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우스콘서트 박창수 대표의 후기

▲ 2017 원먼스 페스티벌 개막식 공연, 우산과 우비를 쓰고도 즐거웠다. (사진=더하우스콘서트 제공)

(서울=국제뉴스) 강창호 기자 = 지난 7월 31일자로 '2017 원먼스 페스티벌'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7월 내내 뜨거웠던 한여름의 열기와 함께 28개 국가 614개의 콘텐츠들로 그 열정을 보여준 원먼스 페스티벌은 아직도 참가자들의 입에서 흥분과 열정의 단어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 흥분이 채 가시기전 다시 기억을 되새기며 더하우스콘서트 박창수 대표의 후기를 통해 7월의 원먼스 페스티벌 속으로 들어가보고자 한다.

2017 원먼스 페스티벌과 존 케이지(John Cage)의 작품 '4분 33초'

▲ 박창수 대표 (사진=더하우스콘서트 제공)

원먼스 페스티벌이 끝나면 저는 언제나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긴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지난 한 달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한 달간의 그 모든 장면은 무엇을 말해주었는가... 지난 7월 이후 보름이라는 시간 동안 "그 무엇"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긴긴밤을 지새웠던 것 같습니다. 

존 케이지의 작품 '4분 33초'. 올해 원먼스 페스티벌이 시작되기 전 저는 이 작품을 자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고민한 "그 무엇"에 대한 해답은 제가 몇 달간 떠올려왔던 존 케이지의 작품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4분 33초'는 연주자가 침묵함으로써 발생하는 우연한 '소리의 조합' 에 청중 개개인이 귀를 열고,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도록 하여 각자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게 의도한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원먼스 페스티벌 역시 그랬습니다. 방송 이틀 전까지 참가 신청을 열어두었기에 한 달 후 어떤 그림이 그려지게 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누가 무엇을 보여주려 할지 모르는 채 시작된 페스티벌은 예상치 못했던 소리의 움직임으로 한 달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리고 모든 장면에서 개개인의 내면에 일으킬 변화는 무엇일지 기대하게 했습니다. 그 변화의 주체는 연주자, 기획자, 현장의 청중, 페이스북 시청자 모두였고, 물론 저 자신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 7월 한여름의 열기와 함께 28개 국가 614개의 콘텐츠들로 그 열정을 보여준 원먼스 페스티벌!

지난 7월의 움직임은 이렇듯 은밀하게 진행된 우리들의 '4분 33초'가 아니었는지요. 그리고 이 작품은 28개 국가에서 614개의 콘텐츠로 마무리됐습니다.

한 달간 우리는 실로 다양한 공연과 문화적 가치를 나누어 가졌고, 그 모든 것의 결정적인 아름다움은 '함께 만들고 함께 나눈다는 생각'에 깃들어 예기치 못한 큰 울림을 만들어 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결과물을 돌아볼 시간입니다. 우리는 어떤 내면의 소리를 들었을까요(?) 무대에 선 연주자들과 함께한 청중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 비에 젖은 악보, 비가 와도 원먼스 페스티벌의 열정을 식힐 수 없었다. (사진=더하우스콘서트 제공)

저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이 아는 개인적인 변화를 겪었을 뿐 아니라 '우리'가 되어 함께 했기에 가능했던 공통적인 의식의 연대감도 경험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소비 상품으로 전락한 자극적인 문화, 이기적이고 갈등으로만 점철된 정치, 서로의 신뢰를 상실한 사회의 어두운 현실 속에서, 좀 더 깊이 있는 문화를 향유하기 원하고 함께 추구할 수 있는 공동의 가치를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 예술 행위와 작품은 그 자신이 의미 있는 질문이 됨으로써 사회에 기여해왔기에, 원먼스 페스티벌은 그 자체로 명확한 해답이 되기보다는 실천과 행동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또한, 페스티벌에 참가하거나 지켜본 분들 개개인이 좋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되기를 원했을지도 모릅니다. 예술인들이 설 수 있는 합리적인 문화 인프라의 구조, 이를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우리가 바라는 변화는 무엇이며, 그에 도달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떠한 희생과 협동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생겨나기를 원했을지도 모릅니다.

▲ 2017 원먼스 페스티벌의 이모저모 (사진=더하우스콘서트 제공)

연주자로서, 음악 애호가로서, 기획 정책 입안자로서 미래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우리가 모두 스스로 질문을 던진다면 이보다 더 큰 희망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원먼스 페스티벌은 많은 분들의 관심 속에 무사히 막을 내렸습니다. 저는 페스티벌 기간 내내 하콘(하우스콘서트)을 향한 무한한 응원의 목소리를 들었고, 과분한 사랑이 제 내면에 단단히 자리를 잡아 그 어떤 것보다도 더 강력한 의지가 되고 동력이 되어주었음을 고백합니다.

원먼스 페스티벌이 의미 있게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함께 한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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