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호안 블록 걷어내고 수생식물 자라기 힘든 콘크리트 호안 설치

▲ (김해=국제뉴스) 돌과 블록 사이 빈틈을 하천 생태복원에 적합하지 않은 콘크리트로 채우 면서 하천복원공사를 하고 있는 김해시 율하천 공사 현장.

(김해=국제뉴스) 황재윤 기자 = 경남 김해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펼치고 있는 ‘율하천 생태하천복원사업’이 하천의 본래 기능인 생태복원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설치된 지 10년 이상 지나 콘크리트 독성이 빠진 기존의 멀쩡한 호안 블록을 뜯어내는 대신 수생식물이나 어류 등이 서식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콘크리트 호안과 블록을 다시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김해시 등에 따르면 시는 2015년 3월부터 국비 등 96억여 원을 들여 율하신도시를 관통하는 폭 15~20m, 길이 1.38㎞의 율하천을 생태 하천으로 조성하는 ‘율하천 생태하천복원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1993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신도시 공사를 하면서 하천 바닥에 콘크리트를 깔아 놓은 것을 다시 뜯어내고 식물이 자라는 생태공간으로 바꾸는 공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율하천 공사는 하천 본래의 기능인 생태복원에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김해시의 대표적인 도심을 흐르는 율하천은 신도시가 형성되면서 10여년 동안 하천의 좌·우에 호안 블록 등으로 시공돼 치수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또 10여년이 지난 현재 수생식물이나 어류 등이 서식하는데 영향을 주는 콘크리트 독성이 사라졌는데도 불구 이를 다시 철거하고 새 콘크리트 호안 블록을 설치하면서 당초 생태하천 복원이라는 사업 목적과는 동떨어진다는 것이다.현재 율하천 바닥에는 정형화된 전석을 콘크리트와 함께 깔고 있고, 양쪽 호안에는 성곽 쌓기 공법으로 블록 설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호우 시 한꺼번에 많은 물이 내려오면서 무너질 것을 대비해 돌과 블록 사이 빈틈을 콘크리트로 채우면서 하천 생태복원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 (김해=국제뉴스) 김해 율하천 공사현장.

환경 전문가들은 “현재 이 같은 복원 공사로는 결국 율하천이 생태 숲과 물고기 등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는 ‘콘크리트 하천’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근 주민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다. 일각에서는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하천 복원 공사가 재검토돼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과거의 치수 등 위주로 직강 또는 보를 설치하고 콘크리트 중심의 하천정비 공사에서 벗어 나야 한다”며 “막대한 국비와 지방비를 투입한 율하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공학·학술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전문가의 면밀한 검증을 통해 생태하천 복원에 가장 적합한 공법으로 재검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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