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관식 대구경북지방병무청 복무관리과장

심각한 성격장애로 동료, 직원들과 마찰을 자주 일으키고 심지어는 폭력까지 행사하여 더 이상 사회복무요원으로서 정상적인 복무가 어려울 정도에 이른 사람이 있다.

이 사회복무요원은 입대 전에 잠시 정신과 치료만 받고 그 이후에는 치료를 중단하였으며, 병역판정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아 현재 경북지역의 모 지방자치단체 도서관에서 복무하고 있다.

복무지도관은 여러 차례 만남을 가져 마음 속 얘기도 들어주고 부모님과 상의도 하고 치료를 받게 하는 등 무사히 병역의무를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으나 복무 상황은 그렇게 썩 나아지지 않아 복무부적합 심사 대상 여부를 심각히 고려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걱정스런 마음에 이 사회복무요원과 면담을 가져 보니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 사회복무요원은 “과장님!, 저 이제부터 치료도 잘 받고 약도 안 빠지고 잘 먹고 해서 무사히 복무를 마칠 수 있도록 노력 하겠습니다”라고 달라져 있었다.

워낙 뜻밖의 일이라 그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이 친구는 “일전에 연평해전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나와 같은 젊은이 들이 저렇게 목숨을 바쳐 가면서 나라를 지키는데 나는 후방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는 것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너무나 창피스럽고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는 내용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마음을 다시 고쳐먹고 부모님께 이제부터라도 정신과 치료를 잘 받고 사회복무요원으로서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한다.

“좋은 영화 한 편이 인생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보아 온 “많은 영화를 생각해 보면 재미있더라, 감동적이더라, 무섭더라 등 그냥 단순한 느낌 밖에 없었던 터“라 정말로 좋은 영화 한 편이 인생을 바꿀 수 있는지 의문이 들곤 하였는데 이 사회복무요원의 얘기를 듣고 확신을 갖게 됐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여러 갈래의 길에서 가야할 방향을 찾지 못하고 주춤거릴 때가 있다. 그럴 때 누군가의 따뜻한 도움의 말, 또는 용기를 주는 말은 그 사람의 인생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한다.

우리 곁에서 묵묵히 힘든 일을 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을 만날 때, 한번쯤 격려의 말을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

며칠 있으면 대구경북지방병무청의 시네마 스토리라는 영화 동호회에서 영화를 관람하러 간다고 한다. 나에게도 인생을 바꿀만한 감명 깊은 인생 영화가 기다리고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흘린 땀과 청춘의 병역이행의 징검다리가 되기 위한 역할들이 한편의 인생 영화처럼 다가서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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