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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의 오페라 9단] 독일 '악극' 창시한 바그너오페라마 콘텐츠로 풀어보는 오페라 이야기
정경 칼럼니스트  |  gukjenews@gukj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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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8  10: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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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카네기 홀에서 독창회를 하는 바리톤 정경 교수 (사진=오페라마예술경영연구소)

(서울=국제뉴스) 정경 칼럼니스트 = 독일 작곡가인 리하르트 바그너는 1813년 5월 22일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났다. 바그너는 작곡에 입문하기 이전부터 극작가로서의 삶을 꿈꿨으며, 호프만과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의 영향을 받아 '로이발트'라는 드라마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바그너는 우연히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를 관람하게 된다. 이 작품에 큰 감명을 받은 바그너는 그날로 음악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그는 오페라 장르에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였는데, 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두 종류의 예술이 모두 함께 어우러지는 장르이기 때문이었다.

바그너는 이전부터 갈고닦은 글솜씨를 살려 직접 오페라 대본을 집필하기 시작했고, 그의 초창기 작품인 '혼례', '요정', '연애금제'를 비롯하여 후기의 대작인 '니벨룽의 반지'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직접 집필을 도맡는다.

바그너는 매우 긍지 높은 음악가였으며, 부정적으로 표현하자면 오만하기로 유명한 음악가이기도 했다. 이 세상에 자신과 견줄 수 있는 작곡가는 베토벤 외에 아무도 없다고 여겼으며, 따라서 그는 예술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인들이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자신을 공경하고 존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바그너는 자신의 예술이 최고이기 때문에 세상 모든 사람들과 사회는 자신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기도 했다.

어찌 보면 뻔뻔할 정도의 오만함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이러한 그의 성향은 그가 작곡한 음악에서 분명한 진보적 색채로 나타난다. 바그너는 과거의 것을 답습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는 초창기 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이후 교향곡을 전혀 작곡하지 않았는데, 이는 교향곡이라는 장르가 베토벤에서 이미 완성되어 더 이상 발전할 여지가 남아있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의 진보적 성향은 그가 주창한 악극, Musikdrama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그는 이탈리아의 오페라가 아닌 독일만의 오페라를 만들기 원했으며, 독일의 오페라가 타국의 오페라들과 확연한 차이를 가지기를 원했다.

그는 노래와 춤에 치우친 19세기 오페라에서 벗어나 음악을 연극의 극적 전개에 결합시키고자 노력했고, 오랜 투자와 시행착오, 연구를 통해 '악극'이라는 장르를 탄생시켰다. 그의 악극 대표 작품으로는 '탄호이저', '트리스탄과 이졸데',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니벨룽의 반지', '파르지팔' 등이 있다.

바그너는 논란의 작곡가이기도 했다. 당대를 대표하는 진보적 성향의 음악가이자 독일적인 것을 강조하는 그의 행보는 게르만 신화와 전설에 대한 탐닉으로 이어졌고 결국 그의 작품에는 독일 민족주의가 짙게 녹아들었다.

꾸준한 노력과 시행착오를 통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 성과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바그너는 온전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며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바로 과도한 수준의 민족주의와 더불어 그가 공공연히 내비치던 반유대주의적 성향 때문이었다.

'음악 속의 유대적 성향(Das Judenthum in der Music)'을 비롯해 바그너가 남긴 많은 글들은 반유대주의뿐만 아니라 그가 가진 정치적 입장의 모순과 불안정한 윤리관을 드러냈다. 이는 그의 사망 반세기 후 나치 독일이 바그너의 음악을 선전용으로 활용하고 유대인을 학살하면서 더욱 조명받았고, 이로 인해 바그너의 음악과 업적은 오늘날까지도 윤리적인 논란의 소지를 갖게 되었다.

이와 같은 논란 속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그가 당대 독일 오페라와 성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도 진지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이다.

◇ 쉬운 오페라 '탄호이저'

바그너의 오페라 작품들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어렵다'는 표현이 가장 적합하다. 난해하고 심오한 구성을 자랑하는 바그너의 오페라 작품들 중 눈에 띄게 받아들이기 쉬운 오페라 작품이 하나 있으니 바로 '탄호이저'다. 이 작품은 바그너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귀에 익숙한 선율로 아리아가 흐르고 이야기 또한 복잡한 꼬임 없이 전개된다.

'탄호이저'의 모티프는 유럽에 전승되어 내려오던 전설로 바이에른 지방의 기사이자 시인이었던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엔이라는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그는 유럽 각지를 떠돌았으며 십자군 원정에도 참가한 바 있는 인물이었다.

바그너는 이러한 배경과 시인 하이네의 주석 등을 참고하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바그너의 작품에서 탄호이저는 공공연하게 쾌락을 예찬하며 지순이나 정신적인 사랑 등의 가치를 강조하는 세상과 대립한다. 이 대립과 충돌로 인해 탄호이저는 강제로 순례의 길에 오르게 되는데 이는 바그너가 주인공 탄호이저를 '부당한 사회에 저항하는 예술가'로 그려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페라 '탄호이저'는 바그너의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바그너는 독일의 어느 작곡가보다도 언어 문제를 고민한 사람이었다. 그는 이탈리아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독일인의 성대와 발음 구조로 이탈리아 오페라를 완벽하게 노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바그너는 곧바로 이러한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이라 할 수 있는 아리아와 레치타티보의 구분을 없애는 것으로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는다.

아울러 라이트 모티프라는 개념을 최초로 도입하는데, 이는 특정 인물이나 특정 장면이 되풀이돼서 나올 때, 해당 인물이나 장면을 상징하는 선율이나 화성을 다시금 등장시켜 관람하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러운 연상이 가능케 하는 장치이다. 영화에서 특정 사건이나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유사한 멜로디가 되풀이되는 것 역시 일종의 라이트 모티프라고 볼 수 있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에서 벗어나 독일만의 오페라를 만들고자 했던 바그너의 시도는 막 걸음마를 뗀 초보적인 단계였다. 따라서 오페라 '탄호이저'는 이탈리아 오페라와 훗날 바그너가 주창하는 악극(Musikdrama) 사이에 위치하는 과도기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이었다.

바그너의 새로운 시도는 관객들에게 당혹감을 불러일으켰다. 1845년 10월 20일 독일 드레스덴 궁정극장에서 오페라 '탄호이저' 초연이 올랐는데 이날 관객들은 바그너의 새로운 음악적 시도나 미묘한 구성의 변화 등의 차이를 거의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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