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의원 "'종이호랑이'된 인권위, 권한확대 필요"

 

(국회=국제뉴스) 이승희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시정권고를 정부부처가 수용하지 않거나 검토중이라는 이유로 회피하는 비율이 29.7%에 달했다.

인권위 시정권고 3건 중 1건이 정부부처에 반영되지 못하는 것으로, 인권위가 사실상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 이용호 의원(국민의당, 남원·임실·순창)은 20일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5년간 인권위가 정부부처에 대해 권고한 '시정권고' 111건 중 '전부수용'이 43건, '일부수용' 35건, '불수용' 6건, '검토중' 26건, 아직 회신을 하지 않은 건이 1건이다"라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에 따르면 인권위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해 필요한 경우, 정부부처에 정책과 관행의 시정을 권고할 수 있다. 인권위의 시정권고를 받은 정부부처는 90일 이내에 인권위에게 이행계획을 제출해야 하고, 불수용하는 경우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그러나 정부부처가 인권위 권고를 불수용하는 경우, 인권위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언론공표가 유일하다.

대표적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012년 3월29일 결의된 의료법 개정권고(안마사 자격으로 중학교 이상의 학력 의무화는 과도하다는 내용)에 대해 불수용 의견을 밝히자, 인권위는 2012년 11월2일 이를 언론에 밝히는 수준에 그쳤다. 인권위는 지난 6건 '불수용' 사례 모두 언론공표를 했으나, 달라진 것은 없다.

게다가 정부부처가 시정권고를 받은 후 검토중이라며 대답을 회피해도 인권위가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없다. 정부부처의 정책 내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정권고'가 정부부처의 해태와 무반응 속에서 힘을 잃는 것이다.

이용호 의원은 "정부부처가 인권위의 시정권고를 불수용하거나 답변을 회피하는 것은 인권위를 '종이호랑이'로 만드는 것이다"며,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는 정부 정책은 하루바삐 시정을 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런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의원은 "인권위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높다. 지금처럼 인권위가 정부부처의 불수용에 대해 언론공표 정도로만 대응한다면 인권보호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인권위의 권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 개선 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은 "정부부처의 불수용이나 대답 회피에 대해 인권위가 취할 수 있는 법적조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루바삐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저작권자 © 국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