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예술을 논할 때 빠뜨릴 수 없는 러시아 문학을 만나다

 

(서울=국제뉴스) 하성인 기자 =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은 오는 23일부터 2018년 1월 14일까지 연극 <발렌타인 데이>를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한 집에서 생활하는 두 여인이 동시에 사랑했던 과거의 한 남자에 관해 풀어내는 독특한 이야기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감각적인 연출과 밀도 있는 연기로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한국 초연으로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러시아에서 배우, 영화감독, 프로듀서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러시아 황금마스크 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작가 이반 븨릐파예프 (Ivan Vyrypaev)가 2009년에 발표한 대표작이다.

연출은 예술의전당이 제작한 연극 <보이체크>, <갈매기>의 협력연출로 시작해 다수의 연극, 뮤지컬 작품에서 특유의 연출력을 인정받아온 러시아 유학파 김종원이 맡았다.

무대 미술에는 황금 마스크상 수상에 빛나는 알렉산드르 쉬시킨 (Aleksandr Shishkin)이 참여하며, 연극무대와 TV, 스크린에서 종횡무진 활동하는 배우 정재은, 이명행, 이봉련, 최아령이 출연한다.

2018년 1월 8일 3시 공연 후에는 출연배우와 연출가가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도 예정되어 있다.

<발렌타인 데이>는 이반 븨릐파예프가 2009년 독일 햄니츠 시극단의 의뢰로 창작한 희곡 작품이다. '21세기 러시아 연극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는 평을 받는 이반 븨릐파예프의 작품들은 관객의 열렬한 호응과 평단의 극찬을 끌어내며 현재까지도 영국, 프랑스, 독일, 폴란드 등 유럽 전역에서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다.

연극 <맥베스>, <신의 아그네스>, <왕은 죽어가다> 등을 통해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를 이끌어냈던 김종원이 번역과 연출을 맡는다.

연극 <보이체크>(2003), <꼽추, 리차드 3세>(2004), <갈매기>(2008)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만의 무대 미학을 완성했다고 평가받는 알렉산드르 쉬시킨이 무대 디자인을 맡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크리에이티브 스태프가 예술의전당의 기획으로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국내에서 주로 공연되어온 러시아 연극이 주로 19세기에서 20세기에 활동한 체호프, 푸시킨, 고골리, 고리키, 투르게네프 등의 작가 작품에 편중되어 있었다.

저명한 러시아 작가의 작품과 활동을 분석하고 작가의 인식을 해석하고 수용하는데 치중하다보니 근․현대 러시아 희곡은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 소비에트 시대의 희곡을 번역해 출간하는 사례가 있었으나 동시대 극작가의 작품을 공연하는 데에까지는 이르지 못하였다.

따라서 이번 <발렌타인 데이>가 지니는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이번 공연은 과거와 현재, 현실과 꿈속을 넘나들며 시적이고 입체적인 연극적 꼴라쥬를 선사해, 기존의 고전 연극 작품들과는 색다른 구성과 연극 언어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대미술을 통한 색다른 형식미와 표현 기술도 목격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술의전당과는 연극 <갈매기>(2004), (2008)에서 아르까지나 역으로 인연을 맺으며 열연을 선보인 배우 정재은이 발렌티나 역으로 나선다. 2013년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이후 오랜만에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TV 예능프로그램까지 점령한 정재은 만의 매력 넘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여러 무대에서 다양한 모습을 꾸준히 활동해 온 연기파 배우 이명행이 상대배우 발렌타인 역을 맡는다.

연극 <푸르른 날에>에 이어 모처럼만에 재회하게 된 정재은과 선보일 연기 호흡에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연극, 뮤지컬을 넘나들며 개성 넘치는 연기를 선보여 왔고 최근 영화 <옥자>와 <택시운전사>,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 이봉련이 발렌티나와 발렌타인 사이에서 고통받는 까쟈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연극 <메디아>,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등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최아령 배우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는 코러스로 출연한다.

연극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18살의 발렌틴과 발렌티나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부모님들은 자기 자식의 좀 더 나은 행복을 위해서 두 사람의 교제를 반대한다.

돈을 벌기 시베리아에서 2년 동안 일을 하고 있는 20살의 발렌틴은 사랑하는 발렌티나가 구세프라는 해군장교에게 시집간다는 전보를 받게 된다. 그는 시베리아에서 열차를 타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 모스크바의 발렌티나의 집으로 달려가지만,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구세프에게 시집가기 위해 블라디보스톡으로 벌써 떠났다는 거짓말을 듣고 절망한다.

그리고 블라디보스톡에서 발렌티나가 보낸 이별 전보는 사실 발렌티나의 이름으로 까쨔가 보낸 것이다. 까쨔는 열차승무원으로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톡을 매주 왕복했었다. 그리고 까쨔는 발렌틴을 좋아하고 있었고, 발렌틴이 있는 시베리아로 자주 편지를 써서 보냈었다.

발렌티나 어머니의 거짓말과 가짜가 보낸 거짓 전보로 발렌티나와 이별을 받아들여야하는  발렌틴. 실망과 허탈감에 빠진 그에게 옆집에 사는 까쨔가 용기를 내어 사랑을 고백한다. 두 사람은 결혼한다. 15년의 세월이 지났고 35세의 발렌틴과 발렌티나는 모스크바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만난다. 15년 만에 두 사람은 다시 사랑하게 된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발렌티나, 발렌틴, 까쨔는 모두 고통 받는다. 40살에 발렌틴은 죽게 된다. 슬픔에 빠진 까쨔는 알코올 중독으로 소유하고 있던 물건과 아파트를 모두 발렌티나에게 팔아버린다. 60살이 된 까쨔와 발렌티나는 발렌티나의 배려로 옆방에 같이 살고 있으며 ‘오늘’, 발렌티나의 60세 생일과 발렌틴의 기일을 맞이한다.

(이야기는 크게 3가지 축으로 구성되고 오버랩 된다. 발렌티나의 60번째 생일 날에 진행되는 현재의 장면과 그들 나이 18세, 20세, 35세, 40세의 과거속의 장면, 그리고 마치 현실 같은 그들 내면과 꿈속에 존재하는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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