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학 칼럼리스트

사계절의 완벽한 조화를 자랑하는 한반도는 우수한 계절의 작용을 슬기로운 음식문화로 발전 계승하여 발효저장식 슬로푸드의 천국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 조상들 또한 오래전부터 우수한 자연환경에 알맞은 전통 발효식품을 만들어 왔으며 대대손손 대물림되어 건강한 음식으로 전래되고, 현재 우리의 식생활에서 영양과 식문화 적으로 매우 중요한 유전자를 선점하는 계기가 되었다.

발효식품은 곰팡이, 세균, 효모 등 미생물의 유기적인 작용으로 분해되어 새로운 성분이 오랜 시간에 걸쳐 합성되어 발효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식품의 총아이다.

우리나라 식품의 근간은 이 발효를 빼놓고 이야기하기가 불가능 할 정도로 모든 식품의 기초를 형성하고 있다 하여도 과언은 아니다.

된장, 고추장, 간장, 식초는 한국인의 식품의 근간을 되는 첨단적 과학이 농축되어 있으며 소스의 진원지를 이루고 있다. 유럽이나 일본처럼 식품별 별도의 소스를 만들 이유조차 없는 특징적 발효식품을 자랑한다. 또한 발효식품 중 김치류를 빼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야채를 젓갈과 양념으로 버무려 발효시킨 김치는 젖산작용을 활발하게 하여 특유의 신맛과 감칠맛이 시간과 공간을 두고 숙성되어 야채가 변신하는 식품과학의 근간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밖에 수산식품에서도 발효식품의 왕성함의 돋보인다, 젓갈은 우리 조상이 생선의 원리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알고 가장 완성되고 함축된 젓갈을 만들어 저장식의 으뜸은 물론 발효의 정석으로 여긴 식품이다.

근래에 패스트푸드의 폐해가 부각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슬로푸드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식품은 시간이 경과 되어야 좋은 식품으로 탄생되고 건강한 음식으로 보장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간 빠르고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식품에 익숙해지기 시작 했는데, 이유는 산업사회의 급속한 발달이 더 빠르고 더 간편함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이런 합당치 않은 이유가 우리의 전통적 슬로푸드를 오히려 퇴조시키는 식문화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를 하였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니다.

유럽에서 슬로푸드 열풍이 불면서 요구르트를 비롯한 발효식품과 시간이 경과되어야 먹을 수 있는 식품이 신 트랜드로 정착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식품은 유럽보다 더 좋은 슬로푸드가 조상의 슬기가 담긴 식문화로 우리 식단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인의 장류는 오랜 시간 숙성이 되어야 하고 자연에서 발효되며 콩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슬로푸드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우리가 즐겨먹는 청국장은 완전한 식품으로 몸과 좋은 균형을 이룬다. 청국장과 비슷한 일본의 나또 보다 맛과 영양 면에서 비교불가임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부터 나또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우리 것을 너무 낮게 보는 풍조에 실망스러울 뿐이다.

우리 조상들이 좋은 장을 담그려는 노력은 알맞은 시기와 물의 선택을 꼽았다. 장 담그는 날은 입춘 전에 추위가 덜 풀리는 이른 봄에 담가야 소금이 덜 들어 최적의 장맛을 낼 수 있다. 특히 손 없는 날이라 하여 큰 달은 1, 7, 11, 17, 23일을, 작은달은 3, 12, 16일이 좋다고 하였다.

디딜방아는 한꺼번에 메주를 빻는 분주함이 북새통을 이루고 마을 아주머니들은 서로 울력을 하여 이 메주를 장 담그기 알맞게 가루를 만들었다. 특히 장 담그는 날은 예민함이 돋보이는데 귀신이 들지 말라는 풍습은 부정을 막기 위해 장단지에 솔가지와 붉은 고추를 엮어 금줄을 치기도 하였다. 이러한 행위는 장의 안정함을 유지하려는 방법의 지혜가 있다.

장 담그는 날을 이렇게 온 신경을 다 쓰고 정성을 쏟는 것은 고추장, 된장, 간장이 바로 모든 식품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음식재료로서 지금도 이 세 가지 기초식품만 있으면 어떠한 음식도 만들어 낼 수 있음이다.

장의 어원을 보아도 우리 민족의 문화를 읽을 수 있다 간장의 “간” 은 소금의 짠맛을 의미하며, 된장의 “된”은 되직한 것을 뜻한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술 역시 발효식품군에 속한다. 막걸리는 대표적인 전통주로서 시간과 온도가 조화를 이루어 막걸리를 빚는 정성이 합쳐지는 슬기의 발효주이다.

이렇게 우리는 장류, 김치류, 젓갈류를 비롯해 술 까지도 발효에 의한 식품군의 완성을 이루어 냈다. 세계에서 가장 으뜸의 슬로푸드인 한국의 발효식품을 시대현상에 걸맞게 재창조하고 건강식의 최고의 완성품으로 각인해서 세계적인 슬로푸드로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

-안병학 칼럼리스트 약력- 강원 평창출생,농식품 컨설런트,수필가.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며,대표저서로는 <안병학의 농식품이야기>,<사람사는 세상에>,<이야기가 있는 마당>,<덕거리 사람들> 등의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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