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신보 제2권 ‘클라라, 나의 운명’, with 클라라 주미 강, 이한나, 심준호

▲ 김정원의 음악신보 제2권 ‘클라라, 나의 운명’, 관객의 갈채에 보답코자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마이크를 잡았다.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서울=국제뉴스) 강창호 기자 = 벚꽃이 만개한 지난 12일, ‘김정원의 음악신보’ 그 두 번째 무대가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졌다. 로비에는 그동안 이 프로그램의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많은 열성팬들의 운집 속에 오늘의 공연을 기대하며 분주함이 넘쳤다.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어둠 속에 홀로 걸어 나와 브람스의 피아노 작품 인터메쪼를 연주했다. 인터메쪼(intermezzo)는 오페라의 막 중간에 펼쳐지는 연주곡을 뜻한다. 김정원은 관객과의 첫 만남에서 클라라를 향한 일편단심(一片丹心)의 사랑을 이룬 요하네스 브람스, 그의 작품으로 시작을 알렸다.

봄날의 서정적인 아름다운 선율 속에 공간은 마치 나와 김정원 단 둘만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어둠 가운데 흐르는 그의 피아니즘은 다음 순서를 기대하지 않아도 그 시간만으로도 포만감을 느끼게 했다. 이 시간이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이대로 쭉 진행했음 하는 나의 작은 욕심 가운데 김정원은 외롭고 고독한 아티스트적인 피아니즘을 흘렸다. 아름다운 브람스의 선율가운데 역설적으로 김정원은 한없이 깊고 깊은 '고독의 심연'을 걷고 있었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적막함 가운데 홀로이 외롭게 놔두는가(?) 방안에는 어린 김정원이 울고 있었다. 그 공간에서 어린 김정원은 구원의 따스한 손길을 기다리며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다. 그렇게 브람스의 인터메쪼는 우리 곁에서 사라져 가고 있었다. “박수? 아직이야! 제발 3초만 기다려줘 이 환상을 깨지마!”하는 나의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단 1초도 머뭇거리지 않는 무자비한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사라져 가는 여음(餘音)을 조금만이라도 더 느낄 수 있었다면”하는 나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관객의 갈채에 보답코자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마이크를 잡았다.

▲ 김정원의 음악신보 제2권 ‘클라라, 나의 운명’, 김정원, 클라라 주미 강, 심준호, 이한나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음악신보 제2권 ‘클라라, 나의 운명’, with 클라라 주미 강, 이한나, 심준호

음악신보 제2권 ‘클라라, 나의 운명’은 슈만이 사랑한 클라라에 대한 음악사적 배경 이야기를 다룬다. 당시 서로 간에 사랑의 결실이 쉽지 않았던 슈만과 클라라, 워낙에 음악성이 뛰어나 쇼팽과도 견줄 만했던 피아니스트 클라라는 소위 요즘 이야기하는 아이돌 월드스타였다고 한다. 반면에 초라하고 가난했던 나이 많은 슈만으로서는 감히 어딜(?)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결국 둘의 사랑은 힘든 과정을 넘어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이후 슈만의 정신병으로 인한 그들의 사랑은 비극적 결말을 맺게 된다. 반면에 너무나 아름다운 음악이 그들로부터 있었기에 ‘김정원의 음악신보’가 다음의 이야기를 펼쳐갈 수 있는 예술적 수혜를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겠다.

김정원, 클라라 주미 강, 이한나, 심준호 이들이 ‘김정원의 음악신보’ 제2권의 주인공들이다. ‘클라라, 나의 운명’이라는 제목답게 클라라 주미 강의 캐스팅은 재미있고 신선한 의도라 생각된다. 김정원은 앞서 설명에서도 이 부분을 이야기하며 청중의 재미를 이끌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한자리에 모으기 쉽지 않았던 멤버들이다. 워낙에 스타급 포지션인지라 리허설 또한 쉽지 않았다고 진행 중에 김정원은 실토했다. 그래도 음악적 코드가 잘 맞아서인지 부분적 연습과 한 번의 리허설만으로도 음악적 호흡을 잘 만들어 갈 수 있었던 어벤져스적인 팀워크였다.

앙상블은 마치 잘 짜인 촘촘한 직물 같았다. 특히 사운드의 모두를 끌어안는 듯한 이한나의 비올라는 그 매력을 충분히 발휘했다. 빈 공간을 채우는 비올라는 선두에 서지는 않지만 뒤에서 다독거리며 용기와 안정을 주는 역할이다. 특히 대위법적 진행에 있어서 비올라의 역할은 무엇보다 더 특별해진다. 이 역할에서 이한나는 조심스레 자신의 소리를 채워가며 앙상블의 중심에서 조화를 이끌어 냈다. 첼리스트 심준호는 무섭게 성장하는 아티스트다. 그는 이번 연주에서 안정된 울림으로 피아노의 중저음을 감싸 돌며 앙상블을 받쳐주었다. 작년 이후 그는 부단한 노력과 함께 빠른 성장세를 보여준 아티스트로서 대한민국 첼리스트의 공복감을 든든히 채워줄 라이징 스타이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아티스트이다. 그녀는 동아일보 선정 ‘한국을 빛낼 100인’에 오른 바이올리니스트로서 국내외를 넘나들며 카리스마 넘치는 비르투오조를 피력하고 있다. 이번 앙상블에서 그녀는 ‘클라라 주미 강’ 답게 빛깔 넘치는 현(泫)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앙상블에서 어느 누가 퍼스트인가는 불필요하다. 모두가 퍼스트이며 세컨드이다. 서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비로소 앙상블이 이루어진다. 여기에 무엇보다 소리의 베이직을 가진 피아니스트 김정원의 리더십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피아노의 안정된 밸런스가 전체 소리의 균형을 가져오기에 특히 앙상블에서는 그 역할의 중요함은 더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각자의 음악적 해석이 다를 지라도 베이직이 매우 중요하다. 그 베이직 안에 모두를 담아내기에 ‘김정원의 음악신보’가 앞으로 남은 3, 4, 5권의 이야기를 순조롭게 잘 펼쳐 갈 것으로 기대하게 한다.

음악신보가 펼쳐진 롯데콘서트홀, 멀리 내려다보이는 석촌호수 주변에 만개한 벚꽃들 사이에서 젊은 청춘남녀 슈만과 클라라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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