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트홀의 기획 공연, '아름다운 목요일 더 바이올리츠' 시리즈의 마지막 세 번째 무대

▲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사진=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구본숙)

(서울=국제뉴스) 강창호 기자 = 1부 슈만의 감동이 채 사라지기 전, 여음(餘音)의 느낌이 아직 남아있는 공간에 다시 이어지는 무대는 훨씬 묵직하고 드라마틱한 김봄소리의 메인 프로그램, 카롤 시마노프스키(Karol Szymanowski, 1882~1937)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단조 작품이 2부 무대의 첫 시작을 열었다.

선이 굵은 드라마틱한 선율의 에너지가 시종일관 뿜어져 나오는 이 음악은 바이올린을 위한 전형적인 비르투오소적인 음악이다. 아직 국내에선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의 음악은 세계적으로 여기저기 많은 곳에서 연주되고 있다.

스트라빈스키(1882~1971)와 동시대에 살았던 그는 음악적 분위기에 있어서 그만의 독특한 색채감과 스타일을 갖고 있다. 앞으로 시마노프스키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견과 함께 그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녀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김봄소리와의 짧은 Q n A)

Q.  그 동안 수 많은 콩쿠르를 석권한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에게 이번의 메뉴는 좀 특별한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스타일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으로 보였다. 왜 하필 시마노프스키였는가, 특별히 이 작곡가를 선택한 김봄소리 만의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A.  "작년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 이후 폴란드에 자주 가게 되어서 폴란드 작곡가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특히 시마노프스키의 신화(Mythes)라는 피스를 공부하면서 특유의 화성(和聲)이 가진 느낌이 좋았어요" (김봄소리)

 

시마노프스키의 화성(和聲)이 가진 느낌이 마음에 끌렸다고 한다.

들리는 화음을 보이는 색상으로 설명하자면 무슨 색일까? 음악과 미술의 관계에서 종종 색채론을 이야기하곤 한다. 추상미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는 "색은 영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힘이다"라고 말했다. 색과 영혼의 관계에서 김봄소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화성의 느낌은 어떤 색이고 어떤 느낌일까?

짙은 그레이 색감으로 가득히 물든 시마노프스키의 음악적 색채감은 듣는 내내 많은 상상력을 동원시킨다. 애조(哀調) 띤 슬라브적인 느낌과 약소민족으로서의 시련과 애환이 담긴 폴란드가 느껴진다. 시마노프스키, 그는 우크라이나 태생이지만 폴란드인으로 살면서 러시아와 독일에서 공부를 했다. 역사가는 그를 폴란드의 민족주의적 색채를 가진 작곡가로 평한다.

동유럽권 음악은 무언가 다른 느낌을 주곤 한다. 선법적인 멜로디 라인에서 그들만의 알 수 없는 다른 표정의 소울이 있다. 여기에 김봄소리의 가느다란 손끝에서 순정율로 빚어진 바이올린 음색이 구슬프게 들린다. 한껏 커다란 수채화 한폭의 그림을 그려가듯 김봄소리와 신창용은 같은 호흡으로 시마노프스키의 음악을 점점 완성해나갔다.

다음 곡은 그녀의 말대로 에피타이저처럼 연인들의 한여름밤의 달콤한 데이트 같은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 1862~1918)의 ‘아름다운 저녁(Beau soir)’이 연주됐다. 달콤한 음악은 짧은 시간 동안 청중의 마음을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 김봄소리, 머리를 휘날리며 (사진=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구본숙)

김봄소리, 그녀와 함께 왈츠를...

만찬의 마지막을 장식해줄 외젠 이자이(Eugene Ysaye, 1858~1931)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카미유 생상스 왈츠 형식의 에튀드에 의한 카프리스가 연주됐다. 19세기 말 ‘바이올린의 제왕'으로 불렸던 외젠 이자이의 작품이다. 본인이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대단했던 인물이라 이 작품 또한 평범하지 않다. 워낙 초절기교(超絕技巧)를 요구하는 작품이라 악마적인 기교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상당한 스킬을 요하는 연주인지라 듣는 동안에도 그 어려움과 난이도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음악들 사이사이에 숨겨놓은 리듬감 있는 왈츠풍의 메인 주제가 흘러나올 때마다 바이올린을 손에든 댄서를 상상하게 했다. 김봄소리와 신창용, 그들의 유혹적인 왈츠가 청중들의 마음을 무대 위로 초청하는듯했다.        

연이어 계속 이어지는 커튼콜에서 그들은 마뉴엘 폰세(Manuel María Ponce)의 ‘작은별(Estrellita)’과 프리츠 크라이슬러(Fritz Kreisler)의 ‘아름다운 로즈마린(Schon Rosmarin)’으로 청중의 환호에 답을 했다. 이렇게 김봄소리의 풍성한 만찬은 끝을 맺었다.  

▲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사진=김봄소리 SNS)

김봄소리, "나는 바이올리니스트다"

정상의 자리는 고독하고 힘든 자리다. 끊임없는 자기계발(啓發)이 필수적이고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자신과의 전쟁에서 이겨내야만 한다. 이런 면에서 김봄소리는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스마트한 노력가임이 분명하다. 이날 보여준 만찬 메뉴들에서 그녀의 음악적 비전과 방향을 읽을 수 있었다. 이날 김봄소리는 연주를 통해 "나는 바이올리니스트다" 라고 당당히 외치듯 자신의 정체성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콩쿠르의 여제’라는 닉네임 속에 갇힌 그녀가 아닌 진정한 아티스트(ARTIST)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그녀의 모습에 반가움이 앞선다. 앞으로 펼쳐질 그녀의 외로운 투쟁과 모험에 응원을 보낸다. 또한 이번 무대에서의 색다른 발견은 피아니스트 신창용이다. 앞으로 무섭게 성장할 그의 활약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하나 더 남아있다.

▲ (사진=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그녀는 이번 공연에서 묵직한 감동을 안겨주는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줬다. 음악자체가 메인 메뉴로서의 드라마를 갖고 있지만 이를 해석하고 풀어가는 것은 연주자의 능력이다. 끊임없이 연구하며 겸손한 초심의 자세를 잃지 않는다면, 그녀의 이름 ‘Bomsori Kim’은 아티스트 네임브랜드로서의 가치를 한층 더 높여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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