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던가?

▲ (사진제공 = 고려대)박태우 고려대 연구교수, 정치.외교안보평론가.

요즘 세간에선 Korea Passing이라는 말이 유행이 되었다.

콩글리쉬이지만 향후 북 핵 문제를 다루는 일정에서 우리 정부의 입김이 차단되는 매우 불행한 사태를 상징하는 고유명사가 되어 버렸다.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의 개입이 불가피한 한반도 위치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우리 정부의 의지와 전략의 문제인 것이다.

한 메이저 신문의 사설제목이 “북미 주한미군 거래, 이제 테이블 밑까지 왔다”는 현실이 우리를 더 걱정하게 한다. '북핵타협론'이 이런 방향으로 가면 우리는 과거의 어두운 역사를 다시 되풀이 할 개연성이 매우 크다.

나름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경제신화를 만드는 세계사의 주역이 되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우리의 안보문제를 스스로 지키는 문제에선 우리 스스로의 자율성이 확보되었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흐름과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국가의 생존전략의 틀을 짜고 있는 북한의 독재정권의 본질이 변하지 않는 이상, 대한민국의 바른 현실 인식은 아주 불안정한 안보의 문제점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안보불감증'이 큰 화를 부를 것이다.

하지만, 이상주의적이고 폐쇄적인 민족주의적인 담론이 소위 검증이 안된 평화(平和)라는 논리와 합세하여 우리의 이 안타까운 안보현실의 문제점을 국민들이 간과하는 담론들이 여기 저기 너무나 많이 퍼지어서 대한민국 스스로 안보의 토대를 흔들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그러한 징후 중의 하나가 최근에 들리는 북 핵과 미사일 문제를 놓고 벌이는 '북미직접담판론'이다.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 한국을 배제하고 자신들의 군사이익을 앞세워서 '미북평화조약'까지 끌고 간다면, 이거야 말로 적절한 한미동맹관리로 그 동안 '안보무임승차론'을 반박해 오던 한국의 현주소가 백주 대 낮에 다 공개되는 수모를 겪을 수가 있는 것이다.

1592년 임진왜란(壬辰倭亂)이 발발하고 의주까지 피난 가서 명나라의 땅인 요동으로 까지 몽진을 계획했던 선조의 무능함과 나약한 결기가 부른 국가존망의 위기(危機)가 결국은 당시 상국으로 섬기던 명나라의 구원병이 조선 땅에 당도하면서 최악의 순간은 모면하게 된다. 

조선의 딱한 처지를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던 명나라는 명분론에 사로잡히어 과도한 군사적 충돌보다는 당시 왜의 협상론자인 왜장 소서행장과의 강화협상으로 전쟁도 막고 군사적인 피해도 줄이려는 어중간한 전략을 실행한다.

이러한 명의 태도는 간혹 전투에 참여하여 성과를 내기도 하였지만 당시 조선에 파견되었던 경리 송유창에서 양호까지 계속 숨은 카드가 되어  명의 유격장군 심유경의 간계와 더불어서 조선조정을 괴롭히는 왜와의 '강화협상론'이 전쟁이 끝나는 1596년 11월까지 잠복해 있었다.

조선의 왕인 선조를 속이고 당시 동아시아의 국제 전쟁이었던 임진왜란을 종결시키어, 심지어는 명과 왜의 신하들의 간계로 조선의 영토를 나눠 명과 왜가 관할 통치하는 안까지 어루만지며 조선을 괴롭히었다.

바로 이러한 시점에 동인 서인 파쟁으로 전란에 대비를 못한 당파의 폐해 속에서도, 그나마 이순신, 유성룡, 윤두수, 이항복, 이덕형, 권율, 정철, 이원익과 같은 지략가들과 관군의 패퇴에 대안으로 분연히 일어난 의병들이 있었기에 다 망해가던 조선을 살리는 기폭제가 되었다.

임란전의 정여립 반역사건, 그리고 임란 중에도 일어난 이몽학, 송유진의 반란은 이미 수명을 다한 부패한 조선조정의 현실을 잘 보여준 것이었다.

필자는 유성룡이 난 후에 반성과 참회로 집필한 '징비록'에서 지금 위중한 안보문제를 더 중히 다루지 못하는 우리가 더 배워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렇게 엄청난 국난의 폐해를 겪고도 임란 후에 조선의 조정은 무능한 군주 선조를 정점으로 여전히 북인 서인 남인 등 파쟁으로 날을 세며 국가의 개혁과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40년 뒤에 병자호란(丙子胡亂)을 맞아서 많은 조선의 백성들이 청군의 포로가 되어 머나 먼 중국 땅으로 끌려가는 비극을 다시 만든 것이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조선의 당파체제는 이처럼 백성이 근본이라는 유교의 이념을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를 낳은 소수의 양반과 군주체제만 살고 일 반 백성들의 삶은 최악의 시련 속으로 떨어지는 우를 범한 것이다.

아니 많은 목숨들이 아무런 죄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국민주권론'을 근간으로 성립된 참된 민주주의도 이러한 교훈을 토대로 다시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역사의 기록을 보아도, 임진왜란 당시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약 600만명을 조금 넘었던 조선의 인구 중에서 180만 명이라는 무고한 백성들의 목숨이 왜의 군사들에게 살상되고 10만명 이 상이 일본으로 끌려갔다는 사실 하나만 보아도 국가의 지도자와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거나 무능하여 사전에 변을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한 참담한 역사적 교훈을 잊으면 안된다.

비슷한 역사의 교훈을 불과 67년 전인 6.25 때 겪었지만, 필자가 보기엔, 지금 전쟁의 가능성이 가장 농후하다는 한반도를 사는 국민들의 안보의식은 매우 부족해 보인다. 

지도자들의 현명한 안보전략이 있는지를 면밀하게 점검하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한미동맹해체가 있지만 아직도 한반도적화야욕을 버리지 못한 김정은 독재체제가 있는 한, 대한민국은 사드도 조속히 배치하고, 혹시 있을 수도 있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핵(核) 대피훈련도 해야한다.

시설도 건립해 안이해진 안보의식을 다시 고양하고 우리 스스로 우리의 위치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아니면 과거의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던가?

 

*본 기고문은 국제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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