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도가 건네는 작은 위로

[글/사진 유영미 여행작가]

혼자 외딴 섬에 갇혀 있다고 느낄 때, 누군가 곁으로 다가와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오동도로 이어지는 긴 방파제 길이 그랬다. 한 걸음조차 내딛기 버거울 때 앞서가는 이가 살갑게 내민 손처럼, 길은 지친 여행자들을 살며시 이끌었다. 넘실대는 푸른 바다를 눈에 담으며 발걸음을 떼어냈다.    

▲ 자산공원 일출정에서 바라본 오동도 전경

「오동도에 가봤어요? 오동도의 동백나무들은 언제나 나무껍질 위로 뚝뚝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 같아요žžž」(한강의 소설 〈여수의 사랑〉중에서). 지난 봄, 동백꽃은 여수 바다 위 오동도를 흥건하게 적셨다. 핏빛 가득 목을 떨군 모습에 지나는 이의 가슴은 처연해졌다. 그래서 흔히 오동도는 동백꽃이 흐드러진 3월에 가야 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오동도의 또 다른 매력은 여름에 있다. 슬픔이 지난 자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여름 볕으로 보송보송해졌다. 그곳은 이제 위로와 치유의 숲이 돼가고 있었다.

▲ 오동도의 산책로

태양이 이글거리는 한낮의 오동도는 시간이 멈춰버린 듯했다. 울창한 숲은 도심의 번잡스러움을 차단하도록 벙커를 씌워놓은 듯 전혀 다른 세계에 서있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 안전지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오롯이 자신을 바라보기에 충분했다. 산책로의 우거진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조각들은 슬며시 얼굴을 어루만졌고, 가만히 펼친 손등 위로는 찰나마다 새로운 빛 그림이 그려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여수로 떠나기 전 지친 마음은 청명한 바람이 토닥토닥 쓰다듬으며 지나갔다. 남해를 돌아 나온 바닷바람이 '바람골'에서 차가운 얼음이 돼 여행자의 피로까지 씻어내는 중이었다.

▲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오동도 방파제 길

그저 작은 위로를 받고 싶은 날이 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상처 치유 정도는 '셀프(Self)'로 처리해야 하는 외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 다른 이의 퍽퍽한 삶에 또 하나의 짐을 올리는 것 같아 부담이 되는 그런 날 말이다. 그럴 때 여수가 나직이 부르는 소리에 화답해보는 것은 어떨까. 「žžž자네,/ 문득 세상살이 힘들 때가 있지/ 세상에 덜렁 혼자뿐이라고/ (중략) / 마음의 짐일랑 그대로 팽개치고/ 빈 몸 그대로 여수로 오시게/žžž」(신병은의 시 〈여수가는 길〉중에서). 오동도가 어서 오라고 지친 그대에게 푸른 손 힘껏 내밀어 줄 것이다.

 

• Travel tip (여수 오동도)

- 주소 : 전라남도 여수시 수정동 산1-11

- 입장료 : 무료

- 자세한 사항은 여수관광문화 홈페이지 오동도 부분 참조

 

*작가 소개 및 약력

문장 속을 걷고 길을 밟으며, 지나는 풍경에 눈물이 쏙 빠질 만큼 행복했다. 책과 여행은 언제나 쉼이었다. 최근 문학기행서 <소설, 여행이 되다>를 공저로 출간했다. 오늘도 글을 써내려 가듯 세상에 발을 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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