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살인 로봇 금지 운동이 등장했다 ⓒ AFPBBNews

(시드니=국제뉴스) 조현호 기자 = 세계를 대표하는 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살인 로봇(killer robots)에 대한 금지 운동을 국제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의 CEO 엘론 머스크(Elon Musk)는 기술적 발전이 전쟁의 형태를 바꾸고, 무고한 일반인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테러 무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머스크는 100명이 넘는 로봇 및 인공지능 기업가들의 서명을 모아 자율 무기 개발을 방지하는 방안을 UN에 촉구하는 성명서를 제출했다.

총 116명의 기술 분야 권위자들은 “자율 살인 무기가 전쟁에 3차 혁명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중에는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 창시자인 무스타파 술레이만(Mustafa Suleyman)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그 무기가 일단 개발되고 나면, 전쟁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그리고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고 밝혔다.

기술이 악용될 가능성도 강조됐다. 성명서에 따르면 “이러한 무기가 독재자나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어가 바람직하지 못한 방식으로 사용되면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는 테러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우리에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일단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 이를 다시 닫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과 함께 주기적으로 인공지능의 위험에 대해 경고해 왔다.

한편, 이번 성명은 20일(현지시간) 멜버른에서 인공 지능 국제회의(International Joint Conference on Artificial Intelligence)의 개최와 함께 발표되었다.

이 회의에는 2천 명이 넘는 세계 정상급 인공지능 및 로봇 전문가들이 참가했다.

한 전문가는 자율적 무기가 전쟁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시드니 공과대학의 메리-앤 윌리엄스(Mary-Anne Williams) 교수는 “오늘날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분쟁의 발발 및 악화를 억지하는 요소이다. 

그러나 주 사상자가 로봇이라면 이러한 억지력이 완전히 상실돼 분쟁 가능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사우스웨일스대학(University of New South Wales)의 토비 월시(Toby Walsh) 교수는 "오늘의 결정이 우리가 원하는 내일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그는 “거의 모든 기술은 좋게도 나쁘게도 쓰일 수 있으며,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공지능(AI) 국제회의 주최 측은 이번 국제회의에 역대 가장 많은 중국 참가자가 기록됐으며, 이는 이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중국 정부의 압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오는 25일 종료될 예정이다.

프로그램 위원장인 스페인 국립 연구위원회(Spanish National Research Council)의 카를레스 시에라(Carles Sierra)는 이번 회의의 초점은 완전 자율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의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 밝혔다.

이 밖에 자율 무기에 관한 한 UN 단체도 20일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공식 웹사이트에 의하면 회의는 오는 11월까지 연기될 것이라고 한다.

앞선 2015년에 수천 명의 연구자들과 유명 권위자들이 자율 무기를 금지하기 위한 호소문을 처음으로 작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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