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되었던 파출소, 병원, 지하상가 등이 지역민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되살아나

▲ 문화파출소 강북 놀이방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서울=국제뉴스) 강창호 기자 = 한 목적으로만 활용되던 공공시설,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어진 유휴(遊休) 공간들이 문화예술인과 지역민의 협력으로 지역 문화예술 꽃을 피우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리모델링 된 공간은 파출소도 있고 병원과 폐건물, 지하상가, 극장 등 다양하다.

이들 문화공간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예술 공연이 펼쳐지기도 하고 때로는 지친 어르신들이 쉬어가기도 한다. 또 도심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농작물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공간도 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사랑 받는 문화예술 공간 사례를 만나보자.

▲ 문화파출소 강북 외관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동네 치안을 담당하는 공간에서 문화예술이 꽃피는 사랑방으로 변신한 ‘문화파출소’

범죄 민원처리를 전담하던 파출소가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예술교육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경찰청과 함께 운영하는 문화파출소는 유휴 치안센터를 문화예술교육 공간으로 재단장해 지역 주민들이 여러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안전 지킴의 목적으로 활용되던 곳이 지역주민들의 문화예술 돌봄의 역할까지 가능한 공간으로 진화한 것이다.

해당 사업은 올 상반기까지 전국 9개소에서 총 3,102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문화파출소는 특히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벽화 그리기에 참여하거나 오케스트라 단원이 돼 지역 문화활동에 기여하며 주민 소통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 문화파출소 울산남부 벽화그리기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실제로 지난 7월, 울산남부 문화파출소에서는 지역주민과 경찰이 함께 벽화 그리기 체험을 통해 문화파출소 공간에 따뜻한 예술 감성을 덧입혔다. 더불어 울산남부 문화파출소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마다 '문화유자데이(文化有者 ∙ 문화가 있는 곳에 사람이 있다)'캠페인을 진행해 주민들이 모여 직접 유자청을 만들어보고 문화예술행사에 참여하게 하고 있다. 행사에는 그 달의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결과물을 전시하고, 영화상영, 안전교육 등을 통해 동네 치안을 물론 지역민들의 일상 속 문화향유의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대구 달서 문화파출소에서는 악기 연주를 배운 아동 청소년들이 '어린이 명예경찰 오케스트라'로 활동하며 1층 로비와 야외공간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업하는 지역행사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 중이다. 지난달 말 문화파출소 달서(대구)와 춘천은 "문화파출소에서 여름을 나누다!"라는 주제로 합동 여름캠프를 진행했고, 캠프기간 동안 야외공연을 통해 지역민과 경찰 가족과 예술로 함께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문화파출소는 서울 강북을 포함 강원, 충북, 전북, 전남 등 전국 9개소에서 운영 중에 있어 주변에 문화파출소가 있다면 참여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병원에서 배우는 창의예술교육, 제주 예술공간 이아(IAa)

아픈 사람이 모이던 병원 공간에 웃음꽃이 피었다. 제주 삼도2동에 위치한 예술공간 이아(IAa)는 구 제주대학교 병원을 문화예술공간으로 고친 곳이다. 제주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이 곳에서는 작가 레지던시와 전시, 창의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특히 국내작가 8인과 해외작가 1인의 작업 지원을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 작가들의 작품발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주민을 대상으로 유년부터 성인까지 생애주기에 맞춘 창의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8월말까지 그림, 바느질, 목판 글쓰기 등을 통해 내 삶을 전하는 <인생, 이야기 한 귀퉁이>가 60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 진행된다. 또 8월 25일까지 업사이클 악기 제작을 통해 새로운 감각을 확대하는 <업사이클링 음악단>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은 예술공간 이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폐건물에서 지역문화예술 일으키는 인천 '문화바람'

스스로의 문화예술 환경을 바꾸기 위한 인천 시민들의 노력이 '문화바람'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 시민문화예술센터와 문화로가게 등 4개의 단체가 협동해 만든 '문화바람'은 시민들이 스스로 문화예술 환경을 바꾸기 위해 적극 활동하는 단체다. 이들은 사용되지 않던 폐건물을 회원 900여명이 직접 철거한 후 인테리어 작업을 통해 예술 공간으로 탄생시켰다. 프로그램은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10월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즐거운 일 제작소 프로그램>이 진행돼 '헌 옷을 활용한 제주조랑말 바느질'부터 '미술심리치료사와 함께하는 나의 마음 엿보기' 등 시민들을 위한 다채로운 강좌가 열린다.

 

인천 지하에서 꽃피는 시민 참여형 문화예술 행사

인천에서는 방치되어 있던 지하보도를 개보수한 문화예술공간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먼저 송림아뜨렛길은 국내 최초의 지하보도 식물공장인 '도심 속 미래농장 동이네 다랑채'가 운영 중이다. 이곳은 미래농업체험관이자 북카페, 갤러리로도 적극 활용되고 있음은 물론 셔터소리 사진전시회와 어린이 기후변화 인형극 공연 등 시민들을 위한 다채로운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진행돼 왔다.

이어 부평 지하도상가 역시 문화관광형 쇼핑타운으로서 인근 '2030거리' 등과 함께 인천 시민들의 문화생활 향유에 이바지하고 있다. 인천시청역부터 인천터미널까지 이르는 지하도 문화공간에는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오카리나 앙상블 연주공연이 열리고 홀수 달 둘째 주 토요일에는 바람개비 사물놀이 동아리 역사공연이 진행돼 유휴 공간을 통한 시민들의 예술 참여 기회를 넓히고 있다.

 

군산, 멀티플렉스에 밀린 역사적 극장을 문화예술 꿈나무 산실로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한 군산시민예술촌은 다양한 장르의 시민 참여형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군산시민예술촌은 낙후된 극장인 우일 극장을 문화예술공간으로 리모델링하여 지역 예술인과 시민들이 함께 문화예술을 체험하는 공간이다. 그 중 '어쩌다 예술' 프로그램은 평소 문화예술의 꿈을 꾸었지만 이루지 못한 어른들의 이야기와 미래 문화예술인을 꿈꾸는 청소년의 열정을 담아 국악, 음악, 무용 등 14개 강좌가 열린다. 해당 프로그램은 모든 접수율 100%를 기록했다. 8월부터 12월까지는 하반기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며, 보다 자세한 내용은 군산시민예술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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