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신지영 여행작가]

계절의 여왕이었던 5월이 언제부터인가 여름의 신호탄이 되었다. 가뭄으로 땅은 메마르고 숨 막히는 태양빛은 살속을 태운다.

아홉마리의 용이 승천했다던 구룡포, 나머지 한 마리는?

한반도는 호랑이에 많이 비유가 된다. 그 비유를 따르자면 구룡포는 호랑이의 등뼈 끝 쪽에 위치하게 된다. 강의 바닥까지 드러난 가뭄과 무더위에 문득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했다던 구룡포가 떠올랐다.

혹시나 승천하지 못한 용이 남아있으려나. 여우가 시집이라도 가면 맑은 날씨에 시원한 비 한 방울 내려 줄 텐데 요즘은 여우도 독신인지 여우비도 못 본 지가 한참이다.

 

호랑이 등골 빼 먹힌 그때 그 거리

<근대역사문화거리>

구룡포읍과 호미곶면의 경계인 다무포 앞 바다에는 고래부터 과메기, 오징어, 대게 등 어장이 어마어마하다. 일제강점기인 1923년, 일본은 포항에 구룡포항을 축항하고 동해 어업을 점령했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조용했던 어촌마을은 일본인들이 대거 몰려오면서 원래의 자리를 잃고 일본인들의 거리가 되었다. 당시만 해도 100여 채가 넘는 일본인들의 가옥이 있었고 상권의 발달로 크게 번화했다.

해방 이후 일본인들은 본인들의 나라로 돌아갔고 현재는 약 50여 채 정도 남았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시대의 일본인 가옥들은 여러 지역에 분포되어 있으나, 이곳이 좀 더 특별하게 여겨지는 것은 아마도 사람이 실제 거주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적 가치로 박제된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 살기도 하고 그곳에서 장사도 하면서 현재의 시간을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 골목의 중간 즈음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사진들이 벽에 걸린 집이 있었다.

내가 몇 살 때였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무척이나 강렬해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드라마다. 해방 후 100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골목을 가득 메운 기모노 차림의 사람들과 사진이 묘하게 대조된다.

내리쬐는 더위에 얼려진 벚꽃차를 한 통 사고 하트 모양의 빨대를 꽂아 거리를 걷는다. 조금 내려가다 보니 추억 상회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구멍가게가 보인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지나 가지. 냉큼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의 눈과 어른의 손을 잡아 끄는 구슬이며 물방울, 오래된 오락기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불량식품’으로 이름 붙여진 간식거리를 한 움큼 사고 100원으로 1000원을 뽑을 수 있다는 뽑기 다섯 판을 하고 나서야 가게를 나섰다.

▲ 호미곶

호미곶

생김새가 말갈기 같다고 하여 장기 곶으로 불리다가 2001년 호랑이 꼬리라는 뜻의 호미곶으로 바뀌었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호미곶 광장에는 새 천년 기념관, 등대 박물관 등이 있어 일출 외에도 다른 볼거리도 제공한다.

날이 너무나 더워 새 천년 기념관을 쉼터 삼아 잠시 들린다. 1층에는 내년 달집태우기 쓸 소망 메모가 가득 달린 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살포시 펜을 들어 나의 소망을 적고 한편에 묶어놓고 옥상으로 향한다. 옥상에 올라 내려다보니 호미곶이 한눈에 보인다. 비가 오려는지 하늘에 회색빛이 감돈다.

▲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의 배모양의 휴식공간

연오랑과 세오녀 테마공원

포항에는 재미난 설화가 전해져 온다. 연오랑과 세오녀라는 부부가 의도치 않게 외국으로 가게 되면서 당시의 신라는 빛을 잃게 되었다. 수소문 끝에 연오랑과 세오녀가 외국으로 가게 되어 그리된 것을 알고 부부를 찾으니, 세오녀의 비단으로 제를 지내면 다시 빛을 되찾을 수 있다 하여 제를 지내고 빛을 찾게 된다는 내용이다.

연오랑과 세오녀가 외국으로 가게 될 때 건넜던 바다가 바로 영일만이라고 한다. 그 연오랑과 세오녀의 테마파크가 조성되었는데 바다를 앞에 두고 한국식 정원과 일본식 정원을 작게 조성해 놓았고, 바다를 향해 있는 정자는 잠시 쉬어 가기에 좋았다.

위쪽으로는 배 모 양의 작은 쉼터가 있는데 굉장히 이국적인 느낌으로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아직 공사 중이기는 하나 아름다운 자연 속의 공원이 될 듯하다. 어느새 저녁을 향해 가는 바다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니 오소소 닭살이 돋는다. 바다를 향해 앉아 캔커피를 한 모금 꿀꺽 마신다. 한낮의 열기로 미지근해진 커피의 온기가 퍼진다.

▲ 포항 죽도시당

가볼만한 곳, 꼭 들러야 할 곳

죽도시장

포항 시내에 위치해있는 전통 시장이다. 동해안에서 최대 규모라고 하는데, 정말 크고 넓다.  시장, 곡물시장, 생활용품 시장 등 판매하는 것들도 다양하고 금액 또한 저렴하다. 먹거리 볼거리 살거리 어느 것 하나 처지는 것 없으니 꼭 들러보도록 하자.

구룡포 벽화마을

근대화 문화마을의 바로 위쪽에 있다. 구룡포 벽화마을로는 찾기 어려우니 과메기 전시관을 찾아오면 된다. 그리 크지 않은 동네이지만 곳곳에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근대역사 문화거리로 내려가는 쪽에 승천하는 용의 조형물이 있다. 골목골목 천천히 둘러보고 근대문화거리까지 돌아 보면 된다.

▲ 호미곶 가는 드리이브 길

여행 팁

호미곶 드라이브 코스

<죽도시장 - 연오랑과 세오녀 테마공원  - 독수리 바위 - 호미곶 - 구룡포 벽화마을/구룡포 근대역사문화거리>

시작은 어디라도 좋다. 시작이 죽도시장이어도 되고, 근대 문화거리여도 된다. 죽도시장부터 구룡포 근대 역사관, 즉 등뼈의 끝에서 꼬리로 이어지는 이 구간은 구불구불한 1차선 도로로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거기에 길가의 가로수가 짙은 녹음을 드리우고 있어 무척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다만, 1차선 도로라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기는 어렵지만 고즈넉한 그 길을 따라 데이트도 좋겠고, 혼자만의 드라이브도 좋을 듯하다. 가는 길 곳곳에 소소하지만 조용한 어촌마을의 풍경을 볼 수 있으니 구룡포로의 직행보다는 이 코스를 활용해서 이동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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