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여행작가 김진영]

성큼 다가선 가을에 길을 나섰다.

높고 푸른 하늘에 풍요로움이 짙어가는 계절, 소금을 뿌려 놓은 듯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강원도 평창군 봉평으로 발을 옮겼다. 봉평에는 이효석문학관도 있어 그의 삶과 문학의 흔적도 엿볼 수 있었다.

▲ 봉평 메밀꽃밭

산허리를 돌아서니 눈에 보이는 꽃밭은 온통 소금을 뿌려 놓은 듯 하얀 메밀꽃으로 덮여 있었다. 소설가 가산 이효석이 그의 작품 속에서 소금을 뿌려 놓았다고 표현한 메밀꽃밭. 그 표현대로 메밀꽃으로 덮여 있는 밭은 초록색 잎 사이로 하얀 메밀꽃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새하얀 메밀꽃인 군데군데 초록색 잎들이 보였다. 늦여름 초록잎 위로 새하얀 겨울눈이 내린 것 같은 착각이 드는 풍경이였다.

▲ 메밀꽃

한낮 쏟아지는 햇살은 따갑지만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에 제법 서늘함을 느끼는 계절이 오면 봉평 그 메밀 꽃밭이 기억났다. 꽃 하나하나 보면 메밀꽃은 그냥 집 앞 강변에 피어 있는 흔한 들꽃 같다. 그런데 메밀꽃으로 가득 찬 꽃밭은 느낌이 전혀 다르다. 메밀꽃이 가득 핀 꽃밭을 보면 발걸음이 저절로 하얀 메밀꽃밭 한가운데로 옮겨 간다.

몇 년 전 친구를 따라 나선 길에 본 봉평 메밀꽃밭은 그렇게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해마다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가을 문턱에 이르면 봉평 메밀꽃밭과 그 나들이 길에 먹었던 메밀막국수 그리고 메밀 막걸리 한 잔이 생각난다.

▲ 메밀 막국수

봉평, 메밀꽃밭, 이효석 이 단어들은 한 묶음이다. 강원도 평창군 봉평은 서른다섯이라는 너무도 짧은 생을 살고 간 소설가 가산 이효석이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봉평에 가면 메밀꽃과 이효석이 그의 문학과 함께 항상 호흡을 같이 하고 있었다.

▲ 이효석 문학관

매년 늦은 여름이 지나면 강원도 평창군 봉평에서는 효석문화제가 열린다. 메밀밭이 하얀 메밀꽃으로 옷을 갈아입을 때가 되면 사람들은 메밀꽃 향기를 따라 봉평으로 모여든다. 그리고 새하얀 메밀꽃밭 사이로 추억을 담으며 걷는다.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거니는 연인들이 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쫓아 그 뒤를 따라가는 가족들이 있었다. 함께하는 순간들을 메밀꽃밭 속에서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기는 모습이 무척 행복해 보였다.

9월 초에는 효석문화제도 열린다. 메밀을 재료로 만든 맛있는 메밀막국수, 메밀전병, 메밀묵도 먹어 볼 수 있다. 그리고 봉평면 효석문학기에 있는 이효석문학관에서는 격동의 시기에 사회의식을 멀리하고 자연적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순수한 인간의 본성을 그려낸 그의 문학세계에도 들여다볼 수 있다.

“산 허리는 온통 메밀 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가산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온 한 문장이다. 곧 있으면 메밀꽃은 시들어 가고 또 내년을 기약하겠지만 주말에 봉평을 찾아 달밤아래 사랑하는 사람들과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메밀꽃은 향기가 기억에 없다. 기억에 남지 않을 정도로 은은한 향기를 가지고 있지만 메밀꽃 필 무렵이면 이효석의 소설들과 함께 하는 메밀꽃 여행을 하고 싶다.

▲봉평 메밀꽃밭 가는 길 :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문화마을

▲이효석문학관 : 강원 평창군 봉평면 효석문학길 73-25

 

 

[김진영 여행작가]

삶은 여행이다. 인간은 다양한 여행을 통하여 더 행복하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방법을 깨닫는다. 그래서 여행은 마음에 여유와 풍요를 주고 고단함을 달래 준다. 그런 여행을 하고 그 여행에서 보고 느끼는 것들에 대하여 사진과 글로 기록하려고 한다. 유년시절 문학에 관심이 많던 꼬마가 지천명 나이를 넘겼다. 소규모 전자부품 회사에 대표로 있는 바쁜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지만 그 바쁜 시간 속에서 틈을 내어 여행을 떠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여행작가협회에 있는 여행작가학교 10기 과정을 수료하고 사진을 촬영하고 글을 쓰고 있으며 더 넓고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을 꿈꾸고 있다. 현재는 국제뉴스에 여행기를 정기적으로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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