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건축허가 불허 배상시킨 울산지법 판결이 결정적 작용

(수원=국제뉴스) 김만구 기자 = 최근에 있었던 법원의 판결이 삼성전자의 '6조 투자' 사업 허가 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법적 근거 없이 건축허가를 가로막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거액의 손해배상 결정을 내린 법원 판결이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 증설 허가과정에 '오버랩'된 것이다.

화성시는 삼성 측에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공장 증설에 필요한 교통영향평가심의를 지연시켜오다 착공 목표일(11월15일)을 1주일 넘긴 22일에서야 마지막 행정절차를 진행시켰다.

▲ 화성시청 전경.<국제뉴스DB>

경기도 등에 따르면 화성시는 수원에서 동탄신도시로 이어지는 핵심 도로망인 동탄원천로의 교통체증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삼성 측에 700억 원 규모의 교통시설 지하화를 요구하며 교통영향평가심의를 한 달 넘게 미뤄왔다.

이 과정에서 기업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일자 정당한 건축허가를 불허했던 전임 구청장에게 거액의 배상 결정을 내린 울산지방법원의 지난 9월 판결을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고 화성시청 공무원들은 전했다.

이들은 "행정 외적인 요인 등으로 삼성 반도체 공장 증설 허가가 지연되자 울산지방법원의 판결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말했다.

자칫 삼성이 공장을 지을 시기를 놓쳐 큰 손해를 보게 되면 시장과 담당 공무원들은 거액의 구상금을 물어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당한 공장 증설을 방해해 손해를 끼진 점은 건축허가를 불허한 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이유로 울산 북구청 사례가 비교대상이 된 셈이다.

울산지방법원은 울산 북구청이 지난 2011년 창고형 대형마트인 코스트코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아 재산상의 손해를 끼쳤다며 북구청에 2억6560만 원, 전임 구청자에게 1억14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소송의 손해배상청구액은 30억 원이었다.

화성시 고위 관계자는 "울산 사례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화성시는 22일 교통영향평가심의위원회를 열어 삼성 측이 제시한 교통대책을 그대로 수용하는 조건으로 공장 증설을 위한 건축허가 사항 변경을 의결했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울산은 건축허가였지만, 화성 반도체 공장 증설은 이미 오래전에 허가된 사항을 변경해주는 행정 절차이기 때문에 울산의 경우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 전체는 지난 1999년 이미 건축허가가 이루어져 별도의 허가를 없이 허가사항변경만 승인받으면 공장 등을 지을 수 있는 곳이다. 삼성은 공장 터에 남아 있는 자투리 땅에 반도체 생산 라인(18라인)과 생산 지원시설(용역동)을 짓겠다고 건축허가 사항 변경을 신청했다.     

이 관계자는 "비교 대상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법치'(法治)가 '관치'(官治)를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시사점을 남긴 사례로 기록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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