 판단일수도 있겠지만, 경기 감각이나 몸 상태에서 이은수보다 낫다는 걸 의미한다.

미즈노 타츠야의 베이스는 유도. 이은수와 달리 사우스포(왼손잡이)로 그라운드 기술은 물론 타격 능력도 갖췄다. 2006년 데뷔해 현재까지 정상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베테랑 중 베테랑 파이터다. 18승 12패 1무로 전적도 30전이 넘는다.

오랜 경력 동안 미즈노 타츠야는 수많은 강자들과 싸워왔다. 대표적으로 미르코 크로캅과 멜빈 맨호프, 게가드 무사시가 있다. 이들 모두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이터에 격투기 팬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강자다. 그들과 경쟁해오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여전히 강한 실력으로 정상에 있다.

ROAD FC 파이터들과 싸운 경험도 있다. 미즈노 타츠야는 'ROAD FC 5대 미들급 챔피언' 최영과 2015년에 대결했다. 당시 버팅이 일어나며 경기가 무승부로 처리돼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ROAD FC 미들급 수문장인 '흑곰' 박정교와 싸웠다. 미즈노 타츠야는 1라운드 1분 55초 만에 박정교를 꺾었고, 그 경기를 시작으로 3연승 중이다.

미즈노 타츠야 역시 이번 경기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라운드와 타격 모두 뛰어난 선수들이기에 어느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전망이다. 타이틀이 걸린 경기는 아니지만, 챔피언 출신과 현 챔피언의 대결은 누구나 흥미를 가질 만한 매치다.

▲ 레슬링 전설들의 커리어는 현재 진행형

이번 대회에서 서로 맞대결은 없어도 주목할 만한 선수들이 또 있다. '아재 파이터' 최무배와 '일본 전설' 후지타 카즈유키다. 최무배는 아마추어 레슬러, 후지타 카즈유키는 프로레슬러 출신으로 많은 나이에도 불구, 여전히 격투기에 대한 사랑과 함께 도전 정신으로 케이지에 오르고 있다.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최무배부터 소개하도록 하자. 대한민국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으로 국내에서 MMA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린 파이터다. 1998년 오토바이 사고로 크게 다쳐 11시간의 대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회복한 '인자강'이기도 하다. 

그가 격투기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소 특별하다. 처음에는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격투기를 시작했는데, 2003년 프라이드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에밀리야넨코 효도르와 대결(?)한 것이 선수 생활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최무배는 효도르의 기술에 당하지 않으며 주목 받았고, 추후 정식으로 오퍼를 받으며 선수 생활을 하게 됐다.)

격투기 무대에서도 최무배의 활약은 빛났다. 프라이드 데뷔 후 4경기에서 모두 승리, 한국인 최초로 프라이드 무대에서 4연승을 기록한 파이터로 명성을 떨쳤다. 그 중 본인 스스로 "200대를 넘게 맞았다"라고 밝힌 소아 파렐레이와의 대결은 명승부 중에 명승부. 최무배는 맷집과 정신력으로 공격을 모두 버텨낸 뒤 역전승하며 '인간승리'의 모습을 보여줬다. 

프라이드는 아니었지만, 게리 굿릿지와 대결해 승리한 적 있고, ROAD FC에서는 'DEEP 챔피언 출신' 가와구치 유스케와 루카스 타니를 압도적인 기량으로 꺾기도 했다.

그동안 해외 단체에서 활동해온 최무배가 ROAD FC 경기에 출전한 것은 '도전'이 목적이다. 최무배는 경기를 해오며 "이제는 격투기를 통해 살아있는 기쁨으로 승화해 보려한다. 결과가 좋으면 더 좋겠지만 과정에 성실하고 있는 중이라 그 자체에서 만족감이 크다. 모든 아재나 할배, 할매들에게 나의 계속되는 도전들이 조금의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왔다.

이번 경기도 '도전'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최무배가 지난 경기 후 약 1년 동안 갈고 닦은 기술들을 보여줄 예정이다. 아직 100%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인터뷰를 통해 '복싱'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만큼 달라진 그의 복싱 스킬을 기대해볼만 하다.

후지타 카즈유키 역시 '도전의 아이콘'이다. 과거 아시아에 헤비급 파이터가 많지 않았을 때 세계적인 선수들과 싸우며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웠다. 2000년에 정식으로 프로 무대에 데뷔해 현재까지 30전을 치르며 현역 생활을 하고 있다.

최무배와 마찬가지로 후지타 카즈유키 또한 그동안 싸워온 상대들이 화려하다. 마크 콜먼, 길버트 아이블, 미르코 크로캅, 밥샙, 반더레이 실바 등 한 명씩 다 나열하기도 힘들다. 전부 강자들로 후지타 카즈유키는 아시아 헤비급의 희망이었다.

그 중 가장 회자가 많이 되는 경기는 에밀리야넨코 효도르와의 대결. '60억분의 1로' 효도르가 '전세계 최강'의 파이터로 명성을 떨치고 있을 때다. 후지타 카즈유키는 효도르와의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았고, 강펀치로 그를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기도 했다.

이 장면을 두고 격투기 팬들은 "효도르가 호랑나비 춤을 췄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비록 패했지만, 효도르를 그로기에 빠뜨리며 패배 직전까지 몰아넣은 것은 후지타 카즈유키가 얼마나 강자였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수많은 강자들과 싸워오며 현재까지 16승 14패를 기록, 후지타 카즈유키는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기량은 전성기에 미칠지 몰라도, 그의 정신력과 함께 마인드는 더욱 성숙해져 '레전드'로서 존경받아 마땅하다.

단적인 예로 2017년 11월 11일 중국에서 열린 XIAOMI ROAD FC 044가 후지타 카즈유키의 대인배 마인드가 잘 드러난 대회다. 후지타 카즈유키는 후배인 아오르꺼러와 대결했다. 아오르꺼러와는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경기 전까지 신경전을 벌이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케이지에 오르기 전에도 당장이라도 싸울 기세였다.

그러나 후지타 카즈유키는 케이지 위에서 아오르꺼러와 정정당당히 싸웠고, 아쉽게 패했다. 이후 진심으로 격려의 말을 전하며 아오르꺼러를 인정했다. 

두 파이터는 백스테이지에서도 만났는데, 현장에서 후지타 카즈유키는 "아시아 헤비급의 대표는 이제 너야. 지금까지 아시아에 헤비급 선수가 별로 없어서 나 혼자 고군분투 했다. 이제는 네가 주인공이야"라며 아오르꺼러를 응원했다.

후지타 카즈유키의 격려를 들은 아오르꺼러도 "어릴 때부터 정말 팬이었습니다. 오늘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입니다."라며 선배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현실을 인정하고 후배들을 존중하는 선배와 선배를 존경할 줄 아는 후배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제 후지타 카즈유키는 또 다른 도전을 위해 경기에 나선다. 그의 상대는 미국의 저스틴 모튼. 1987생의 젊은 파이터고 10승 3패로 전적도 좋다. 후지타 카즈유키에겐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후지타 카즈유키는 여전히 '도전'을 위해 오퍼를 수락했고, 18일 다시 '케이지'에 올라 젊은 파이터와 힘든 싸움을 벌인다.

▲ 세계 스포츠 트렌드에 맞춰 도전하는 ROAD FC

앞서 언급했던 레전드 파이터들이 출전하는 대회는 XIAOMI ROAD FC 049 IN PARADISE다. ROAD FC가 도전에 나서는 대회다. 기존 대회와 대회명부터 다른데, 그동안 ROAD FC는 대한민국과 중국, 일본의 각 지역 체육관과 호텔에서 대회를 치러왔다. 그 중 그래서 이번 대회의 도전이 의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카지노가 있는 유명 특급 호텔에서 진행된다는 점이 가장 크다. 이 시도는 국내 격투기는 물론,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초의 시도다.

해외 종합격투기, 타 종목 단체들은 호텔 카지노와 협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미국 프로농구 NBA는 이번 달초 카지노 업체 MGM리조트와 공식 후원 계약을 맺었고, 미국 라스베가스의 룩소르호텔 & 카지노에 E스포츠 경기장이 개장돼 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제 스포츠와 카지노의 만남은 세계적으로 자연스럽다. ROAD FC는 세계적인 스포츠 흐름에 발맞춰 파라다이스 카지노 워커힐과 손잡고 XIAOMI ROAD FC 049 IN PARADISE 대회를 개최한다.

장소가 새로운 만큼 기존에 대회 개최 방식과 다른 점도 있다. 일반 대중들에게 티켓을 판매하지 않는 것이다. XIAOMI ROAD FC 049 IN PARADISE 대회에는 후원사 및 여러 국가 격투기 관련 VIP들이 대회를 관전할 예정이다.

한편 ROAD FC(로드FC)는 역대 최고의 상금, 100만 달러가 걸린 'ROAD TO A-SOL'을 4강전까지 진행했다. 샤밀 자브로프와 만수르 바르나위가 결승에 진출했다. 두 파이터의 대결에서 이긴 승자는 '끝판왕' 권아솔과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XIAOMI ROAD FC 049 IN PARADISE / 8월 18일 비스타 워커힐 서울]

[미들급 이은수 VS 미즈노 타츠야]

[무제한급 최무배 VS 마안딩]

[무제한급 후지타 카즈유키 VS 저스틴 모튼]

[스트로급 스밍 VS 하라다 시호]

[페더급 에브게니 랴자노프 VS 박해진]

[라이트급 황젠유에 VS 티라윳 카오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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