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혐오그림 맞딱드리는 판매원들의 불편한 진실

▲편의점 판매원 뒤로 혐오그림 담배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최상인 기자)

(부산=국제뉴스) 최상인 기자 = 정부의 흡연 규제 정책 일환으로 담배갑에 각종 흡연질환이나 수술 장면 그림을 삽입한 '혐오그림 담배'가 편의점 등 시중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이 혐오그림 담배를 매일 판매대 앞에서 맞딱드려야하는 판매원들의 볼멘소리가 높다.

지난해 6월 보건복지부는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에 따라 지난달 23일부터 생산되는 모든 담배의 포장지(상단 30% 이상, 전체 50%)에 흡연을 경고하는 혐오그림을 넣는 것을 의무화했다.

여기에는 구강암이나 후두암에 걸린 모습, 충혈된 아이의 눈, 발기부전을 표현하며 고개 숙인 모습 등 10여종의 그림이 담배갑 앞뒤 양면에 삽입돼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담배 혐오그림 10종.

하지만 이런 혐오그림 삽입이 담배를 진열하고 판매하는 판매원들에게 불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부산지역의 한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A 씨는 "매일 진열되는 혐오그림 담배갑을 보고 있으니 정신병이 올 지경이다. 담배 판매원들의 입장은 생각치 않은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저와 같은 판매원들끼리 모여 얘기를 나누는 단체톡 방에서도 모두 불편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고 덧붙혔다.

 

이와 같이 정부의 방침대로 흡연 규제 효과는 높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정책 시행단계에서 판매원들의 입장까지는 고려치 못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정부가 담배 판매원들을 위해 하루아침에 법을 개정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던힐, 보그, 켄트 등을 제조·판매하는 브리티쉬 아메리칸 타바코(BAT코리아) 관계자는 "23일 생산 담배부터 혐오그림이 인쇄돼 출고 중이다. 판매원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방침에 따라 그림이 부착되는 부분이라 우리도 따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 혐오그림이 삽입돼 편의점에서 진열 판매 중인 담배. (사진=최상인 기자)

아직 전국의 모든 판매점에서 혐오그림 담배가 100% 입고된 상황은 아니지만 담배 판매량이 가장 많은 편의점부터 혐오그림 담배가 속속 입고 중이다. 설 연휴 이후 부터는 전국의 모든 판매점에 혐오그림 담배가 진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혐오그림 담배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 80개국에서 시행중이며 올해 말까지 101개국으로 확장될 계획이다.

흡연자들의 규제의 일환으로 시행된 혐오그림 담배가 흡연률 하락에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매일 만져야하는 판매원들의 고충은 더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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