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대신 손가락과 손바닥으로 선을 그으며 그림을 그리는 이안 리(lan Lee).

▲ (서울=국제뉴스) 이운안 기자 = 열가락의 손으로 캔퍼스 위에 먹으로 그린 흑백의 작품 속에서는 자신의 DNA가 묻혀 있다고 했다.

 

(서울=국제뉴스) 이운안 기자 =  손가락과 손바닥으로 선을 그으며 그림을 그리는  이안 리(lan Lee) 화백을 지난 16일 올해로 15회를 맞이하는 KIAF2016/ ART SEOUL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강남 COEX 박영덕화랑 부스에서 만났다.

KIAF2016/ ART SEOUL COEX 전시장에서.

평범한 키에 부리부리한 눈동자가 나의 시선을 잡는다, 하얀 종이 위에 검정 먹으로 그려진 전시된 작품 앞에서 검정T에 검은 양복이 작품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인상적 이었다.

어린 시절 늘 혼자였다고 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을 쓰고 좁은 골목의 한 귀퉁이에서 낙수를 응시하거나, 집에서 가까웠던 수유리 화계사의 처마 밑에서 내려다 보이는 작은 연못에 비쳐진 나무 그림자, 혹은 계곡에 버려진 초파일 연등, 뿌리를 드러낸 나무, 절간의 종소리, 북소리, 목어소리 등이 나의 어린 시절에 감정이 그대로 스며들었다고 그때를 회상 한다.

화가인 아버지에게 작가들의 작품전 팜플랫이 일주일 마다 수북히 쌓였다가  버려지는 것을 보면서 그것으로 딱지를 접고 나중에는 그 여백에 그림을 그리며 놀았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 좋은 그림선생님이 되어 주었다고 했다.

그림을 좋아하고 그 속에서 성장하고 당연히 화가가 되리라 꿈꾸었지만 강요된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여 경영학과에 진학하게 된다. 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입영 영장을 받아 놓은 5개월간이 그가  마음 놓고 그릴 수 있었던 행복한 백수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군 제대 후 직장생활 속에도 늘 그림에 갈증은 커져만 갔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대신 주말마다 카메라를 들고 자연과 만나면서 곤충, 들풀 들의 거친 숨결을 담아내었다.

사진은 짧은 탐색의 시간에도 완성할 수 있지만 그림은 긴 사색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열망의 시간도 점점 커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쉽게 시작할 수 없었던 것은 경제적 여건 외에도 너무 많은 시간을 지나온 것에 대한 자기확신이 부족했던 것과도 관련이 있다고 고백한다

결국 그는 어떤 것도 그림에 대한 갈증을 채워줄 수 없다는 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게 되었고  늦은 나이에 다시 화폭을 마주하게 된다 그간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며 만나왔던 가슴저린 장면과 자연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기억을 더듬듯 그 감동과 시간성을 표현해 내는 것이다

또한 작품은 그의 기록이고 그가 만난 누군가 이고 (사람이던 작은 곤충이던) 그가 느낀 어떤 감정을 화폭에 예리하게 손으로 기록해 나가는 것 이다 . 그 결과물은 어쩌면 그가 겪고 살아온 이력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이안 리 작가는 먹 작업을 주로 하는 이유를 해가 넘어가기 직전에는 찬란한 컬러도 흑백의 실루엣을 끝으로 어둠의 세상으로 넘어 가는 강렬함에 매료되어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마치 기억의 순간에서 망각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기억,  시골 길 그 작은 틈 사이로 햇살이 빠르게 지나가고 들판의 풀들이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리며 지르는 비명 같은 것을 듣는 것처럼 예민한 감각이 그림의 실마리가 된다고 한다

“생명체가 나서 자라고 소멸되는 과정에서 끝내 보여지는 것은 거친 자연에서 끝까지 살아 남으려는 몸짓이 아닐까?. 그것은  ‘Nature Struggle’ (자연의 몸부림이다) ,설령 멈춰진 주검이더라도 아름답다.”고 했다.

또한 그가 현실 속에서 살며 마음에 담아 온 것들을 늦깍이 화가가 되어 거침없이 표현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 해 뉴욕 첼시 개인전을 시작으로 , 뉴욕스쿱, 아트 햄튼, 아트부산,어포더블 서울과 뉴욕, 키아프서울 그리고 아트 타이페이와 마이애미 스쿱,  콘택스트,  뉴욕 2인전등의 출품이 빼곡히 예정되어 있다.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이안 리 화백의 앞으로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하다.

▲ (서울=국제뉴스) 이운안 기자 = 미소짓는 이안 리 화백을 KIAF2016/ ART SEOUL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강남 COEX 박영덕화랑 부스에서 만났다.

 

저작권자 © 국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