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대전지방보훈청)주무관 조명희

100년 전 한 서구 언론에는 ‘동그란 공(지구) 위에 삿갓쓴 선비가 양팔과 두다리는 줄로 묶여져 네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잡아 당기는 모습을 그린 삽화’가 실렸다. 구한말 국제정세에 어두운 장님의 처지에서 주변 열강들에게 휘둘리는 조선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한 것이다.

구한말, 19세기 후반의 세계정세는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시대였다. 제국주의 식민지 쟁탈전의 멋잇감이 되었던 동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독립을 유지했던 타이는 세계정세의 흐름에 눈을 떴기에 생존의 길을 모색할 수 있었다. 일본 또한 19세기 중반에 그런 흐름에 올라탈수 있었기에 후발주자로 열강의 반열에 오를수 있었다. 하지만 구한말 조선은 쇄국파와 개화파로 분열되어 나라의 주권과 운명을 외세에 의존해야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당시 세계사의 흐름에 눈먼 관리들은 세도정치에 몰두했고 탐관오리들은 자신의 배를 채우기에 급급한 가운데 조선은 서구열강과 맞서 독립을 유지할 힘도,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의 길을 찾을 만한 외교력도 없이 일본의 수중에 떨어진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유럽의 강대국들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에 눈독을 들였고 미국은 러시아의 남하를 견제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한반도는 일본의 손아귀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렇게 국가의 운명과 주권을 외세의 손에 맡긴채 우리는 반세기 가까운 수탈과 착취 속에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던 것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의 대외 상황은 어떠한가? 구한말의 ‘불확실성의 시대’와 비교하면 현 상황은 ‘超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고, 우리의 자위권 강화를 위한 사드(THAAD) 배치 결정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중 관계는 대립양상으로 바뀌면서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우리의 우방인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등으로 경제적‘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고, 일본은 조직적이고 전방위적으로 독도 침탈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 정부 각료들의 독도 망언이 잇따르고 있는 데다 ‘독도는 일본땅’이란 주입식 교육을 본격화하는 등 독도 도발을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지역적 갈등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고, 이념적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집단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타협보다는 투쟁이 선호되고 있다. 손쉽게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사안은 별로 없고, 토론을 거듭할수록 분열만 가중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대내외적 도전에 직면한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국민 모두가 하나되어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해 대동단결하는것, 즉 3.1 운동 정신이다. 98년 전 3월 1일 한반도는 독립만세 함성으로 진동했다. 1910년 일본의 국토 병탄으로부터 10년을 인고하던 전 민족이 분연히 일어선 것이다. 그 대열에서는 신분, 연령, 남녀 차이도 없었고, 이념과 종교의 차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모두가 하나 된 민족 전체였다. 3.1운동의 핵심정신은 대동단결(일원화), 대중화 그리고 비폭력으로 기억되고 있다. 종교계, 학생, 시민 등이 하나의 계통을 이루어 일사분란하면서도 지역별 형편을 살린 단일한 대오로써 만세운동에 나섰는데 이는 오늘날 근대적인 국민의식을 형성한 기본 출발점이 된 것이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우리 민족은 화합하고 단결할 때 국운이 융성했고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냈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 단결하고 관용하지 못했을 때 우리는 분열되었고, 질곡의 역사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우리 앞에는 새로운 도전들이 놓여 있다. 새로운 백년이 될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구한말로 돌아갈 것인가에 갈림길에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 98년전 보여 주었던 우리 선열들의 3.1정신을 계승하여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다함께 노력할 때다.

                                                     대전지방보훈청 조명희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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