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뛰어넘는 한국음악 전위들과의 만남

(서울=국제뉴스) 정상래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사장 손혜리)이 전통공연예술의 영역을 확장하고자 새로운 실험무대를 선보인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과 전통의 숨겨진 매력을 찾아나서는 <문밖의 사람들 : 門外漢(문외한)> 시리즈의 두 번째 공연을 8월 31일(금)부터 9월 2일(일)까지 서울 중구에 위치한 CKL스테이지에 올린다.

▲ [사진=문밖의 사람들2 / 잠비나이, 최고은, 아시안체어샷]

지난 6월 문밖시리즈가 처음 선보인 <안은미의 북한춤>은 장르는 다르지만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예술가를 통해 확장된 전통예술의 미학을 선사했다. 장르와 양식으로만 규정되던 전통에서 나아가 표현과 의미로써 새로운 한국적 아름다움을 찾아 나서는 것이 문밖시리즈의 묘미다.

두 번째 문밖시리즈가 선택한 이들은 ‘잠비나이’와 ‘최고은’그리고 ‘아시안체어샷’이다. 현재 한국음악 최전선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이들로 국내보다 해외가 더 많이 찾는 아티스트들이다. 이들의 음악은 포스트 록, 포크, 사이키델릭 록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해외 평단이 주목하는 것은 이들만이 지닌 독특한 한국적 색채다. 서양 대중음악 어법을 따르나 그 안에 내포된 한국적인 정서를 통해 이들은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해외 축제·공연 기획자, 음반 프로듀서의 선택이 이를 증명하며 문밖시리즈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확장된 전통, 전통음악의 동시대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최신 버전의 한국(전통)음악이라 할 수 있다.

“직관적인 아름다움”의 세계 <잠비나이 : Intuitive>

최근 음악계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며 다양한 음악 장르에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뮤지션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통음악으로 눈을 돌린다면 가장 앞자리에 잠비나이가 있다. 국악을 전공한 3명의 멤버(이일우, 김보미, 심은용)를 주축으로 구성된 5인조 밴드 잠비나이는 이전 비슷한 유형의 팀들이 갔던 길을 반복하지 않는다. 이들은 전통음악에 기반하고 있으나 결코 전통에 함몰되지 않는다. 서양음악에 경도된 듯 보이나 결과물은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세상 어느 음악과도 닳지 않은 음악 곧 잠비나이만의 음악이 만들어졌고 오로지 자신들의 음악과 공연을 통해 월드클래스 뮤지션의 지위를 획득한 매우 이례적인 사례가 되었다.

잠비나이의 음악은 대중적이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항상 그러하듯 이번 공연에서도 “어떠한 배경지식도 거창한 수사도 필요 없다”며 “그냥 와서 보면 된다. 그럼 알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내보인다. 직관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그들의 단순하고 명확한 태도는 전통음악을 경계 짓는 수많은 선들을 단숨에 뛰어넘으며 새로운 접근방식을 제시한다. 이번 공연은 그동안 잠비나이가 추구해온 음악 세계에 가장 근접한 원형을 확인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떠도는 노래....아리랑 <최고은 : 유목증후군(Nomad Syndrome)>

2014년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영국 서미싯 피턴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매년 약 150,000명의 방문객이 참여한다) 라인업에 오른 최고은의 이름은 그야말로 신선함 이었다. 국내에서도 변방이라 할 만큼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싱어송라이터였지만 전 세계 모든 음악 관련 종사자들의 궁극적인 목표인 ‘새로운 음악 찾기’에 최고은의 노래는 오리엔탈 정서와 코스모폴리탄 감성 모두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판소리를 공부한 후 록 밴드에서 활동하다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최고은. 자기 주위를 둘러싼 삶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녹여내는 그의 노래는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표현하는 동시에 무국적 성향의 이중성을 담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음반과 동명 타이틀인 이번 공연은 시스템에 갇힌 현대사회의 풍경과 정서적 고향을 찾아 유목하는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오늘의 아리랑이다. 100여 년 전 아리랑이 떠나온 고향과 가족, 연인을 그리워했다면 최고은이 부르는 아리랑은 현대인 삶 내면에 집중한다. 그러하기에 최고은의 노래들은 의미와 표현으로서의 전통음악을 표방하는 문밖시리즈의 방향과 궤를 같이한다.

우리 안의 전통을 깨우다 <아시안체어샷 : 두드리다>

잠비나이, 최고은에 이어 마지막 무대에 오르는 아시안체어샷은 가장 의외의 선택으로 보인다. 사이키델릭 하드락 밴드 아시안체어샷을 구성하는 3명의 동양반칙왕은 전통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음악인생을 걸어왔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에는 우리의 타령에서나 느낄 수 있는 원초적인 토속성이 거침없이 드러나 있다.

돌아보면 한국 대중음악사에도 전통음악을 차용하고 변용하고자 하는 시도는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송창식, 김수철을 필두로 많은 뮤지션들에 의해 명맥이 유지되어온 계보의 끝자락에 아시안체어샷이 있다. 다만 아시안체어샷은 선배들과는 달리 전통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 좀 더 본능적이다.

전통의 단절을 걱정해야만 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아시안체어샷과 같은 밴드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지금의 세대가 전통과 완전히 단절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우리의 몸 어딘가에는 전통의 감수성이 남아 있다는 증거이다.

아시안체어샷의 음악에 배어있는 전통적 질감을 좀 더 수면 위로 끌어 올리게 될 이번 공연은 미디어 아티스트 박훈규(파펑크)와 국악연주자 안은경(태평소), 장경희(타악)의 참여로 인상적인 비주얼과 함께 진일보한 사운드를 들려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후원하는 본 공연은 전석 무료이며, 예매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누리집을 통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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