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예술가를 세움으로 국내예술계를 평가했듯이, 스스로에게도 같은잣대를!

(서울=국제뉴스) 박준석 기자 =

국립오페라단의 코지 판 투테는 졸작이었다.

오페라는 종합예술이다. 그래서 오페라단의 단장이나 예술감독의 경력을 보면 다양하다. 미술감독이나 연출가나 지휘자나 성악가나 행정가 등등 혹은 아무나 오페라단의 사장 및 단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술감독은 좀 다르다. 만약에 음악가가 아닌 사람이 예술감독이 되야 한다면 반드시 음악감독이 있어야만 한다. 지금의 시대를 연출가의 시대라고 하지만 성악가들에 휘둘리던 무대를 정리한 토스카니니 이후 지휘자가 오페라라는 극음악을 이끌고 나가는 것은 변하지 않고 있다. 지휘자가 음악과 템포를 잡고 갈 때 연출가가 빛을 발할 수 있다. 학위로 안되고 학문으로 안 된다. 오페라는 음악이다.

 

오늘 국립오페라단의 모짜르트는 재앙수준이었다. 모짜르트에서 템포가 어그러지면 트로트가 된다. 그리고 소음이 된다. 오케스트라와 함께 어우러지지 않으면 모짜르트의 장점을 하나도 살릴 수가 없다. 오늘공연이 그랬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그리고 데스피나 장유리와 굴리엘모 한규원이 나올 때는 가볍고 명랑하고 아름다운 모짜르트였지만 그 이외에서는 소리경연대회였다.

코지 판 투테의 백미 중 하나는 1막 2장의 3중창 soave il vento(부드러운바람)이다. 독자들도 유튜브등에서 찾아서 들어보시라. 쇼생크의 탈출에서 나왔던 노래(감옥에서 독방을 각오하고 틀어준음악)만큼 아름답다.

하지만 오늘처럼 불안한 3중창이면, 그리고 그것이 120억을 지출하는 국립오페라단이라면 전적으로 예술감독의 책임이다.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는 3막의 유명한 테너 아리아에서조차 박수가 터지지 않았다.(물론 항상 나오는 박수는 있었다)

1.음악을 모르면 음악감독을 두어 도움을 받았어야 했다. 우리는 음악 앞에서 늘 겸손해야 한다. 더구나 음악가가 아닌 사람이 예술감독의 자리를 받았을 때는 더욱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2.성악가들이 누가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서류심사로 뽑는 게 오페라단이 아니다. 학위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귀로 듣고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것이다. 오늘 공연에서 두 사람 빼고는 적어도 이 작품에서는 아니었다. 개인적인 주관적인 생각이라고 할 것인가? 오늘 지휘한 지휘자에게 물어보면 자명해 질 것이다.
3.특히 테너 전병호는 지난번 오를란도핀토파쵸에서 1막 멜리스마를 망쳤었고, 봄봄과 옹에서는 고음에 문제가 있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작은 극단에도 커버를 둔다. 하물며 120억을 쓰는 국립오페라단이 컨디션을 점검하는 시스템도 없고 전적으로 가수에게만 맡겨서 공연을 진행한다는 것은 넌센스이다. 테너 전병호에게 오디션이 필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커버는 있어야 하고 온정주의에 빠져서 무대를 망치는 것은 전적으로 예술감독의 책임이다.
4.연출자를 비롯한 모두가 몰라도 지휘자는 준비과정에서 성악가들의 문제점을 알았을 것이다. 지휘자는 안 되는 성악가를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권한을 비음악가인 예술감독이 가지고 있으니 문제였다. 만약에 지휘자에게 권한을 줬는데 그렇게 했다면 그것은 지휘자를 잘못 둔 책임이다.
5.120억을 쓰는 국립오페라단이 챔발로도 없이 커즈와일 신디사이저로 연주하고 결국엔 오케스트라 전체소리보다 더 커서 가뜩이나 잘 익지 않은 밥에 코를 빠뜨린 격이었다. 학생오페라여도 창피한 장면이었다. 볼륨은 끝내 조절되지 않았다.

 

이렇듯 공연은 그저 무난히 끝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을 걸고 칼 위에 있는 것이 예술가이다. 그런데 그런 국립오페라단의 수장이 공연과 홍보물 마다 이름 내는 데에는 빠지지 않으면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많은 예술가들에 대한 모욕이다.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 성악가가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국립오페라단이 모짜르트 오페라를 단지 캐스팅 잘못으로 이렇게 만들었다면 전국의 국립무대를 선망하는 성악가들에게 무어라 할 것인가?

단장 김학민은 음악감독을 두었어야했다.

 

대한민국오페라계에는 평생오페라를 하면서 집과 가진 돈을 다 날려가면서도 대한민국 오페라를 지탱해온 단장들이 있고, 오페라연출만 수 십 년 한 사람들이 즐비하다. 그런 오페라인들의 모임인 오페라단 연합회의 10주년 기념포럼은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바뻐서 빠져도 되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 경외감 없이 예술가들을 대하라고 정부가 국립오페라단의 단장으로 임명한게 아니리라고 믿는다. 그 자리에서 어느 단장은 창작오페라 이순신을 만들다가 망해서 실의에 빠져있다가 몇 년 만에 대한민국오페라가 어찌가고 있는지 궁금해서 나왔다고 했다. 꼭 참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런 자리에 문체부의 인사들을 데려오는 역할을 해야 하는 자리가 국립오페라단의 단장의 일이다.

그런 예술가들을 뒤로하고 임기 내내 외국인 연출가에게만 연출을 맡길 정도로 국내 오페라계를 평가한 그 평가기준으로 스스로를 평가해야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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