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정원, 전국 투어, ‘슈베르트 소나타 전곡 시리즈’ 마지막 퍼레이드!

▲ 슈베르트 음악이 흐르는 영화, 윈터 슬립(좌), 킬링 디어(우) (사진=네이버 영화)

(서울=국제뉴스) 강창호 기자 = 금방이라도 몸을 불태우는 듯 살인적인 무더위가 모두에게 피로를 더하게 하는 요즘이다. 그래서 잠시 피서를 위해 설경의 시원함과 외계 행성의 어딘가를 상상하게 하는 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 특이한 지형과 설원으로 뒤덮인 터키의 카파도키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2015년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윈터 슬립’(감독 누리 빌제 세일란)이다. 

▲ 영화 '윈터 슬립'의 배경이 되는 터키의 카파도키아. 기이한 지형은 '스타워즈'와' 개구장이 스머프'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사진='윈터 슬립' 영화 중에서)

눈이 안 올 때는 붉은 사암으로 이루어진 로즈밸리의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터키 카파도키아만의 풍경이다. “모든 말과 감탄사조차 사라지는 곳”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이 곳은 초기 기독교인들이 로마의 탄압을 피해 동굴 속에 몸을 숨기고 신앙생활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또한 카파도키아 지역은 예부터 동양과 서양을 잇는 중요한 무역의 요충지였으며 하나의 제국이 일어설 때마다 카파도키아는 그때마다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현장으로 변했다. 그렇듯 카파도키아는 아름다운 절경과 함께 비극과 고통의 한(恨)이 공존했던 땅이기도 하다.

설원의 신비한 아름다움과 함께 영화 ‘윈터 슬립’은 세 시간의 긴 호흡을 담은 영화이다. 달리는 차창으로 던져진 돌멩이로부터 시작되는 이 영화는 잔잔히 흐르는 탄탄한 스토리와 함께 영화의 나직한 격렬함이 슈베르트의 폭발적인 사색을 대신하듯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D.959의 2악장을 줄곧 흘려 내곤 한다. 영화에서의 사운드트랙은 ‘사색하는 피아니스트’라는 별명을 가진 알프레드 브렌델(Alfred Brendel)의 연주로 입혀졌다. 또한 이 음악은 지난 2014년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투어 콘서트에서 피아니스트 김정원의 연주로 이미 연주된 바 있다.

영화와 음악 그리고 슈베르트의 밸런스는 아름다운 설경을 배경으로 카파도키아의 오래된 해묵은 감정선을 따라 우리의 일상 이야기를 대신하는 듯하다. 김정원은 이 영화에 관하여 모 잡지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가 끝난 후, 주인공의 이율배반적 속내를 연민하며 그가 곧 나일 수 있음을 고해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영화평을 남겼다.

▲ 영화 '윈터 슬립'의 배경이 되는 터키의 카파도키아. 설원의 카파도키아 (사진='윈터 슬립' 영화 중에서)

이제 뜨거운 한 여름을 통과하면서 영화와 슈베르트를 통해 피서를 즐기는 것은 어떨까(?)한다. 이렇게 여름이 가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 때쯤이면 피아니스트 김정원의 ‘슈베르트 소나타 전곡 시리즈’ 마지막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이제 그에게 남은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는 단, 세곡. <제6번 e단조, D.566>, <제17번 D장조. D.850> 그리고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 작곡된 가장 슈베르트다운 걸작으로 꼽히는 마지막 소나타 <제21번 B플랫 장조. D.960>을 가지고, 김정원의 전국투어 여정은 9월 14일 대구 수성아트피아를 시작으로, 9월 16일 고양 아람누리, 10월 2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 10월 4일 부산 문화회관 그리고 10월 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0월 10일 대전 예술의전당(인문학콘서트 - 건반 위의 방랑자)을 마지막으로 모든 일정을 마친다.

마지막 투어 콘서트가 펼쳐지는 공연장, 슈베르트의 선율이 잔잔히 흐르는 ‘윈터 슬립’과 함께 지금도 개봉관에서 상연 중인, 또 다른 슈베르트의 음악이 흐르는 ‘킬링 디어’의 영상을 디졸브 해 보는 건 어떨까? 이 또한 가을의 낭만을 즐기는 또 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문화 칼럼니스트 Alex Kang> 

▲ 피아니스트 김정원, 전국 투어, ‘슈베르트 소나타 전곡 시리즈’ (사진=WC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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