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는 지지부진, 인사는 참사거나 비워두거나, 예술계는 수 십 년 산적한 문제해결 원해.

(서울=국제뉴스) 박준석 기자 = 문재인정부는 다른 분야와는 달리 교문수석을 없앴다. 교육과 문화는 전혀 다른 분야이고 블랙리스트문제와 문화예술계의 쌓여온 문제들 때문에 문화예술수석이 필요함에도 있던 교문수석 마저 없애는 것에 대해 많이 아쉬워했다.

그래서 시인인 도종환장관이 장관에 임명될 때 문화예술계는 기대가 많았다.

더구나 블랙리스트 사태에서 앞장서서 문체부를 몰아붙이던 그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블랙리스트 관련인물을 기관장에 내정하는 일이 반복되고, 예술기관장 자리를 1년 이상 비워두는가 하면, 예술의 전당은 30년을 맞는 올해도 대관전문건물로서 존재하고, 국립오페라단은 단원한명 없이 56년 지속되고 있다.

 

문화민주주의 실천연대 성명서

문화민주주의 실천연대는 6월 20일 도종환장관의 취임 1주년을 맞이해 광화문 광장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며 도종환장관이 시스템에 녹아들기 보다는 시스템을 개혁해야함을 촉구하였다. 그리고 기초예술을 담당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몇 달째 공석이며, 위에서 결정해서 아래로 내려가는 예술현장 실무에 맞지 않는 방식은 변화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으며, 무엇보다 장관스스로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공동위원장 이면서도 관련자들이 기관장에 내정되었던 일에 대해 책임자를 가려낼 것을 주문하였다.

그리고 모 언론의 인터뷰에서 블랙리스트 관련자를 인사에서 배제하는 것이 제2의 블랙리스트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를 함으로서 정작 많은 예술인들의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야당의 교문위원으로 블랙리스트사태에 앞서서 분노하던 도종환장관이 정작 장관의 자리를 맡겨주었는데도 문체부 안에서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이 기관장에 추천되고, 검증되어 내정까지 되는 사태가 반복되었음에도 사태의 전말을 알리고 책임이 규명되는 소통이 없음은 대단히 아쉬운 대목이다.

 

예술의전당 30주년

예술의전당은 30년을 한 결 같이 변하지 않았다. 극장의 외형은 커지고 외관은 화려해졌으며, 찾는 사람은 많아졌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예술센터의 기능인 창작의 산실이 되지 못하고 공연장을 대관해주는 것이 여전히 주 업무이다. OECD상위의 경제력을 가진 대한민국의 예술의전당이 예술가들의 역량의 총아로서 다른 선진국들과 어깨를 견줄 창작품이 만들어지고, 국내 예술가들의 자부심이 되어야 하지만 지금의 예술의전당은 어떠한가? 아직도 많은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예술기관을 공연장이나 건물로, 그래서 랜드마크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예술의전당의 탓이 크다. 그러니 지금도 공연장건축비만 가지고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짓고 있으며, 인천에는 누구도 모르는 오페라하우스가 2천4백억에 이미 지어졌다고 한다. 오페라하우스는 오페라를 하기 위한 예산이 먼저고, 이를 위한 예술가의 고용과 운영이 핵심이며, 이를 위한 건축물이다. 지어 놓으면 누군가 쓸 것이라는 전근대적인 공연장에 대한 인식은 2018년에도 대한민국의 상식이니 너무 안타깝다.

 

예술의전당과 국립오페라단의 발전적 해체와 정상화는 미룰 수 없다.

반면 국립오페라단은 어떠한가? 56년된 국립오페라단은 단원이 없다. 단 한명도 없다. 극장도 없다. 예술의전당이 오페라하우스를 지었을 때 국립오페라단의 박수길 교수와 정은숙 단장을 비롯한 예술가들이 오페라하우스의 운영을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 당연한 요구가 문체부공무원들의 기계적 중립성에 묵살되었다. 지금은 오페라하우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뮤지컬하우스이다. 1년에 5달은 국립예술단체도 아닌 상업 뮤지컬이 어느 국립예술단체들보다 제1순위로 대관하고 있다.

그리고 국립오페라단은 합창단이 꼭 필요하다. 빌려서 하는 오페라단의 시대는 이제는 끝나야한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해직된 국립오페라단 합창단(노조지부장 문대균)은 아직도 거리에 있다. 아직도 오페라단이 제작진 몇 명 있으면 한다는 발상은 60년대 발상이다. 60년대 우리는 가정형편조사를 했다. 아이들끼리도 "너희집에 이거있어? 우리집엔 이거 있다!"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아트센터도 있고 오페라단도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아트센터는 아트센터가 아니고 오페라단은 오페라단이 아니다. 사실 이것은 기자의 사견이 아니다. 그리고 발견도 아니다. 그냥 냉장이 안되면 냉장고가 아니고, 통화가 안되면 전화기가 아닌 것처럼 누구나 다 알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국립오페라단은 국립오페라단 직원 30명의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 오페라인들의 중심이고 자부심이어야 한다. 예술의전당도 그렇다. 100명 직원들의 아트센터인가? 발전적 해체와 링컨센터의 모델 혹은 유럽 대부분의 나라처럼 예술가중심의 제작극장으로 정상화되어야한다. 비전이 다른 예술단체들을 설득하는데서 출발 하지 말고 직원만 있는 국립오페라단과 예술의전당이 결합하고, 새로운 예술의전당(가칭)안에 제작을 위한 예술단들을 신설하면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고, 예술의 부흥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공간들도 운영주체가 예술단이어야 하고, 나머지 일 수를 대관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둘 수 있을 것이다.

대관에 대해서는 다시 말하거니와 전국이 대관극장이다. 대한민국 자부심과 예술의 당위에 대한 이야기이다. 예술의전당 30주년과 대한민국오페라70주년에 38선 같은 장벽이 무너져야한다.

 

전국의 예술단은 인건비만 있고 공연비가 없다.

1년 인건비 19억에 1년 행사비 1억미만인 형태가 대부분이다. 그러는 사이 예술단들은 지방의회의 비판의 단골메뉴가 되고 있다. 예술대학은 일반대학과 똑 같이 취업률도 평가되고 그로인해 예술대학들이 실용음악과로 바뀌거나, 아예 존폐의 위기에 처해있다. 매년 3천여명의 음악학과 졸업생들은 새로운 일자리 0의 시대에 처해있음에도 예술관련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 문화재단과 문예회관들의 일자리도 그들 몫이 아니다. 어쩌다 예술단 일자리가 하나 나오면 정당한 오디션제도가 있음에도 갖은 방법을 통해 특채가 이뤄지고 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국립단체들까지도 예외가 아니다.

예술단에는 극장도 없고 돈도 안준다. 월급도 반고용 수준이다. 이 땅의 예술가들이 계륵인가? 우리나라는 아직도 예술이 실용이라는 것의 인증을 받아야만 하는가? 예술의가치과 예술인의 가치를 주장해야 하는가? 이렇게 허망하게 생존과의 투쟁을 할 만큼 내리막을 타야하는가? 아직 오르막을 탄 적이 한 번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도종환장관은 시스템을 개혁해야한다.

기자는 문화비전2030에 대해 비관적이다. 출발이 잘 못됐다. 블랙리스트와 적폐청산이 먼저 이뤄졌어야했는데 성급하게 청산대상도 규정하지 않고 그 속에서 탄생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와 인간에 대한 것이 문체부의 정책대상이라는 것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그보다는 포인트 10개 혹은 50개 정도 정해서 실질적인 변화를 추구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하겠다는 것은 모든 것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문체부가 하는 일은 많다. 그래도 변화할 수 있다. 예술의전당이 변하면 전국의 극장이 변할 수 있고 국립오페라단이 변하면 전국의 예술단들이 변하고, 공공극장이 일자리를 견인하면 비로소 지원정책들은 여유를 가질 것이다. 국립단체들까지 지원금 따내기에 나서는 지금의 형국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변화를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하다. 문화민주주의 실천연대의 성명서 발표를 지켜보는 동안 그들이 왜 아직도 길에서 외쳐야하는지, 도 종환장관은 그들에게 아직도 답하지 않았는지, 듣고는 있는지 궁금하고 안타까웠다. 장관을 비판하는 예술가들이 장관의 편이다. 장관을 평생 할 것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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