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사와 부속암자 윤필암

[글.사진 여행작가 김정숙]

깊어가는 가을 끝자락에 들어선다. 울긋불긋 낙엽들은 잔잔한 바람과 함께 여기저기 뒹굴고 있다. 낙엽들은 하나둘씩 모여들어 길가에 화려한 융단을 깔고 오가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밟으며 걷는다. 걸으면 걸을수록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느끼게 한다.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산과 고요함 속에 울려 퍼지는 불경 소리는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듯하다.

▲ 대승사의 대웅전

문경시 산북면 사불산의 산마루에 사면석불상이 있다. 사불산은 해발 912m로 공덕봉을 중심으로 암석 바위들이 곳곳에 솟은 산이다.

대승사의 창건설화에는 진평왕 9년에 갑자기 사면에 불상이 조각된 큰 돌이 붉은 비단으로 싸여 하늘에서 산꼭대기로 떨어진 것이다. 왕이 그 말을 듣고 행차하여 공경히 절하고 바위 옆에다 절을 짓고 대승사라고 부르게 되었다.

망명비구들에게 사면석불의 공양을 올리게 하였다. 망명비구가 죽고 난 뒤 무덤에서 한 쌍의 연꽃이 피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국보로 승격된 대승사의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

대웅전으로 들어선다. 좀 경사진 곳에 단을 쌓아서 자연히 올려다보게 된다. 산세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한다. 앞뜰에는 노주석이 있다. 야간 법회 등의 행사 때 주위를 밝히는 석등이다. 계단 정면에는 꽃 창살이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 ‘국보 제321호‘로 지정된 대승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

대웅전 안으로 들어서면 석가여래가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거느리고 앉아 있다. 뒤쪽에는 일반적인 불화 대신 화려한 금빛 목각탱이 자리하고 있다.

1675년 제작된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은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되었다.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 중에서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불화와 조각을 절묘하게 접목하여 목각탱이라고 부른다. 규모도 크고 부처와 보살상의 표현과 작품 전체의 격이 높고 도상의 수도 많아 다른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들의 모본으로 국보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대승사는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윤필암 가는 길이 보인다. 고불고불 산길을 따라 1km 걸어가면 된다. 겨우 한두 사람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산길이다. 경사도 거의 없어서 누구나 걷기 편한 길이다. 참나무들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단풍잎을 밟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윤필암에 도착했다.

▲ 사불전 앞에서 바라본 윤필암의 가을

윤필암 사불전에는 불상이 없다.

윤필암은 대승사의 부속암자로 1380년에 창건하였다. 여러 차례 중건을 거쳐 1980년대에 모든 전각을 새로 지어 비구니들이 수행하고 있다. 원효와 의상이 사불산의 화장사와 미면사에서 수행할 때 의상의 이복동생인 윤필이 이곳에 머물렀다 하여 윤필암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관음전과 산신각, 사불전, 선원이 갖추어진 규모가 큰 암자이다.

▲ 윤필암에서 바라본 사불산 정상의 사면석불

사불전 법당에는 불상이 따로 없다. 정면에 설치된 큰 유리창을 통해 사불산 정상에 있는 사면석불을 향해 기도한다. 사면석불은 아주 자그마하게 보인다. 맑고 파란하늘과 산에 걸쳐있는 구름은 자연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자아낸다.

 

 여행작가 김정숙..

허브와 식물 키우기를 좋아한다. 여행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을 즐긴다. 사진 찍기를 좋아해서 식물 사진과 여행 사진을 많이 찍는다. 사단법인 한국 여행작가협회에 있는 여행작가학교 12기 과정을 수료하였다. 지금은 안산시 시민기자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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