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정에나 소독약, 소화제, 반창고 등이 들어있는 플라스틱 구급함 정도는 준비돼 있기 마련이다. 종종 서랍이나 찬장에서 용도도 가물가물한 오래된 약들이 한 보따리씩 발견되기도 한다. 있으면 매우 요긴하게 쓰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없느니만 못한 가정상비약의 올바른 관리에 대해서 알아보자.

 

병원에 가기 전 가정상비약으로 이틀 정도 치료해보는 것이 좋다. (X)

구급함 안에 무조건 약이 많으면 좋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사실 많은 의사들이 가정용 상비약은 해열제 한 가지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섣부른 자가 치료는 병의원에 가서 정확한 치료를 받는 것보다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복통을 호소할 때 소화제나 먹이고 방치했다가 분초를 다투는 장중첩증 같은 위험한 병을 놓칠 수 있다는 말이다.

오래된 해열제 시럽, 먹어도 된다. (X)

요즘은 동네 어디에나 병의원들이 있다고 하지만 한밤중에 아이를 들쳐 업고 병원에 가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유효기간도 확인하지 않고 집안 어딘가에 방치돼 있던 오래된 해열제를 먹이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알약은 그나마 좀 낫지만, 일단 개봉된 시럽 종류는 2~3주만 지나도 오염되거나 상할 수 있다.

괜히 간단한 감기증세를 세균성 복통으로 악화시킬 수도 있다. 대개 개봉되지 않은 파스나 알약의 유효기간은 2년 정도, 시럽은 1년 정도지만, 일단 개봉된 시럽은 단기간에도 변질될 수 있다.

따라서 먹다 남은 시럽류는 1~2주 안에 다시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 눈에 넣는 안약류도 개봉한지 몇 달이 지났다면 세균이 번식할 수 있으므로 사용해선 안 된다.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는 어떤 약도 먹이지 않는다. (O)

흔히 청심환이나 기응환 같은 한방약들을 상비약으로 준비하고 있다가 아이들이 놀라면 기응환, 중풍으로 쓰러지면 먼저 청심환부터 먹이고 병원에 오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의식이 없거나 몽롱한 상태의 환자에게 이런 약을 억지로 먹이려 하다가 약이 기도로 넘어가면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아이들이 놀랄만한 일로 놀랐다면 품에 안고 잘 달래줄 일이지 약을 먹인다고 해결될 것은 아닌 것이다.

가정상비약은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O)

사람들은 약의 성질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약은 습기에 약하다.

모든 음식물들이 그렇듯 습기로 인해 여러 박테리아나 세균에 노출될 수 있으며 화학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햇볕도 마찬가지. 효능이 사라지거나 변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반드시 해가 들지 않고 건조한 곳에 구급상자를 두고 그 안에 약을 보관해야 한다. 약을 보관할 때는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므로 어린아이의 손에 닿지 않는 높은 곳이나 수납공간에 두는 것이 좋다.

비슷한 증세라면 다른 사람이 먹던 약을 먹어도 된다. (X)

과민 증상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비슷한 증세라도 다른 사람이 먹던 약을 먹지 않는다.

특히 해열제나 소화제는 아이와 어른이 따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할 것. 아이에게 할머니가 드시던 감기약을 나누어 먹인다든지 하는 것도 위험천만한 일이다.

별도로 조제한 약이 아니라 포장이 남아있는 약이라면 유효기간이 적혀 있으므로 이를 잘 지키면 된다. 오래된 항생제 등은 약효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설사와 복통을 일으킬 수 있으니 유의하자.

 

*자료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지 11월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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