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보은군 내북면 시골 마을의 끝. 꽃 만발한 언덕 너머 삼남매의 통나무집이 있다.

10년 전, 가장 먼저 터를 잡은 사람은 첫째 장미란(46) 씨다. 20여 년 전,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 곁으로 돌아왔던 그녀는 전통주의 매력에 빠졌다.

그 후 자신만의 술을 빚고 싶다는 생각에 귀농했다. 그 무렵 제약회사에 다니며 귀농을 꿈꾸던 막내 석근(42) 씨가 합류했고 주말마다 청주와 보은을 오가며 통나무집을 직접 지었다.

그렇게 첫째와 막내가 보은 산골에서 술을 빚으며 농사를 지어오다 3년 전, 드디어 일을 냈다! '직접 가꾼 건강한 식재료로 계절이 담긴 자연 밥상을 만들어보자' 여기에 둘째 영란(44) 씨가 합세, 삼남매가 의기투합했다.

술 빚는 첫째, 요리하는 둘째, 농사짓는 막내. 분업이 확실하다. 작물과 풀이 함께 자라는 유기농 밭, 건강한 먹거리는 삼남매의 고집이다.

전통주를 음식에 담아내고 싶었던 미란 씨는 전통주의 향과 맛을 살려낸 특제 소스를 만들었다.

그러면 둘째 영란 씨가 정갈한 밥상을 완성하는데, 미란 씨에게 배운 전통음식은 물론, 전직 분식집을 운영했던 영란 씨의 요리 실력은 그야말로 달인의 경지. 색색이 채소를 곱게 채 썰어 탑 쌓듯 만드는 전통잡채, 복분자 와인에 재우고 전통주 소스로 맛을 낸 닭 가슴살 샐러드, 보은 특산품인 대추로 만든 대추초, 들깨를 넣어 만드는 열무 물김치까지… 눈과 입이 모두 즐거운 한 상이 차려진다.

삼남매의 남다른 손맛과 정성은 모두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이라는데… 자식들은 ‘세 끼 밥만 먹이면 잘 크는 줄 알았다’는 어머니의 밥상은 매 끼니가 정성스러웠다.

먹기 바로 전에 나물을 무치고, 묵은 나물로 튀각을 만들고, 호박잎을 따다 데치고, 여전히 마늘은 늘 빻아 쓰고 무채는 반드시 칼로 썰어내는 어머니다. 그 정성과 손맛이 지금 삼남매가 만드는 밥상의 시작이었다.

한창 젊은 나이에 귀농한다는 자식들을 보며 처음에는 반대가 컸던 어머니, 지금은 청주와 보은을 오가며 삼남매를 챙기신다.

20여 년 전 남편을 먼저 보내고 살아온 어머니의 인생. 어머니의 칠순이 다가오자 삼남매는 잔칫상을 직접 차려내고 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가족 여행을 떠난다. 그날 밤, 그동안 하지 못했던 깊은 속내를 털어놓는데…

삼남매가 의기투합한 지 어느덧 3년. 충청북도 고수들이 모인다는 지역 요리대회에 출사표를 던졌다. 버섯 중에 일 능이, 이 송이… 귀한 야생 버섯부터 호박꽃까지 준비하는데, 과연 자매가 만들려는 요리는 무엇일까? 밤마다 연습에 돌입하는 자매, 석근 씨는 짐꾼 몫을 하느라 바쁘다. 드디어 대회 날, 음식 재료에 그릇들까지 이삿짐 같은 준비를 마치고 대회 장소인 제천으로 향하는데… 삼남매는 그들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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