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울산=국제뉴스) 박운보 기자 = 13개월째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벌이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사가 28일 회사가 쪼개지기 전 사실상 마지막 협상인 77차 본교섭을 벌이고 있으나 기본금 삭감과 노조 구성 등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본교섭과 실무교섭을 거의 매주 이어오던 현대중공업 노사는 이날 협상이 결렬될 경우 4월 이후 분할된 4개 회사별로 임단협을 해야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이날 그동안 실무협상을 토대로 회사로 분할 전 마지막 교섭을 벌이고 있는 셈이어서 현격한 입장차이에도 일단 밤늦게까지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7일 임시 주총을 통해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등 4개 회사로 인적분할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두고 기존 존속법인 현대중공업과 비조선 부문인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현대로보틱스(로봇) 등 4개 독립법인으로 4월1일부터 출범하게 된다.

현대중의 회사 분할은 조선업 불황 때문이다. 조선과 해양플랜트 부문은 지난 10년 간 현대중공업의 캐시 카우(cash cow·수익 창출원)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이후 저유가시대가 열리면서 해양플랜트 실적이 급격히 떨어졌고, 조선 부문 역시 물동량 감소로 수주량이 급락했다. 이 탓에 현대중공업은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회사 측은 이같은 상황을 내세워 고통분담을 위해 고용 1년 보장과 연계한 기본급 20% 삭감을 노조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 측은 "현대중공업 구성원은 전년 대비 34% 임금삭감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1조6000억원의 흑자회사인 회사가 고통을 분담하자는 것은 억지"라고 맞서고 있다.

4개 회사 분할에 따른 노조 구성문제도 난관이다. 노조는 고용안정을 위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노조가 4개 회사의 유일 노조로 활동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회사 측은 1개 노조가 업종 특성이나 사업 영역이 다른 4개 회사와 교섭하겠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결국 이날 협상이 결렬되면 현대중공업의 임단협은 돌이킬 수 없는 갈등 국면으로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본협상에 앞서 백형록 노조위원장은 오전에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7월1일부터 고정연장과 변동연장을 회사측이 일방 폐지하면서 대리 기준 평균 70여만원, 기능직 4급 기준 120여만원이 줄었다"며 "성과급은 미포조선에 못 미치고, 고정연장수당 폐지에 따른 임금 조정분도 삼호중공업보다 낮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현대중공업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7800만원으로 제조업계에서도 높은 수준"이라며 "급여가 가장 낮은 7급 기사의 경우에도 4000여만원이 넘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노조 주장은 기본급과 일부 고정수당만 합한 것으로, 고정급 중 상여금과 성과금 그리고 격려금을 제외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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