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군은 29년 예술혼의 결정체를 강탈할 권리가 없다.

(서울=국제뉴스) 박준석 기자 = 거창국제연극제는 연극인들의 선망의 무대이다. 1989년 시월연극제를 모태로 시작된 거창 연극제는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극제로 자리를 굳힌 지 오래되었다. 서울 경기권도 아닌 지리산의 산골인 거창의 수승대에서 열리는 국제연극제가 대한민국 연극인들이 흠모하는 연극제로 자리 잡게 된 것은 한 연극인의 철학과 집념어린 예술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금이야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연극제이니 정부나 지자체의 기금을 받고 있지만 초기에는 전적으로 연극인 이종일이 개인 사재와 지인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진행해 왔었다. 연극인 이종일은 부산대 영문과를 나와서 거창에 영어교사로 부임한 이래 사재를 털고 지인들을 설득해 거창국제연극제를 시작하고 극단 "입체"를 만들어 아비뇽페스티벌에 출품하기도 하였다. 당시엔 중앙에서도 아비뇽 페스티벌을 잘 알지 못할 때였다.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는 행사의 진행만 원한다했다. 돈문제는 관에 일임을 해놨다.

거창의 연극제를 사유화? 이미 한 예술가의 필생의 작품이다.

10년 이상을 혼자서 해왔고 그 후도 전체예산의 극히 일부분만 지원받았으며 국내 최고연극제의 위상을 확보한 최근 몇 년에야 국. 도비가 제대로 지원되었다. 모두가 외면할 때도 멈추지 않고 거의 30년을 지탱해온 연극제를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사유화라는 멍에를 씌워 거창군이 운영권을 회수하려는 것은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정부기금을 받기 시작한 이래 여러 가지 의혹들을 제기했지만 거창군행정감사, 거창군의회 행정사무감사, 경상남도 감사, 감사원 감사 등 총 6차례의 내사와 조사에 모두 무혐의 처리되었다. 조직위원회의 집행은 투명하고 정당하게 집행되어져 왔음이 밝혀졌는데도 사유화라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운영권을 박탈하려는 시도는 한 예술가의 전 인생을 걸친 필생의 역작을 강탈하려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 문제가 불거진 과정을 살펴보면 인간관계와 지역안의 예술가들 사이의 문제, 그리고 지방정부의 중재과정에서 발생된 오해의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하여 꼬일 대로 꼬여버린 형국이다. 이미 거창군은 거창문화재단을 만들었으니 작은 군에서 문화재단이 할 수 있는 일중에 가장 확실한 사업이 거창국제연극제이고 그래서 군과 문화재단이 거창국제연극제를 운영하고 싶겠지만 이미 국제연극제는 거창군만의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 연극계의 대표연극제가 되었다. 오히려 문화재단이 기존의 집행위원회를 지원해줄 때에 그 존재의 가치가 빛날 것으로 보인다. 혹은 거창문화재단은 거창문화재단의 창의성을 가지고 새로운 일을 찾으면 되고 거창연극제는 해오던 대로 연극제를 진행하면 될 일이다. 이미 30년을 해온 일을 개인이어서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거창. 지리산 골짜기에 연극을 보기위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수승대 행락객과 겹치지 않는다.

거창국제연극제의 문제는 문화예술계문제의 축소판. 좋은 해결의 선례 남겨야한다.

거창국제연극제의 사례는 예술의전당 및 지방의 문화의 전당과 문화재단에 반면교사가 되는 사례가 되어야한다. 예술가들이 모여서 창작 작업을 하고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 역사를 이어가면서 정부 혹은 지방정부의 지원이 더해져서 건물과 직제가 갖춰져 가며 사랑받는 예술의 전당으로 발전해 나가야했었다. 그것이 세계적인 극장들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관주도로 건물을 짓고 건물관리인들이 예술을 시작한다. 그러니 대한민국최고의 예술의전당이 아직도 대관 전문 업체의 처지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거창연극제도 거창군이 연극제를 지원하면 그것이 거창군의 역사가 되고 시민의 사랑받는 연극제가 되는 것이다. 결국 관도 사람이고 연극제조직위도 사람이다. 개인의 사유화로 몰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공공성을 담보하는 장치를 해야 한다. 이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지원하되 재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운영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를 연극제조직위에 요구하면 된다. 사유화의 우려를 불식시켜주는 노력은 거창군의 소임이다.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도 행사운영은 하되 예산집행은 직접공무원이 와서 할 수 있기를 원했다고 한다. 국립오페라단의 경우를 보면 정부가 지원을 하면서 그들이 젊은 예술가들에게 어떤 급여를 주는지 등의 활동의 공공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의 미비로 인해서 200시간의 연습에 100만원을 지급(계약서는 100여 시간이라 했지만 러시아어와 무소르그스키 음악을 준비하는 시간이 하청 합창단에게 필요한 것을 국립오페라단도 알고 있었다)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서울시장의 점심값도 알 수 있는 시대에 15억원 공연의 총액밖에 알 수 없는 것은 장치의 미비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런 조치들이지 한 예술인의 평생의 업적을 사유화로 매도하는 것을 원할 리가 없다.

 

거창군의 대승적인 자세만이 이 사태 해결할 수 있다.

거창군은 거창국제연극제가 대한민국 예술계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위상을 잘 헤아려서 오히려 지원해줘야 한다. 그렇다면 정부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게 되는 세계 속의 거창연극제로 더욱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이미 국립극장과 협력으로 거창국제연극제 대상작품이 익 월에 1주일간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세계최고의 예술축제인 아비뇽페스티벌과도 MOU를 맺게 된다고 한다. 최근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부산연극제가 관의 잘못된 판단으로 파행을 거듭하게 된 것과 거창연극제가 미약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국내최고의 연극제가 되었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연극인들의 바람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거창의 어느 골짜기에 영화표보다 비싼 연극을 보기위해 사람들이 몰린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곳에서 두 개의 연극제 갈린다는 것은 파국이다. 관이 민에 양보하는 것이 아름답다.

수승대 행락객을 위한 해외공연단 공연. 먹거리 매장도 주민들만 가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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