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금남로 주변
「평화로운 그 곳 문화의 전당
화려한 조명 아래서 변하지 않는 건
변함없는 광주의 밤, 숨길 수 없는 영혼의 밤, 붉은 태양이 숨 쉬는 밤
그들의 외침이 있는 금남로의 밤」
- 우물안개구리 <광주의 밤> 중에서
인디밴드 우물안개구리는 경쾌한 기타선율에 맞춰 <광주의 밤>을 노래했다. 그들은 아픈 역사와 무거운 과거를 그들만의 언어와 이야기로 풀어냈다. 지금 광주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광주 금남로에 내려선다.
[글·사진 여미현]
금남로와 충장로
민주화 운동의 정신이 깃든 금남로. 옛 전남도청에서 옛 광주은행 사거리까지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 우리 현대사의 굴곡진 역사가 흐르고 있다. 그 역사의 현장은 문화의 도시로 차츰 채워지고 있다. 4월부터 12월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5·18 광장, 금남로 및 충장로 일대에서는 광주프린지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금남로에서는 시민과 전문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어울리고, ‘광주의 명동거리’라고 불리는 충장로에서는 문화를 즐기고 쇼핑을 하려는 인파로 북적인다. 민주화 운동의 거리로 각인된 금남로와 충장로는 옛 정신을 잃지 않고 그들만의 색채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sia Culture Center, ACC)
광주를 ‘아시아의 문화 중심 도시’로 변모시키기 위해 설립한 건물로, 구 전남도청 일원을 중심으로 민주평화교류원, 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예술극장, 어린이문화원 등 크게 5개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화전당 옥상은 하늘공원으로 꾸며져 있는데, 탁 트인 넓은 잔디 위에서 내려다보는 광장의 모습이 일품이다. 이곳에 한낮의 나른함과 일상의 피로를 잠시 맡겨보자.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문화전당과 5·18 기념재단 및 5·18 관련단체 사이에 구 도청건물 활용방안으로 긴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의 역사를 기록해 온 건물이 순간적인 판단과 이익으로 사라지지 않기를,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문화전당이 오롯이 의미를 간직한 채 일어설 수 있기를 바란다.
양림동 펭귄마을
금남로에서 광주천을 건너면 낡은 벽시계와 찌그러진 양은냄비가 담벼락에 걸린 골목과 마주친다. 바로 펭귄마을이다. 이곳에 오면 오래된 골동품 속에 파묻혀 1970년대와 8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이것저것 툭툭 던져놓은 것 같지만 나름 제 멋을 뽐낸다. 양림동 일대에는 근대 서양 문물을 전파했던 선교사의 흔적뿐만 아니라 근대 건물 역시 곳곳에 남아 있어 이러한 지역을 거점으로 ‘근대 예술여행’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잠시 쉴 곳
궁전제과
충장로에 위치한 궁전제과 본점은 1973년 개점하였다. 속을 파 낸 바게트에 계란, 맛살, 피클, 오이 등을 버무려 채워 넣은 공룡알빵은 이곳의 대표 메뉴이다. 바게트 겉면이 딱딱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한입 베어 물면 오독오독 씹히는 오이 주변으로 고소한 달걀향이 퍼진다.
[작가 소개 및 약력]
혼자도 좋고, 가족이나 친구와의 여행도 좋다. 여행을 하고 사진과 글로 추억을 남기길 좋아한다. 캠핑과 레포츠전문지 ‘더 카라반(Caravan)’에 기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