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떡궁합 부자

경남 통영에는 서로에게 꼭 달라붙어 도무지 떨어질 줄 모르는 아빠와 아들이 있다. 단둘이 살아 온 시간들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겠다는 아빠 학렬씨(44). 일하는 아빠의 등에 업혀 졸던 아들 성우(7)는 어느새 아빠의 배달트럭 조수석에 기어올라 너스레를 떨 정도로 자랐다.

뿐만 아니라, 때로는 정신없이 바쁜 아빠 곁에서 팔을 걷어 부치고 조수 역할도 한다. 종일 녹초가 된 몸이지만, 아들과 레슬링 장난을 하며 노는 저녁시간은 아빠에겐 그야말로 삶의 활력소! 이렇듯 이들 부자가 죽고 못 사는 이유는 서로 의지해 아픔을 이겨낸 세월에 있다는데. 세 살 배기 성우를 두고 아내가 홀연히 사라졌을 때만 해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는 학렬씨. 그런 아빠를 일으켜 세운 건 바로 하나뿐인 아들이었다.

■ 아빠의 시간은 바쁘게 흐른다

4년 전 아내가 떠난 뒤 홀로 남은 아빠는 슈퍼맨이 되어야 했다. 세 살배기를 등에 업고 뱃일, 택시기사에 대리운전까지 닥치는 대로 하는 와중에, 정신분열증으로 입원한 형의 뒷바라지까지 도맡았다.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듯한 나날이었다.

그런 형편을 딱하게 여긴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회사에 취직한 아빠. 성우를 돌보며 돈도 벌수 있는 일자리를 놓칠 수 없어 더욱 열심이다.

하지만 성우를 혼자 둔 채 저녁 배달을 나갈 때면 도무지 마음이 편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아빠의 귀가가 늦어지자 표정이 어두워지는 성우. 엄마의 고장 난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안절부절 못하더니 끝내 아빠를 찾으러 집을 나선다. 추운 밤, 꽁꽁 얼어붙은 채 자신을 기다리는 아들을 본 아빠는 마음이 아프다. 

■ 아빠가 지켜줄게

일찍 아버지를 여읜 학렬씨에게 고된 삶보다 더욱 힘든 건 사무치는 외로움이었다. 늘 ‘내 편’이 그리웠던 아빠에게 어느 날 친구의 소개로 만나게 된 중국인 아내는 온전한 ‘내 편’이었고, 그래서 전부였다.

하지만 그런 아내는 난데없이 어린 아들을 두고 떠나버렸고, 주변에서는 성우를 포기하라고 했다.

하지만 아빠에게 아들, 성우는 유일한 삶의 이유! 그때 이후로 학렬씨는 성우만을 바라보며 살았다.

하지만 최근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부쩍 엄마를 그리워하는 듯한 성우. 아빠 앞에서는 밝게 웃는 성우지만, 아빠는 아들의 여린 가슴에 드리운 그늘을 안다.

성우가 슬퍼하지는 않을까, 기가 죽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학렬씨! 그런 학렬씨가 할 수 있는 것은 바쁜 일정을 쪼개 조금이라도 성우와의 시간을 늘리려 애쓰는 일 뿐이다. 아빠는 아들의 행복한 세상을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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