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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의 오페라 9단] 오리엔탈리즘 시각 '투란도트'오페라마 콘텐츠로 풀어보는 오페라 이야기
정경 칼럼니스트  |  gukjenews@guk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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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27  14: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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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리톤 정경 (사진=오페라마예술경영연구소)

(서울=국제뉴스) 정경 칼럼니스트 = 일본의 전통적인 여성상이 강조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과 더불어 오페라 '투란도트'는 근대 서구 세계에 짙게 드리웠던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오리엔탈리즘'이란 본디 유럽의 문화와 예술에서 드러나는 동양적인 취미 등을 이르는 말이었다. 이는 주로 귀족이나 부르주아 등 유복한 계층에서 크게 유행했는데 이슬람 문화권에서 전파된 아라베스크 문양이나 찬타마니 문양, 인도에서 유래된 인디앤느 디자인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1978년 팔레스타인 출신 영문학자 에드워드 사이드가 집필한 저서 '오리엔탈리즘'이 발간되면서부터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단어는 새로운 의미를 표방하게 되었다. 오늘날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단어는 제국주의적 지배와 침략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서구 사회가 동양에 대해 갖게 된 왜곡된 인식과 태도를 뜻한다. 피해갈 수 없는 이야기지만, 푸치니가 '나비부인'과 '투란도트'를 작곡한 1904년부터 1924년 무렵은 서구 열강들의 동아시아 침탈이 가장 잔악하고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따라서 거장 푸치니가 동양에 대해 가졌던 시각과 인식도 당대 성행하던 오리엔탈리즘적 편견과 환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오리엔탈리즘이 조성된 사고적 토대는 바로 서구식 이분법에 있었다. 이러한 지나친 이분법적 사고는 급속도로 발달한 근대적인 사고방식의 가장 큰 병폐이기도 했다. 당시 서양인들은 어떤 확고한 기준을 세우고 그에 따라 대상을 분류하고 판단했다. 진실과 거짓, 근대와 전근대, 이성과 감성, 정상과 비정상 등 세상의 모든 것을 둘로 나누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분류가 단순히 편의적인 필요성이 아닌 우열적 가치판단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데 있었다. 그 결과 "서양=우월하고 좋은 것, 동양=열등하고 부족한 것"과 같은 비약이 서구 사회에 성립되고 말았다. 이는 예술 작품들에서도 여실하게 드러났다. 서구 문화가 합리적인 것을 대변한다면, 동양 문화는 늘 신비와 환상, 무지로부터 비롯된 비과학적 신앙 등을 상징했다.

오페라 '투란도트' 역시 이와 같은 동양에 대한 편견이나 왜곡된 시선을 담고 있었다. 투란도트의 고대 동양 세계에 대한 사실적 고증 수준은 사실상 겉핥기 수준이었다. 검증된 사실이나 객관적인 정보가 아닌 동양에 대해 서양인들이 가진 막연한 환상을 바탕으로 상상력이 발휘된 작품이었던 것이다.

투란도트는 본디 '천일야화'의 자매작인 '천일주화'에 등장하는 투란독트 공주의 이야기였다. '투란'은 페르시아 제국 영토 중 중앙아시아의 지명이었으며 독트는 딸을 뜻하는 영단어의 약어로서 투란도트의 최종적인 의미는 '투란의 딸'임을 유추할 수 있다.

여기서 저질러진 실수는 중앙아시아의 한 왕국 이야기가 번역과 오페라 창작과정에서 동아시아의 중국 공주 이야기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작중 주인공 칼라프 왕자의 부왕 티무르 역시 그 이름의 기원을 칭기즈칸이 이룩한 몽골 세력권의 후예인 티무르 대제에서 찾을 수 있다. 티무르 대제는 14세기경 중앙아시아에서 인도에 걸쳐 대제국을 세운 이로서 실상 북경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나 고대 중국과는 접점을 찾을 수 없는 존재였다.

또한 푸치니는 역사적인 사실관계 표현에서도 여러 오류를 범했다. 작품 속 투란도트 공주는 냉혹하고 잔인한 성격으로 묘사되는데 그 표현하는 문구나 방식이 마치 13~15세기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몽골 제국에 대해 유럽이 갖고 있던 이미지를 소개하던 문헌의 내용과 흡사했다. 이는 당시 서양인들이 중국과 몽골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 결과였으며, 오페라 '투란도트'는 페르시아, 몽골 등 동쪽에 분포하는 세력권과 여러 민족, 나라들에 대한 단편적인 이미지가 '중국'이라는 하나의 신비 국가 개념으로 응집된 결과였다.

중국에 대한 묘사 역시 일방적이기 이를 데가 없다. 작품 속 중국은 왕족이 수수께끼라는 여흥으로 일반 평민은 물론 이웃나라 왕자의 목숨마저 마음껏 거둘 수 있는 곳으로 묘사되었다. 쉽게 말해 당대 동양 최대의 국가를 야만적인 수준의 정치체계와 독재적 왕정을 가진 곳으로 그려낸 것이다.

나아가 중국을 상징하는 작중 대표 인물인 투란도트는 핑, 팡, 퐁이 노래한 것처럼 사랑이 결여된 여성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결여된 부분을 가르쳐주고 메워주는 것이 중국 외부에서 나타난 남성인 칼라프로서, 그의 등장과 존재는 동양 문화권을 향한 서양의 계몽주의적 발상과 그 궤를 함께하는 것이었다.

칼라프가 투란도트에게 사랑을 가르쳐준다는 설정은 설화라는 설정을 떠나 당대의 이야기 전개 방식상 필연적인 결과였다. 당시 유럽은 남성과 여성에 대한 이분법적인 관념을 극복하지 못한 채였으며 여성인권 또한 전혀 성장하지 못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 오리엔탈리즘 역전현상

오페라 '투란도트'는 오리엔탈리즘적인 요소로 인해 중국에서 크게 비판을 받던 작품이었다. 특히 한족이 아닌 페르시아 민족이 중국을 지배한다는 설정이 치명적이었다. 중화사상을  자부심처럼 여기는 중국의 입장에선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고도 남을 만한 작품이었던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한족은 겁 많은 신하인 핑, 팡, 퐁 뿐이었다. 그 결과 한동안 중국에서는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연이 전면 금지되기도 했다. 그랬던 '투란도트'는 어찌 된 영문인지 1990년대에 이르러 중국을 알리기 위한 문화상품으로 갑작스러운 재평가를 받게 된다.

영화 '붉은 수수밭', '귀주 이야기', '영웅' 등으로 유명한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을 도맡은 자금성 공연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1998년 자금성에서 열린 오페라 '투란도트'는 명나라의 의상과 무대, 건축 세트 등이 동원되어 '진짜 중국'의 색깔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데 온 힘을 쏟아부었다. 그로 인해 원작에 담긴 '사랑'이라는 인류 보편적 주제의식이 약화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여기서 우리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서양인의 욕망과 환상이 그릇된 방향으로 투여된 왜곡된 이미지, 오리엔탈리즘을 당사자인 중국인들이 확대 재생산했다는 점이다. 자금성 공연에 등장한 작품 의상과 무대는 사실적인 중국의 소개보다는 중국 문화의 위대함이라는 상징성을 과시하기 위한 과장된 형태로 그려졌다. 과거 서양이 동양을 향해 가졌던 신비롭고 과장된 이미지와 환상을 중국 스스로 적극적으로 흡수한 결과였다.

이러한 오리엔탈리즘 역전 현상은 오페라 '나비부인'의 사례에서도 나타났다. 일본 게이샤가 등장하는 이 오페라는 일본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이 짙게 드러난 작품이었다. 여주인공은 연신 순종적이고 귀여운 동양 여성상으로 그려지는데, 당시 일본은 탈아시아를 부르짖으며 서구 열강 세계에 편입되기 위해 분주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일본 역시 세계무대로 나아가기 위해 자신들을 그린 예술작품에 편승할 가치를 엿본 것인지 중국과 마찬가지로 '나비부인'을 서양에 일본을 널리 알리기 위한 문화상품으로 적극 활용하게 된다.

정경 칼럼니스트 | 2017-06-27 14: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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