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채널A 방송 캡처)

배우 조민기에게 성추행당했다는 청주대 학생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과열된 관심으로 피해자들이 또 다른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윤택의 만행을 폭로한 김지현, 김보리(가명), 이승비의 폭로 이후와 마찬가지다. 심지어 송하늘의 경우 이제 막 연극무대에 선 배우이며, 성추행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송하늘이 누구인지, 그가 겪은 피해 상황이 무엇인지에만 시선이 쏠리고 있다.

송하늘의 글이 올라온 후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그의 실명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송하늘은 갑작스러운 관심이 부담스러웠는지 페이스북에 게시된 프로필 사진을 삭제했다. 하지만 이미 송하늘의 사진이 각종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진 상태였다.

송하늘의 글에 연극계 성추행을 폭로했던 배우 A씨와 서지현 검사의 증언에 힘을 실어줬던 임은정 검사도 '좋아요'를 눌러 동의를 표시했다. 앞서 A씨는 송하늘의 글이 올라온 날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피해자 찾기를 당장 멈춰 달라"며 "용기 내서 폭로한 당사자가 기사 한 줄에, 전화 한 통에 다시 상처받고 있다"고 전했다.

연극계 '#Me Too' 운동에 동참했던 한 관계자도 같은 날 긴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피해자들이 2차 고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한 번도 가해자의 이니셜을 공개한 적이 없다"며 "(내가 이니셜을 밝혔다는 보도는) 명백한 허위"라고 강조했다. 또 "이는 피해자들을 두 번, 세 번, 끊임없이 죽이는 것"이라며 피해자 신상 밝히기를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조민기의 소속사 측은 최근 일고 있는 조민기의 성추행 논란에 대해 지난 20일 "조민기의 성추행 의혹은 명백한 루머이고 교수직 박탈 및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 역시 사실 무근이다"라고 전한 바 있다.

이후 송하늘은 "잊고 지내려 애썼지만 조민기가 내놓은 공식 입장을 듣고 분노했다"며 긴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송하늘은 이 글에서 조민기가 자신을 비롯해 여학생들을 공공연히 본인의 오피스텔로 불러 신체를 만지는 등 추행을 일삼았다고 털어놨다. 또 조민기가 공연 연습을 하며 성적으로 희롱하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송하늘은 글 마지막 부분에 "언론의 연락이 더욱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내가 피해자라는 것을 잊었는지 더 자극적인 증언을 끌어내려 연락하는 기자들의 태도가 나를 더욱 힘들게 한다"며 "피해자가 더 숨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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