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국제뉴스

(싱가포르=국제뉴스) 박원준 기자 = 1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선출됐으나, 무투표로 당선까지 이른 과정이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슬람 말레이 소수파 출신으로 의회 의장을 역임한 바 있는 할리마 야콥 대통령 당선자는 제도권의 충복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야콥은 싱가포르 당국이 엄격한 후보자 자격 기준을 충족시킨 선거 경합 예정자들이 없다고 결정함에 따라 애초 예정된 선거 경쟁과 투표 과정 없이 싱가포르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부의 강력한 통제하에 수십 년 동안 여당이 집권해 온 싱가포르에서 대통령 후보를 실격시켜서 선거가 불필요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특정 인종, 이번 경우와 같이 말레이인들을 위해 대통령 후보에 나온 것은 전례 없는 일이어서 불만이 있던 차에 무투표 당선이라는 과정에 대한 반발이 더해져 시민들의 분노를 가중했다.

안경과 헤드 스카프를 착용한 63세의 야콥의 대통령 당선이 공식 발표되자 싱가포르의 소셜 미디어는 비판이 일색이다. 

한 네트워킹 사이트에는 "이제 (그녀를 대통령 당선인이 아닌) 대통령 선임자라고 부르겠어"라는 글이 올라왔다.

또 일부 게시물들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에 화가 난 미국인들이 사용했던 해시 태그인 'NotMyPresident(나의 대통령이 아니다)'가 붙었다.

대선을 앞두고 의원직을 사임하기 전까지 약 20년 동안 여당인 인민 행동당 의원으로 활동해 온 야콥은 당선 확정 후 연설을 통해 선출 과정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하려고 애썼다.

야콥은 "나는 모든 사람을 위한 대통령이다. 선거는 없었지만, 모두를 섬기는 나의 공약은 변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싱가포르는 550만 명의 인구 대부분이 중국계가 차지하고 있어 1991년 직선제 도입 이후 중국계 대통령이 독주의 우려돼 왔다.

이에따라 싱가포르는 특정 민족집단이 대통령 선거를 장악하고 소수민족이 대통령직에서 배제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최근 5차례 임기 또는 30년 동안 대통령직에 선출되지 못한 소수민족 집단을 단독으로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 할 수 있도록 지난해 11월 헌법을 개정됐다.  

그 결과 싱가포르 대표 소수 민족인 말레이계에게 첫 단독입후보 권한이 주어졌다.

한편, 싱가포르의 국가원수 자리는 고위 관료 선임 거부권을 포함, 제한된 권한을 가진 상징적인 직위로 역대 당선자들이 역할 수행 과정에서 정부와 긴장 관계를 유발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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