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제주유나이티드(SK 에너지 축구단, 이하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오전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황일수(30)는 수많은 부재중 통화에 깜짝 놀랐다. "국가대표 황일수 축하해." 자신을 기다린 메시지를 보고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국가대표팀 명단 발표 기사를 보고나니 눈이 번쩍 뜨였다. 
 
그의 나이 서른살. 축구를 시작한 지 18년 만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게 된 황일수는 드디어 자신의 꿈을 이뤘다. 축구를 시작한 것은 부산 옥천초 6학년 때였다. 이후 동아대를 거쳐 2010년 대구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황일수는 100m를 11초대 초반에 주파하는 빠른 스피드로 많은 인기와 함께 "황볼트"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태극마크와 인연은 없었다. 지난 2014년 제주로 이적해 K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자리매김했지만 대표팀의 문턱은 높았다. 학창시절부터 키워온 국가대표의 꿈. 황일수는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기회를 쉽사리 놓치지 않기로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배고프다"던 그의 말처럼 황일수의 꿈은 이제 시작을 뿐이다.
 
다음은 황일수와의 일문일답.
 
-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발탁됐는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일이라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축구를 초등학교 6학년때 시작했는데 꿈이 바로 국가대표였다. 그런데 서른이 지나다 보니 무덤덤해졌다고 할까. 국가대표라는 타이틀보다 마음을 비우고 제주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데 집중했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부모님이다. 제일 먼저 연락이 왔다. 우신 거 같은데 그래도 정말 기쁘고 좋다고 하더라. 진짜 효자가 된 느낌이다. (웃음)

- 올해 결혼할 예정인 여자친구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여자친구가 전북전(4-0 승)을 앞두고 좋은 꿈을 꿨다고 했다. 꿈을 사라고 했느데 진짜 이때부터 경기가 잘 풀렸다. 국가대표 발탁도 자신의 꿈 때문이라고 막 웃고 좋아한다. 

-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관전한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지난 감바 오사카(2-0 승)에서도

ACL 16강 진출을 확정짓는 쐐기골을 터트렸고 우라와 레즈(2-0)와의 16강전에서도 마르셀로의 선제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는데. 의도하지 않았지만 감독님이 지켜볼 때마다 결과가 좋았다. 그래도 솔직히 제주에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나보다 다른 선수가 발탁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청소년 때에도 한 번도 태극마크를 못달았는데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내가 더 좋게 보여지지 않았나 싶다. 

- 본 포지션은 윙어지만 올 시즌에는 공격수로 나서고 있다. 힘든 점은 없는가.

투톱으로 뛰어 본 경험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경기 영상을 보며 움직임을 연구하고 이미지트레이닝을 했다. 시즌 초반에는 정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조성환 감독님이 내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믿었고, 지금은 감독님에게 정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 오는 31일 우라와 원정을 마치고 대표팀에 합류한다. 각오는?

제주가 K리그에서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했다. 제주의 축구가 강하다는 것을 아시아 무대에서 입증하고 싶다. ACL에서부터 나라를 대표하는 마음가짐으로 뛰고 있다. 1차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자신감은 갖되 자만심은 버리겠다. 우라와전을 모두 이기고 대표팀에 합류하는 게 지금 목표다. 
 
- 국가대표팀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손흥민, 기성용 같은 선수들과 공을 차보고 싶었다. (웃음) 국가대표라는 커다란 틀에서 내 색깔을 더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제주에서도 카운터 위주의 공격 장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대표팀에서도 기회는 찾아오리라 생각한다. 깜짝 발탁에 그치지 않고 축구팬을 깜짝 놀라게 만들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리고 꾸준히 대표팀에 발탁되는 게 목표다. 비록 늦깍이 태극마크지만 내 도전은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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