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외롭고 고통스럽지만 풀코스 완주에 가슴 벅찬 성취감"

▲ 마라톤 입문 14년의 경험담을 밝히는 배명조옹. 그는 외손녀인 이가영 고교골프국가대표가선물한 모자를 즐겨쓰고 있다. (사진=오웅근 기자)

(창원=국제뉴스) 오웅근 기자 = 팔순의 나이에도 각종 마라톤대회의 풀코스 완주로 이력이 난 배명조(80.창원시 의창구 도계동) 옹이 지난 19일 창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창원통일마라톤대회에도 어김없이 출전해 시선을 모았다.

14년 전인 지난 2003년, 당년 68세의 나이에 마라톤에 입문한 늦깍이 마라토너 배명조옹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타고난 마라토너로 이름이 올려져있다.

마라톤 출전을 선언할 당시, 가족들은 워낙 타고난 체력이지만 저러다가 힘들면 그만 두겠지 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러나 가족들의 예상은 빗나간 채 5년, 10년,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칠 줄 모르는 마라토너로서 아예 삶의 일상이 돼 버린 그를 말리기는커녕 어느새 응원부대가 됐다.

배명조 옹은 출발 지점부터 낙오한 참가자와 부상자를 실어 나르는 차량들이 표적을 쫓지만 선두를 빼앗길지라도 기필코 목표지점에 이를 것이라며 스스로에게 다짐하곤 했다.

그런 그는 출발선에선 주저 없이 뜀박질 하던 젊은이들마저 숨고르기와 체력 조절 등 이상증세로 낙오하지만 처음과 마지막 페이스를 조정해 때론 걷고 뛰면서 풀코스를 완주함으로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온 사람이다.

▲ (사진제공=배명조 마라토너) 배명조옹의 마라톤 완주 장면을 가족들이 담아 놓았다.

이 같은 배명조옹을 보고 일각에선 80세 이상 참가자들 중에 마산과 창원, 진해에서 풀코스를 완주한 유일한 사람으로 일컫고 있다.

배명조 옹은 "풀코스를 향해 한창동안 뛰어가다 보면 앞뒤로 아무도 보이지 않아 길을 잃진 않았는지 두려울 때도 있었다"며 "춘천마라톤대회에 그렇게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은 줄 몰랐다. 자기 페이스에 걸리면 마지막 죽을힘조차 없다는 말이 생각 나 오르막길은 걷기도 하며 체력을 안배해 끝까지 완주했다"고 말했다.

배씨의 큰 딸과 아들은 아버지의 풀코스 완주를 축하해 주기 위해 배씨가 살고 있는 주택의 현관 앞에서 현수막을 걸어 축하하기도 했다.

배씨는 주로 42km가 넘는 풀코스에 참가하지만 일반적인 마라톤 코스의 절반 격인 21km 남짓한 하프 마라톤대회에서는 2시간1분의 기록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 10월 29일 춘천국제마라톤대회 42.195km 코스에서 하체의 분열증세로 발을 땅에 디디지 못할 정도의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완주함으로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또 10월 15일 창원에서 열린 21.095km의 경남하프마라톤대회에서도 완주해 실버스타 상을 수상하는 등 지금까지 63회 출전을 통해 받은 수상경력 또한 화려하다.

▲ (사진제공=배명조옹) 배명조옹이 각동 마라톤대회에서 수상한 매딜이 집안 가득 걸려 있다.

이 같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배명조옹은 "눈비가 와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으며, 버스 안에서도 쉬지 않고 유산소 운동을 하고 있다"며 "건강의 비결은 햇빛과 운동, 휴식, 음식, 친구, 자신감 등을 생활 속에 안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젊은 시절 법무부 소속 사법경찰관으로 명성을 날렸다는 배명조옹은 "얼마 전 집안에 들어 온 2인조 강도에게 '교도소에서 26년 살다 왔다'고 엄포를 놓자 갑자기 자세를 바꾸고 슬그머니 사라졌다"는 무용담을 말할 정도로 유머와 담력 또한 넘쳤다.

배명조 옹은 잠자는 시간과 세면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태극 마크가 달린 모자를 즐겨 씌고 있으며, 더욱이 마라톤을 할 때도 그러하다. 자신의 외손녀인 이가영 고교생 골프국가대표가 할아버지에게 준 선물이기 때문이다.

▲ 19일 창원믿음의 교회에서 조선구 담임목사로부터 세례를 받는 배명조 옹의 모습.(사진=오웅근 기자)

그런 그가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모자를 벗었다. 그가 입교한 창원믿음의 교회에서 세례를 받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그날은 제17회 창원통일마라톤대회가 열린 날로서 이 날 대회의 출발선 상에 섰던 그였으나 세례식에 참여하고자 마라톤 코스를 이탈한 기록적인 날이기도 했다.

이날 부인 김능자(75)씨와 나란히 세례를 받은 배명조씨는 "비록 풀코스 완주를 못하고 이탈했지만 가장 값진 선물을 받은 행복한 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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