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으로 흘러들어가는 농수로 수문앞의 오·폐수 추정 검은 물(사진=박진영)

(평택=국제뉴스) 박진영 기자 = 지난 수년 간 평택시 송북동과 진위면 일원에서 경작된 쌀의 일부가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로 경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약 10일만에 평택시 독곡동 일원에서도 똑같은 의혹이 제기됐다.

20일 평택시, 한국농어촌공사 평택지사 및 송탄농협 관계자들은 독곡동 일원의 일부 논으로 주변 공장에서 나오는 오·폐수 추정의 썩은 물이 농수로를 따라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일대에는 분뇨 및 쓰레기 처리시설, 자동차 정비업체 등이 들어서 있으며, 이 공장들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름띠를 형성한 악취를 풍기는 검은 물이 농수로를 따라 논으로 유입된다. 

평택시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이 일대에는 슈퍼오닝 쌀과 일반 쌀을 경작하는 논이 섞여 있다"고 하면서도, "다행히 오·폐수가 직접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논은 슈퍼오닝 쌀을 경작하는 논이 아니다"라며 안도하는 모습이다.

▲ 검은 오·폐수 추정의 물이 논바닥으로 끊임없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사진=박진영 기자)

하지만 슈퍼오닝 쌀이 됐든, 일반 쌀이 됐든 문제는 농업용수로 적합하지 않은 오·폐수 추정의 썩은 물이 계속해서 논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고, 이런 현상이 언제부터 그랬는지 가늠할 수도 없기 때문에 평택시에서 생산되고 있는 쌀이 과연 안전한가라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평택시는 이렇게 농수로를 따라 논으로 흘러드는 오·폐수의 주요 요인을 이 지역에 공공하수도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하고 어물쩍 넘어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공공하수관로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으면 건축물 허가나 사용승인 시 또는 개인하수시설 설치 시 준공검사를 더 철저히 했어야 한 것이 아니었냐는 것이 이 지역주민들과 피해를 보게 될 농민들의 생각이다.

▲ 농수로를 따라 유입된 오·폐수 추정의 물로 인해 시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벼들(사진=박진영 기자)

대개 하수과는 오수나 우수가 적절한 배수시설에 연결됐는지 확인해서 사진 등 증거자료를 남기고 준공검사를 내준다.

물론 건축과나 지역경제과 역시 설계도를 근거로 하수과나 기타 필요 부서의 협의를 받아 허가 또는 사용승인을 내준다.

최근 이 지역에 건축 허가나 승인을 받은 건축물의 준공현황도나 준공실측도를 살펴보면, 배수관의 용어가 정확하지 않다. 

관은 하나인데 '기존배수관에 연결', '기존관에 연결' 등 정확하지 않은 용어로 의도적인지 몰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전문가의 설계도라고 하기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 농수로 수문앞에 뒤엉킨 오·폐수(사진=박진영 기자)

이들 설계도에서 지칭하는 관은 우수관으로 확인됐으며, 이 우수관에는 오수관을 연결할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이 우수관 조차도 농수로에는 절대 연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지역에는 2000년 이후에도 계속 공장, 노인요양시설 및 집들이 허가 및 사용승인을 받고 들어 섰다. 

그리고 그렇게 들어선 건축물로부터 나오는 오·폐수 추정의 썩은 물이 평택시 쌀, 우리 국민의 밥상을 의심케 만들었다.

▲ 오·폐수로 인해 기름띠가 역력한 농수로 물(사진=박진영 기자)

작년에도 평택시는 이 지역에서 우수관에 오수관을 연결하겠다는 것으로 보이는 설계도를 근거로 공장 허가를 내줘 현재 한창 공사 중이다.

이 지역 일부 주민들과 농민들은 "공재광 시장은 이런 상태가 되도록 만든 책임자를 찾아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묻고, 서둘러 해결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번 사태와 관련해 평택시 공무원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책임을 타인 또는 타부서로 전가시키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하수과, 지역경제과, 건설도시과, 농업정책과, 자원순환과, 환경위생과 등 관련부서들 모두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라기보다는 타 부서로 책임을 떠 넘기다보니 아직까지도 정확한 원인파악은 물론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고 있다.

▲ 심한 악취를 풍기는 오·폐수가 가득한 농수로(사진=박진영 기자)

특히 이런 모습을 보고 있는 일부 농민들은 "잘못은 인허가를 내주고, 관리감독 내지는 지도단속을 해야 할 공무원들이 한 것 같은데 피해를 왜 평택시의 쌀이, 슈퍼오닝 쌀이, 농민이 당해야 하느냐"며 안이한 공무원의 태도를 질타했다.

이어 "공공하수관로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으면 건축물 허가나 사용승인 시 또는 개인하수시설 설치 시 준공검사를 철저히 해서 부적합하면 인허가를 내주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공무원의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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