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역폭발사고 주역에서 발빼기 위한 숨고르기?

▲ (사진=폭발사고 이전 이리역 전경)

 

▲ (사진=지금의 익산역 모습)

(익산=국제뉴스) 홍문수 기자 = 익산평화의소녀상 건립 당시 익산시·시민들과 척을 지며 대립각을 세우던 코레일 전북본부(한국철도공사)와 익산역이 '이리역 폭발사고 40주년 추모행사'를 앞두고 또다시 도마에 오르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코레일 전북본부(코레일)는 지난 8월 일제수탈의 현장으로 역사적 의미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익산역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와 익산시의 줄기찬 협조요청에 불허방침으로 일관하다 정치적 외압과 시민들의 하나 된 요구로 결국 설립에 동의한 바 있다.

익산시는 전쟁 폭격과도 같았던 황폐하고 절망으로 가득했던 1977년 11월 11일 21시 15분 당시를 기억하며 내달 11일 익산역 광장에서 '이리역 폭발사고 40주년 추모행사'를 앞두고 있다.

이날 행사는 코레일의 예산지원 없이 익산시 혈세 1억원 만으로 유가족과 약1천여 명의 익산시민들이 익산역 내에 위치한 추모탑 헌화를 시작으로 추모식이 거행될 예정이다.

이 날은 당시 이리삼남극장에서 공연을 하다 이리역 폭발사고를 직접 경험한 가수 하춘화 씨의 추모공연이 준비되어 있다.

▲ (사진=이리역 폭발당시 삼남극장)

하지만, 이번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익산시가 코레일 측에 예산지원을 요청 했으나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히며 협조사항으로는 역광장 등 시설물이용으로 제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익산시가 코레일 측에 적극적으로 협조요청을 하지 않은 것이 코레일 측의 미온적인 태도를 불러온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40주년 행사를 주관하는 익산시와 익산문화재단이 유족 발굴에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30주년 추모행사 때 발족한 '이리역폭발사고희생자추모사업회' 측과 어떠한 협조요청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비판이 쏟아지는 것이다.

추모사업회 관계자는 "행사규모는 작지만 지금까지 2년에 한 번 꼴로 행사를 치러오면서 한화그룹과 3년 전까지 교류를 이어왔다"며 "이번 행사에는 연락도 없었다"고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익산평화와통일을사랑하는사람들(평통사) 김대송 사무국장은 "코레일, 익산역 그리고 (주)한화가 이리역 폭발사고 당시 명백한 가해자 입장임에도 피해자인 익산시민의 혈세로만 이번 추모행사를 치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강하게 성토했다.

▲ (사진=이리역 폭발사고 지점에는 지름이 30m, 5층 높이의 웅덩이가 패여있다.)

곡절 끝에 지난 8월 익산역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마치고 이리역 폭발사고 40주년 추모행사와 관련해서 "협조할 부분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겠다"며 적극적인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코레일 측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입장 태도를 바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익산시와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비난을 한 몸으로 받고 있다.

▲ (사진=이리역 폭발사고 당시 모습)

이를 두고, 소나기를 잠시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시간을 벌다가 행사가 코앞까지 다가오자 입장태도를 바꾼 코레일 측을 향해 철도행정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 같다며 야유가 쏟아지고 있다.

거기다 기껏해야 이용시설에 대해 역광장을 비롯해 주차장과 부대시설 정도로 한정해 놓고 이것마저도 익산시와 조율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면서 온갖 비난이 범람하고 있다.

또한, 사망 혹은 이재민에 이르기까지 수 천 명의 익산시민의 피해자가 발생한 이리역폭발사고가 시간이 흐르고 기억에서 잊혀지기를 희망하면서 서서히 발뺌작업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과 이를 위한 숨고르기가 아니냐는 등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 (사진=이리역 폭발사고 현장)

신동의 A씨(49)는 "아직도 피해자 및 유족들은 폭발사고 후유증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 코레일은 이에 대해 어떠한 입장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며 "코레일 측의 빈약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이번 40주년 행사를 기점으로 앞으로 시민들이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추모행사를 해마다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이리역 폭발 희생자 추모탑)

한편, 현재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이리역 폭발사고 위령탑'을 시민누구나 찾아볼 수 있는 역광장으로 이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행사와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얻으면서 코레일이 어떠한 입장태도를 보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사진제공=익산시, 1950년대 이리시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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