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까지 12기 수명만료, 탈핵 위한 첫 걸음이 돼야...

 

오는 18일 24시를 기점으로 고리 1호기가 가동 정지된다.

1972년 착공한 고리 1호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핵발전소로 2007년 설계수명 30년이 만됐었으나, 10년 수명연장을 추진해 오늘까지 가동됐다.

그동안 정부는 노후 핵발전소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7년 1차 수명연장을 진행하고, 2015년엔 2차 수명연장(10년) 신청 마감 시점까지 수명연장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정부의 계획을 막아낸 것은 국민의 힘이었다. 고리 1호기가 위치한 부산과 울산 시민들은 물론 전국민이 앞장서서 '고리1호기 폐쇄 운동'을 벌였고, 그 힘이 정치권과 정부를 움직여 결국 2015년 '수명연장 포기 선언'을 이끌어 냈다.

만약 당시 국민들의 '노후핵발전소 폐쇄'의 뜻이 제대로 모이지 않았다면, 오늘은 고리 1호기가 영구 정지되는 날이 아니라, 두 번째 수명연장이 시작되는 첫날이었을 것이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바라는 국민의 뜻이 모여 고리1호기 영구정지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오늘 고리 1호기 영구정지는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에서 매우 뜻깊은 날이다.

하지만 고리1호기 해체를 둘러싼 이후 진행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수원은 앞으로 약 15년 6개월에 걸쳐 사용후핵연료 냉각 및 안전관리, 시설 및 구조물 제염·해체, 부지복원 등을 진행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들 내용이 상세하게 담길 '해체 계획서'는 아직 제출조차 되지 않았다.

핵발전소의 해체과정에서는 분진이나 폐수의 형태로 많은 양의 핵폐기물이 발생하고, 예상치 않은 방사성물질 누출이나 토양오염, 노동자 피폭 등 예측불가능한 사건·사고가 많기 때문에 치밀하게 해체계획서가 작성되지 않으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에 된다.

또 이를 지역주민·시민사회와 충분히 소통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해체 비용의 경우에는 현재 잡혀 있는 사업비 6437억원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검증 없이 2014년 상정했던 비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핵발전소 영구정지 5년 전에 폐로비용예비견적서(Preliminary Cost Estimate for Decommissioning)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예비 견적작업을 통해 해체 과정을 설계하고 향후 투입될 비용의 적절성 등을 검토하기 위해서이다.

상세 해체계획의 경우 '폐쇄 후 폐로활동보고서(PSDAR)'를 영구정지 2년 이내 혹은 운영허가 폐지 5년 이내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예비견적서를 통해 대략적인 해체 과정을 검토한 이후이기 때문에, 그 내역에 맞춘 상세 일정, 세부 설계, 환경영향평가 등을 위한 작업이다. 이들 보고서는 모두 공개되고 작성과정에서 지역주민과 외부전문가들의 의견을 받는 과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반면, 한수원은 해체계획서 제출 계획을 5년 뒤로 예상하고 있다. 해체계획서에 의견 수렴과 원안위 승인 절차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그간 핵발전소 건설과정에서의 의견수렴·원안위 승인 절차에서 보였던 일방적인 의사결정과 폐쇄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갈등이 예상된다.

또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소 증설을 둘러싼 갈등도 예상된다. 고리 1호기는 2032년 해체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사용후핵연료는 더 오랫동안 고리에 보관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경주와 영광에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소 증설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공론화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리까지 추가적인 갈등이 벌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핵발전소 해체는 일반 건물해체와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많은 시간과 비용, 추가적인 사회적 갈등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신규 핵발전소 건설만큼의 새로운 도전과제이다.

단지 이를 '해체 산업 진흥'의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서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핵발전소를 해체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25기의 핵발전소 중 절반에 해당하는 12기의 핵발전소가 2029년까지 설계수명이 끝난다. 이런 면에서 고리 1호기 영구정지는 탈핵으로 나가는 첫 단추가 돼야 할 것이다.

핵발전소의 제염·해체, 사용후핵연료 처분 등 핵발전소의 부산물을 처리하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가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 탈핵정책 추진을 공약한 만큼, 고리 1호기의 안전한 해체를 위한 틀을 잡아야할 것이다.

그리고 고리 1호기 폐쇄를 계기로 그간 국민들과 약속한 탈핵정책들을 제대로 추진 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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