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행위와 '민원'행위의 차이를 모르는 것도 아닐진데...,

▲ 박진영 기자

(수원=국제뉴스) 박진영 기자 = '민원'을 제기하는 행위와 '취재'를 하는 행위는 엄연히 다르다. 행정기관에서 30년 정도 공무원으로 근무한 직급이 '과장' 정도 되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30년 공무원 생활에 타성이 붙어서 그런지 아니면 기자를 무시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취재차 방문한 기자에게 사실확인을 해주진 않고 귀찮다는 듯 "민원을 정식으로 넣으라"고 A 과장은 말했다.

일반적으로 기자는 민원을 제기하러 관공서에 가지 않는다. 취재를 하러 관공서에 간다. 물론 기자도 국민의 한 사람이기에 때론 민원을 제기한다. 혹은 취재를 하러 갔다가 관계공무원과 사실확인 후 기사를 쓰지 않고 단순 민원으로 처리해 적절한 행정조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본 기자는 취재차 수원시 건축관련 부서에 갔다. 건축법 위반으로 화재시 '대형참사' 우려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확인 후 설계도면 등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서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관공서 방문시 관련 부서의 취재협조가 원할하지 않다. 특히 인허가 부서는 더욱 그렇다. 부서 관계자들은 '개인정보 보호법' 내지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한다.

공무원은 대개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공개법을 운운하며 기자의 취재에 소극적이다. 그러면서 "왜 그러는지 말해주고 가라" 내지는 "정보공개 청구를 하고 가면 나중에 연락주겠다"며 일단 시간을 벌고자 하는 멘트를 날린다. 결국 이 말이 기자에겐 '뭔가 진짜 있구나'하는 의혹을 갖게 만든다. 수원시 역시 그랬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공무원의 입장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여러가지 숨은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 굳이 이런 사정을 글로 표현할 생각은 없다. 공무원과 기자, 상대를 너무나도 잘 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번 정도는 집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바로 공무원의 개인정보 보호법과 정보공개법 남용이다. 

지금은 '정부 3.0' 시대다. 정부는 일방향 서비스 제공의 '정부 1.0' 이나 단순 양방향 제공의 '정부 2.0' 운영 방식을 지양하고, 이제는 국민 개개인의 편익을 위한 양방향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 3.0'으로 진화·발전했다. '정부 3.0'은 국민이 주인인 정부 구현과 신뢰 받는 정부·국민행복 국가 실현을 위한 정부를 위해 공공정보를 적극 개방·공유하겠다는 새로운 정부 운영의 패러다임이다.

즉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정기관이 생성하는 모든 공공정보를 국민에게 적극 개방·공유하겠다는 것이다. 역으로 풀이하면 공무원이 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를 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기자는 이렇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정보를 국민들에게 취재를 통해 전달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한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를 보면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말한다."고 적시돼 있다. 법인의 정보도 아니고, 사인(死人)의 정보도 아니다. 즉 살아있는 사람의 신상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에 국한된다는 의미다.

또한 정보공개법 제3조(정보공개의 원칙)를 보면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을 위하여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적극적으로 공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제9조에 '이 법에서 정하는 바'를 '비공개 대상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주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정보,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등 8개만을 규정하고 있다. 바꿔서 말하면 이 법에서 정하는 8가지 이외에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모든 정보는 공개되야 한다는 의미다. 

행정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익'보다는 '공익'을 우선시 해야 한다. 건축법 위반은 한 특정 건축물과 관계된 '사익'적인 측면이 강하다. 대형참사는 물론 '공익'과 관련된 문제다. 

건축물이 살아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 건축물의 위반 여부가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정보도,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정보 등도 아닌데 취재에 협조적으로 나오기 보다는 귀찮다는 듯 "민원이나 넣고 가라"는 식이다. 그것도 공직생활 30년의 공무원이...,

A 과장의 이런 반응은 결국 기자로 하여금 수원시 건축 대민 행정에 불신을 갖게 만들었다. 더 나아가 수원시 민원행정에 대해서도..., 그리고 수원의 시민들이 참 답답하고 불편하겠다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기자도 그런데 일반인들은 오죽 하겠나? 건축과는 '민원' 특히 건축법 위반에 대한 민원은 오히려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인력이 부족하고 일이 많아 미처 위반건축물에 대한 지도·감독을 제대로 못하는 공무원의 한계를 시민이 그리고 기자가 민원 또는 취재로 일손을 돕는 것이다. 때론 공무원이 그 도움의 손길을 귀찮아 할 수도 있겠지만, 자칫 날 수도 있는 '대형참사'를 막는 지도 모른다.

결국 기자는 A 과장이 민원을 정식으로 넣으라기에 하는 수 없이 담당 실무자에게 잘못됐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개략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먼 발치에서 A 과장은 담당자에게 '야! 구체적으로 해달래'라며 끼어들었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전문가도 아니고 더욱이 자유로운 현장 접근이 가능한 지도·감독권을 가진 관계공무원도 아닌데, 자세히 말해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해야할 일을 기자나 민원인에게 떠밀겠다' 또는 '손 안되고 코 풀겠다'는 등 만감이 교차했다. 

어느 한 부분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면 해당 부서는 총체적인 점검을 해야 한다. 단지 민원인이 찍어주는 부분만 확인하고 만다면 직무를 태만히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며칠 뒤에도 이 A 과장은 후속 취재를 간 다른 언론사 기자에게도 똑같이 "민원 넣으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과 수원 시민은 개인정보 보호법과 정보공개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시간을 끌려하는 공무원보다는 일반적으로 법 집행에 있어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시 하는 공무원을 기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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