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국제뉴스) 이기만 기자 = “내일 대통령 선거를 실시한다면, 누구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여론조사기관에서 경쟁적으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빅데이터와 첨단 통계기법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는 오히려 위기를 맞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맞히지 못했다.

우리의 경우에도 지난해 4.13 총선에서 야당의 승리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최근 프랑스의 한 언론사는 선거예측이 너무 틀려 아예 대선 여론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실제 여론을 맞히지 못하는 여론조사’,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조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여론조사의 한계는 무엇인가?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던져 본다. 당신은 정부의 질병 대책 담당자이다.

지금 매우 위험한 전염병이 돌고 있어서 600명의 시민이 죽음의 위협에 빠져 있다. 당신은 한시라도 빨리 어떤 치료법을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가능한 치료법들은 어느 것도 완전하지 않아 위험성이 있다.

다음 두 가지 치료법 가운데 당신은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가?

① 200명의 환자를 확실히 살릴 수 있는 치료법 ② 600명이 모두 살 수 있는 확률이 1/3이고, 아무도 못 살릴 확률이 2/3인 치료법

당신은 무엇을 선택했는가? 대부분이 1번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똑 같은 기댓값을 가진다.

같은 질문에 대답을 바꿀 수 있다. 이번에는 다음과 같이 질문을 한다.

① 400명의 환자가 확실히 죽게 되는 치료법 ② 아무도 죽지 않을 확률이 1/3이고, 600명이 죽을 확률이 2/3인 치료법

이 경우에는 대부분의 사람은 대안 2번을 선택한다.

여론조사는 표본과 질문 구성, 조사방식에 따라 편차가 크다. 과학보다는 예술에 가깝다고 말하는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많다. 앞서 본 것처럼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원하는 대답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프레임효과(framing effect)라고 하는 것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에 따라 사람들의 준거점이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하다못해 응답문항의 순서도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다른 예를 하나 들어 보자.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의 실존주의 작가 알베르카뭐(Albert Camus)의 작품을 보면 살인죄로 재판을 받는 주인공에 대해 검사가 증인에게 어머니가 돌아 가셨을 때 피고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았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증인은 보지 못했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변호인이 증인은 어머니께서 돌아 가셨을 때 피고가 슬퍼하지 않는 것을 보았느냐고 묻는다. 증인은 역시 보지 못했다고 대답한다. 증인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질문을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서 주인공이 매우 부도덕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보통사람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여론조사 방식으로 인한 편차도 심하다. 유선전화와 휴대전화 중 어느 것으로 조사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온다. 20대와 30대의 경우에는 유선전화가 없이 휴대전화만 있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유선전화의 비중을 높이면 젊은 층의 여론을 왜곡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여론조사기관의 결과를 보고 의아하게 생각해 본 경험들이 한번씩은 있을 것이다.

이런 여론조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출시된 모바일 스티커투표 ‘사비니’가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동서남북 지역별, 남녀노소 세대별, 좌우 이념별로 갈갈히 찢겨 갈라지고 대립하는 우리 현실에 여론조사업체의 수난과 여론조사 피해자의 수난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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