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베르트 피코 슬로바키아 총리 © AFPBBNews

(브라티슬라바=국제뉴스) 조현호 기자 = 로베르트 피코(Robert Fico) 슬로바키아 총리가 결혼을 이성애적 결합으로 보는 헌법 상의 정의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22일(현지시간) 여성을 보호하는 조약 비준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유럽 위원회의 절반을 다소 웃도는 회원국만이 인권 감시 위원회의 2011년 이스탄불 조약을 비준하고 있다. 

이스탄불 조약은 부부 사이의 강간부터 할례에 이르기까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예방하고 이에 맞서 싸우는 세계 첫 구속력 있는 매개체다.

조약에 동성 결혼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으나, 많은 슬로바키아 사람들은 이 조약의 표현이 전통적인 가족 구조에 대한 위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피코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소위 말하는 가족 내 남성과 여성의 전통적인 역할을 없앰으로써 성평등을 이룩하자 조약의 내용은 의문이 들게 만드는 구절"이라며 "결혼이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라는 정의 조항이 없는 이상, 절대로 비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슬로바키아 의회는 2014년 헌법 개정을 통해 결혼을 남성과 여성 간의 결합으로 정의했으며, 당시 인권 단체의 반발을 샀다.

조약을 비준하는 데 반대 의견을 표하고 있으나, 피코 총리는 일부 요소를 슬로바키아 국내법에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여성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있어 우리의 법이 유럽의 평균 수준에 준하도록 모든 필요한 법적 규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EU 회원국 중 17곳이 이스탄불 조약을 비준했다. 비 회원국 중에서는 알바니아, 안도라, 보스니아 헤르제코피나, 조지아, 모나코, 몬테네그로, 노르웨이, 산마리노, 세르비아, 스위스, 터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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