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여미현 여행작가]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

나에게 넌, 내 외롭던 지난 시간을 환하게 비춰주던 햇살이 되고

조그맣던 너의 하얀 손 위에 빛나는 보석처럼 영원의 약속이 되어 …,」

영화 <클래식>을 타고 흐르던 3인조 그룹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가사 중 일부이다. 어떤 이에게는 연인에게 향하는 사랑길을 이끄는 노래로 느껴질지도, 또 어떤 이에게는 배우 손예진의 맑은 얼굴 위로 흐르는 빗길을 따라 떠오르는 노래로 느껴질지 모른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잡고 싶으나 닿을 수 없는 인연을 향한 손길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만약 이곳에서 이 노래를 듣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해질녘 노을을 따라, 환하게 비추는 아침 햇살을 따라 책길로 안내하는 노래가 되지 않을까? 가슴속에 잔잔한 떨림을 던진 노래가 이곳에서는 책과 나의 대화로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영원한 여행길, 이터널 저니(Eternal Journey)에서 말이다.

▲ 이터널 저니(Eternal Journey)의 입구 모습
▲ 책으로의 영원한 여행

해질녘 노을과 함께

바다 위로 툭 떨어지는 태양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 부딪쳐 깨진 노을이 바다 위로 길게 퍼지는 곳, 그리고 내 앞에 놓인 한 권의 책.

많은 이들이 이터널 저니(Eternal Journey)를 찾는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통유리 너머로 펼쳐진 기장 바다로 산책할 수 있고, 책장과 책장 사이를 오가며 여행할 수 있고, 일상에 지쳐 걷는 일조차 버거울 때는 벤치에 앉아 바람소리 들으며 늘어지게 한숨 쉴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이터널 저니(Eternal Journey)에는 산책길도 있고, 여행길도 있고, 책길도 있고, 바람길도 있는 셈이다.

▲ 책장과 책장 사이를 오가는 여행길

따뜻한 불빛과 함께

가만히 눈을 감으면 그 책이 너에게 올까. 살랑거리는 바람에 흔들려 툭 떨어지는 꽃잎처럼 너에게 올까. 그랬으면 좋겠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따뜻한 불빛을 따라, 고요한 숨결을 따라 그 책이 너에게 닿았으면 한다.

주제별로 나눠진 책장에는 신간과 구간의 구분 없이 책이 꽂혀 있고, 지역 작가들의 작품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책장과 책장 사이에 여유를 둔 것을 보면, 어쩌면 책으로 채우지 않은 공간을 사람들의 추억으로 채우려 한 것은 아닐까. 세월이 흐를수록 책과 사람의 이야기가 빈 여백에 담겨 이곳을 가득 채웠으면 한다.

▲ 부산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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