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승리의 노래!

(대구=국제뉴스) 백운용 기자 = 완연한 봄을 만끽하는 4월, 밝은 분위기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9번”이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 '제443회 정기연주회'의 막을 올린다.

▲ 줄리안 코바체프(Julian Kovatchev) _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Music Director & Conductor)

오는 4월27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줄리안 코바체프가 지휘봉을 잡는 코바체프 시리즈로서, 첼리스트 제임스 김이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한다. 그리고 바그너에게 명성을 안겨준 오페라 “리엔치” 서곡으로 연주회는 마무리 된다.

‘서곡-협주곡-교향곡’ 순으로 진행되던 일반적인 연주회와 달리 이날 첫 무대는 일명 ‘승리의 교향곡’으로 불리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9번”이 장식하며 관객들에게 뜻밖의 반전을 선사한다. 이 교향곡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단기간에 완성되었다.

독일을 물리친 소련은 전쟁의 승리와 이 승리의 주역인 독재자 스탈린을 찬양하는 웅장한 곡을 기대했지만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9번”은 쉽고 명쾌한 분위기에 귀엽고 발랄한 느낌까지 더해 당국의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 곡으로 인해 쇼스타코비치는 혹평에 시달렸지만, 작품 자체는 25분 남짓의 짧고 간결한 형식에도 불구하고 양식적으로 매우 훌륭하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 기법이 일체의 군더더기 없이 담겨 있다. 승리에 대한 찬양 보다 앞으로 맞이하게 될 밝은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다. 전 5악장 구성이며, 3악장부터 5악장까지는 악장 간 휴식 없이 연주되는 특징을 보인다.

휴식 후에는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제1번”을 첼리스트 제임스 김이 협연한다. 이 작품은 2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1961년 체코의 음악학자 풀케르트에 의해 세상에 나왔다.

프라하 국립박물관에서 하이든 시대로 추정되는 필사 파트 악보를 발견한 풀케르트는 이 악보의 종이 무늬 등을 분석한 결과, 하이든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후 이 필사 악보의 첫머리 주제가 하이든이 남긴 ‘초안 작품 목록’에 기재된 것과 같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제1번”이라는 사실이 증명됐다.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제1번”은 1962년 부활 상연 이후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하이든의 초기 협주곡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제1악장에서는 독주 첼로와 합주가 날카롭게 대비되는 동시에 단조로운 반주 음형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과거 바로크 시대의 흔적이다.

제2악장은 독주 첼로와 현악기가 어우러져 고요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제3악장은 전반적으로 1악장과 비슷한 형식이지만 독주 첼로의 기교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구성이다.

협연자로 나선 첼리스트 제임스 김은 2006년 헝가리 다비드 포퍼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보스턴심포니, 로열필하모닉, 왈로니로열체임버오케스트라, KBS교향악단을 비롯한 국내외 유수의 악단과 호흡을 맞췄다.

2013년 그의 카네기홀 데뷔 독주회를 본 음악비평가 해리스 골드스미스는 “한 젊은 거장의 역사적인 등장이자, 첼로 연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공연”이라고 극찬했다. 현재 줄리아드 음악원 최고연주자 과정에 재학 중인 그는 삼성문화재단과 시카고 스트라디바리협회로부터 1715년산 마테오 고프릴러를 후원받아 연주하고 있다.

이어서 바그너의 오페라 “리엔치” 서곡으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전 5막으로 구성된 오페라 “리엔치”는 14세기 중반 로마 귀족들에 맞서서 공화정치를 펼쳤던 실존 인물 ‘콜라 디 리엔초’의 비극적인 최후를 다루고 있다. 화려하고 대규모적인 ‘그랜드 오페라’ 양식으로, 신선한 선율과 절묘한 앙상블, 박진감 넘치는 극적 변화 등 바그너의 천재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오늘날에는 오페라 전막 공연 대신 서곡만 주로 연주된다. 서곡은 ‘시민 해방’이라는 내용을 담은 여러 주제가 사용되었다. 경건한 기도의 선율이 현악기에서 관악기로 이어지고, ‘리엔치’의 관용을 찬미하며 음악은 절정을 이룬다. 여기에 금관악기의 강렬함이 더해져 화려한 승리의 노래로 마친다.

공연을 앞두고 줄리안 코바체프 상임지휘자는 “시대의 그늘 속에서도 고전적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9번’이 나른해진 몸과 마음에 활기를 더해줄 것”이라고 말하며, “젊은 연주자 제임스 김이 바로크풍의 하이든 첼로 협주곡을 어떤 기교와 해석으로 완성해 보일지 기대하셔도 좋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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