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뉴스) 김민재 기자 = 최근 대법원 형사1부는 고객명의로 대출을 받아 그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은행직원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외부영업제도에 따라 9명의 고객들을 직접 방문해서 대출신청에 필요한 서류들을 받고 그들의 명의로 대출신청을 했지만 피해자들의 계좌로 들어온 대출금 5억여원을 38회에 걸쳐 본인 채무를 갚거나 개인용도에 사용했다.

1심에서는 업무상 횡령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고 2심도 같은 형을 선고했지만 A씨가 피해자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대출금을 임의로 인출하지 않아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면서 횡령이 아닌 업무상 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피해자들의 대출금은 은행 소유이고 그 직원인 A씨가 대출금을 잘 관리하는 것은 은행 업무이지 예금주인 피해자들의 사무에 속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서 “A씨가 피해자들의 예금계좌에 입금된 대출금을 권한 없이 대출한 이상 피해자들의 예금채권은 소멸하지 않고 그대로 존속하며 피해자들은 여전히 은행에 그 반환을 구할 수 있으므로 피해자들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 같은 듯 다른 횡령죄와 배임죄

이러한 사례에 대해 법무법인 이헌의 신병재 변호사는 “우선 형법상 횡령죄와 배임죄는 다른 사람의 신뢰를 위반해서 경제적 범죄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같은 듯 하지만 법리적 구성의 측면이 다르기 때문에 꼼꼼하게 사안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횡령죄는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재물을 처분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경우에 성립하고 배임죄는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한 행위로 자신 또는 제3자에게 재산상 이득을 얻고 본인은 손해를 입는 경우 성립한다.

이에 신 변호사는 “배임죄의 경우 사무의 성질이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일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일례로 자동차를 할부로 구매해서 납부하던 사람이 차를 매도하고도 자동차 등록명의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경우, 할부금을 납부하지 않아서 손해를 끼쳤더라도 연체된 할부금 납부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 자신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므로 배임죄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만일 친구와 공동으로 토지를 매수해 사업을 하기로 동업계약을 체결했으나 친구가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 업무를 처리하면서 동업자를 배제한 새로운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타인에게 명의를 이전했을 경우, 동업자는 토지의 잔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므로 이 행위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어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가중처벌 대상인 업무상횡령과 업무상배임죄

더 나아가 업무상횡령죄는 업무상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할 때 성립하고, 업무상 배임죄는 업무상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해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하며 둘 다 횡령·배임죄보다 가중처벌 대상이다.

신병재 변호사는 “일반 배임죄보다 업무상배임죄를 가중처벌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죄가 다수인과의 신뢰를 배반한 사건일 가능성이 높고 그 피해액도 크기 때문”이라면서 “위 사례처럼 업무상 횡령죄와 업무상배임죄인지 사건상 혐의 적용이 헷갈릴 수 있어 법률적인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므로 사건 발생 시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그 행위가 업무상횡령인지 업무상배임인지를 판단해서 성립요건에 따른 적절한 대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병재 변호사는 제44회 사법시험에 합격, 34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3년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입법조사관, 9년간 서울서부지방검찰청 등에서 검사로서 다양한 경제범죄 사건들을 수사하였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변호사로서 사기, 횡령, 배임 등 재산범죄 사건들을 맡아 의뢰인들에게 법률적으로 조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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