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 않은 그래서 조금은 낮선 부산여행

봄바람이 온통인 계절에 불현듯 지난 가을 이중섭의 전시회가 떠올랐다. 애틋하게 주고 받은 아내와의 편지와 아이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그리움. 거리마다 두 손 맞잡은 연인들 때문인지 말랑말랑 봄빛이 가득한 오늘, 부산이 가보고 싶어졌다.

거미줄처럼 펼쳐진 범일동의 골목길과 산허리를 가로질러가는 산복도로 위의 버스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연상시켰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발가락에 힘을 주고, 손잡이를 꽉 잡은 내 손엔 핏줄이 곤두선다.

▲ 이중섭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범일동 풍경(사진=신지영 작가)

은지화의 시작점, 범일동

부산은 산지가 많고 평지가 좁다. 특히 원도심 지역은 해안까지 산지가 발달해 있고, 토지는 바다를 메워 만들었다. 개항기를 거치며 부두 노동자로 일자리를 찾아 들어온 외지인들은 경사진 산지를 따라 무허가 판자촌을 짓고 정착한다. 1950년, 부산 범일동은 6•25 전쟁 때에 몰려든 피란민들이 기존 정착지에서 더 위쪽 산지까지 영세한 판자촌 마을을 형성한다. 산비탈과 천변에 피난민들의 판잣집이 빼곡하게 들어찼고, 그 속에는 이중섭도 포함되어 있었다. 함께 온 두 아들과 아내는 생활고에 일본으로 돌려보내고 홀로 부산과 통영을 전전하다 쓸쓸히 40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다.

그가 사라진 골목에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화로 몰려든 가난한 이농 인구가 산동네의 주민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1962년 10월, 새로운 근대적 도시로 나아가고자 부산에는 산복도로가 만들어졌다. 어스름한 저녁, 곡예 하듯 올라가고 내려감을 반복하는 버스에서 그가 내려다봤을 범일동 풍경을 스치듯 지나간다. 풍경 위에 그리움이 깊게 박힌 편지가 가슴에 고인다.

▲ 이중섭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이중섭 얼굴(사진=신지영 작가)

이중섭이 그렸을지 모를, 보림극장 포스터

이중섭 거리에서 멀지 않은 범일동역 앞에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과 유오성이 교련복을 입고 뛰어가던 철길 육교가 있다. 경부선을 지나는 육교위에서면 대각선으로 보림극장 간판이 보인다. 요즘 세대에는 알지 못할 그림으로 그린 영화 포스터가 걸려있다.

옛 누나의 출근길, 신발공장 골목

보림극장을 지나면 옛 간판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골목길을 잠시 걸으면 좁은 골목길 입구에 입간판과 사진이 보인다. 안창마을 밑, 언덕에 살고 있던 신발공장 여공들의 출퇴근 지름길이다. 조금 위쪽에 작은 신발 박물관도 있다.

▲ 안창마을의 어느 지붕위의 고양이들(사진=신지영 작가)

어느 영화 속 골목길, 안창마을

안창마을은 최근 종영된 드라마 안투라지 외에도 ‘소년, 천국에 가다’, ‘화장실 어디에요?’, ‘천국으로 가는 이삿짐’ 등 영화 속 골목 촬영지다. 여러 편의 드라마와 영화가 촬영되었음에도 상업적인 부분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조용한 골목, 따듯한 볕을 이불 삼아 지붕 위에서 졸고 있는 고양이가 푸근하다.

여행 TIP
이중섭거리 – 보림극장 – 안창마을
산복도로의 롤러 코스터를 타고 싶다면 앞에서 아름빌 아파트 정류장에서 29번 버스나 마을버스를 타고 안창마을로 이동하면 된다.

먹거리 TIP
부평 깡통시장 : 비빔당면, 거인통닭, 김치찌갯집, 고갈비 할매집
남포동 아리랑거리 : 리어카 거리(음식, 스낵)

글: 신지영 작가(애칭 '별사람') 
어린 시절 소설가를 꿈꾸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문학을 좋아 하고 여행을 즐겼다. 몇 년 전 오랜 직장생활을 접고 본격적 인 국내외 여행을 시작했다. 여행 중에 여행작가에 대해 알 게 되었다. 이후 사단법인 한국여행작가협회에 있는 여행작가학교 12기 과정을 수료했다. 캠핑과 레포츠전문지 ‘더 카라반(Caravan)’에 잠시 기고를 하다가 지금은 직장을 다니고 있다. 가슴 속에는 이미 또 다른 여행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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