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즈키 마사아키

(대구=국제뉴스) 백운용 기자 = 바로크 음악의 거장 스즈키 마사아키의 하프시코드 리사이틀이 7월 27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펼쳐진다. 스즈키 마사아키는 르네상스, 바로크 등 옛 음악을 작곡 당시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구사하는 원전(原典) 연주의 대가 동양인은 바로크 음악의 깊이를 그려낼 수 없다는 편견을 깨며 서구 고전 음악계를 뒤흔들었다.

또한 그는 고향 일본에서 바흐의 방대한 칸타타 전곡을 연주하고 녹음하는 바흐 콜레기움 재팬을 창단하고 지휘하는 등 고음악 불모지였던 동양에 고음악의 꽃을 피워냈다. 오랜만에 연주자로 돌아온 그는 바흐를 비롯해 옛 거장들이 사랑했던 악기 하프시코드로 바로크 시대를 재현할 예정이다. 단 200명의 관객에게만 선사되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거장이 그리는 400년 전의 음악세계에 집중해보자.

바흐의 영혼을 입은 바로크 음악의 거장

1954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난 스즈키 마사아키는 아마추어 연주자이자 크리스천인 부모 아래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가까이 하였다. 12세부터 동네 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하면서 바흐에 대한 사랑을 키워 간 그는 어렸을 때부터 다져진 실력을 바탕으로 도쿄대학교에 진학하여 작곡과 오르간을 전공하였다.

그리고 그 곳에서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파 등의 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재현하는 '원전 연주법'의 대가 구스타프 레온하르트를 사사한 스승을 만나 원전 악기인 하프시코드를 배우게 된다.

이후 마사아키는 바로크 음악을 더 깊이 알기 위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벨링크 음악원으로 진학하여 하프시코드 거장 '톤 코프만'과 '피에트 케'를 사사하며 서양 고음악계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였다.

1981년부터 3년 동안 독일 뒤스부르크 국립 음대에서 하프시코드를 가르치며 후학을 양성하던 마사아키는 유럽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고음악 불모지였던 일본에 고음악의 기반을 닦기 위해 고국으로의 귀국을 결정하였다.

그는 고베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여러 차례 시대악기 연주회를 개최하는 등 원전 연주자를 발굴하기 위해 힘썼으며 그 노력 끝에 1990년 바로크 시대의 연주방식을 구사하는 원전 오케스트라, 바흐 콜레기움 재팬을 창단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1995년부터 지금까지 스웨덴의 BIS레이블을 통해 바흐의 방대한 칸타타 전곡을 녹음하며 총 55개의 앨범을 완성한 마사아키는 '동양인은 바로크 음악의 깊이를 재현할 수 없다'는 서구의 편견을 깨고 바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연주자이자 지휘자로 명성을 쌓았다.

그는 영국의 <인터내셔널 레코드 리뷰>로부터 "바흐의 심장박동을 그대로 느끼는 지휘자"라는 찬사를 받았으며 2001년 독일 정부로부터 독일십자훈장을 수여받았고 2012년에 라이프치히 바흐 메달, 2013년에는 영국왕립음악원으로부터 바흐상 등을 수상하며 서구를 중심으로 한 고전 음악계의 지평을 뒤흔들었다. 마사아키는 현재 진정한 바흐 음악의 권위자, 바흐의 영혼을 입은 거장으로서 전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다.

시대를 풍미한 건반 악기의 조상, 하프시코드

피아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중적인 악기이다. 그에 비해 하프시코드, 다른 이름으로는 쳄발로라고 불리는 이 악기는 전문 연주회나 '아마데우스'와 같은 영화를 통해서나 만나볼 수 있는 희귀한 존재이다. 얼핏 보면 하프시코드는 피아노와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피아노처럼 현을 두드려 소리 내지 않고 현을 튕겨 소리를 내며 찰랑거리는 음색이 매우 특징적인 악기이다.

무려 14세기에 고안된 하프시코드는 그 본체를 이용해 피아노가 발명되었을 정도로 역사가 깊어 건반 악기의 조상이라고도 불린다.

피아노가 나타나기 이전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독주 및 합주 악기였던 하프시코드는 바흐, 하이든, 헨델, 모차르트 등 음악가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바로크 시대를 이끌었던 음악의 아버지 바흐는 하프시코드 협주곡을 최초로 펴내는 등 하프시코드 주법을 집대성하여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였으며 그의 아들들도 하프시코드를 포함해 건반 악기를 위한 소나타를 200여곡, 건반 협주곡을 90여곡이나 펴내는 등 유럽 내 하프시코드 돌풍에 참여했다.

모차르트와 하이든도 초기에는 하프시코드를 자주 사용하였으나 1700년대 피아노의 등장으로 인해 하프시코드는 점차 클래식 음악계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그리고 19세기 말에 학문적인 이유에서 하프시코드가 복원되며 하프시코드만의 독특한 음색과 매력이 재인식되기 시작하였고, 1970년대 고음악 연구 운동의 붐을 타고 많은 하프시코드 연주자와 음반이 배출되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바로크 시대의 부활을 재현하는 악기인 하프시코드로 현대의 우리는 바흐와 모차르트가 살아 숨 쉬던 그 옛날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거장의 손끝으로 마주하는 바로크 시대

스즈키 마사아키가 하프시코드로 자아낼 연주곡은 총 5명의 위대한 음악가들이 낳은 7개의 작품이다. 먼저 바로크 시대 프랑스의 작곡가이자 연주자였으며, 바흐 가문과 비견되는 쿠프랭 가문에서 처음 등장한 주요 음악가 루이 쿠프랭의 모음곡 A단조로 서막을 올린다.

전형적인 바로크 춤 모음곡 형식을 따르는 이 곡은 장식음이 많아 하프시코드의 독특한 음색이 뚜렷이 드러난다. 이어 연주할 파사칼리아 C장조는 초기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걸작에 속하는 곡으로 장중함, 열렬함과 통절함을 자유롭게 오간다.

다음 곡으로는 르네상스 시대 영국의 대표적인 작곡가였던 버드의 작품 버지널 음악 '나의 귀부인 네벨스 곡집' 중 9번째 파반과 갤리어드 G단조이다. 버지널은 하프시코드를 변형한 악기로 버드는 뛰어난 버지널리스트이기도 했다.

이 곡은 버드의 주요 작곡 레퍼토리인 2부 형식을 취하며 2박자로 느리게 진행되는 파반이 묵묵히 걸어가다 갤리어드의 3박자로 전환되며 분위기가 활기차게 변화한다.

그리고 독일의 바로크 작곡가이자 하프시코드 연주자였던 프로베르거의 파르티타 제12번 C장조 '페르디난도 4세를 잃은 슬픔의 애가'가 연주된다. 그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될 예정이었으나 요절해버린 페르디난도 4세의 죽음에 부쳐 이 곡을 썼는데, 추모보다는 그의 아버지 페르디난도 3세를 위로하는 듯 절제된 음색을 띄고 있다.

바흐 이전의 중요한 바로크 작곡가 북스테후데의 작품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전주곡 G단조는 오르간 위한 곡으로 추정되지만 하프시코드로 연주해도 상당히 흥미롭고 기발하게 마무리된다. 북스테후데의 연주를 듣기 위해 바흐가 200마일이나 걸어갔다고 하니 작품의 완성도와 정교함도 기대해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바로크 음악의 상징과도 같은 독일의 작곡가 바흐의 음악을 다룬다. 한스 폰 뷜로우가 '건반음악의 구약성서'라고 불렀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가운데 여덟 번째 곡인 전주곡과 푸가 제8번 내림E단조는 전주곡 단락은 비극적이면서도 많은 장식음을 갖추고 있는 가운데 푸가 단락은 간결하고 금욕적이며 바흐의 푸가 중에서도 대단히 감성적인 곡이다.

마지막 곡인 파르티타 제6번 E단조는 바흐가 5년간 작곡한 것을 묶어서 출판한 건반 파르티타 중 마지막이자 가장 긴 곡으로 연작 중에서 가장 심오한 느낌을 준다. 그러면서도 우아하고 가볍게 진행되다 활기와 다채로운 기교를 드러내더니 힘차고 절제된 선율로 마무리되는 곡이다.

대구콘서트하우스, 거장들의 깊은 음악세계로 초대받다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는 유독 거장들의 무대가 잦다. 오케스트라가 어울리는 대형 공연장도 좋지만 훌륭한 음향을 갖춘 작은 실내악 전문홀에서 오롯이 연주만으로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섬세하고 깊이 있는 연주로 21세의 젊은 나이에 세계적인 콩쿠르를 제패한 이반 크르판, 그리고 속박을 벗어나 음악적 자유로의 망명을 선택한 신비주의 거장 블라디미르 펠츠만이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이미 공연을 가진 바 있다.

그리고 서구 고음악계를 뒤흔든 동양의 거인 스즈키 마사이키 이외에도 하반기에는 피아니스트와 지휘자뿐만 아니라 김선욱, 손열음 등 명연주자를 길러낸 스승으로도 활약하고 있는 김대진이 오랜만에 지휘자가 아닌 연주자로서 대구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이형근 관장은 "스즈키 마사아키는 수많은 편견과 혹평을 깨고 동양에서 바로크 음악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사람이다. 오랜만에 연주자로 돌아온 스즈키 마사아키 그리고 하프시코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공연이니 만큼 관객들은 이번 공연을 꼭 놓치지 않길 바란다."라며 공연을 준비하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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