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제품 납품하려다 덜미…대한배구협회·조직위 페널티 없어 유착 의혹

▲ 광주하계U대회 당시 배구 경기장으로 사용된 동신대학교 체육관. 타라플렉스가 깔려있다. ⓒ국제뉴스 자료사진

(광주=국제뉴스) 류연선·김성산 기자 = 광주시장애인체육회가 배구 바닥재 업체에 맡긴 타라플렉스가 A업체의 수익사업에 이용돼 말썽을 빚고 있는 가운데 A업체가 국제대회를 앞두고 수차례 약속을 어겨 국제적 망신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5일 익명의 제보자 등에 따르면 본지는 지난달 30일과 1일 두 차례에 걸쳐 광주시장애인체육회 소유의 타라플렉스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개최된 월드리그 바닥재로 설치, 공유재산이 A업체의 수익사업에 이용된 사실을 고발했다.

A업체는 지난 4일 오전 바닥재를 원래 보관 장소인 경기도 용인으로 옮긴 뒤 장마가 소강 상태에 접어드는 오는 7일 광주시장애인체육회에 반환할 예정이다.

A업체는 최근 열린 국제대회에서도 시방서와 다른 제품을 납품하려다 덜미가 잡혀 행사에 차질을 빚었지만,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는 2015광주하계U대회 당시 배구용품 납품 업체로 선정, 배구경기장 바닥재(타라플렉스 4조, 몬도프렉스 6조)를 납품했다.

타라플렉스 4조와 몬도프렉스 1조는 판매하고, 나머지 몬도프렉스 5조는 임대하는 방식. 연습경기장의 경우 몬도프렉스로 설치하고, 4개 시합 경기장에는 타라플렉스를 깔기로 했다.

대회 조직위는 국제적인 룰을 깨고 '몬도플렉스'를 배구 경기장 바닥재로 정한 뒤 입찰을 실시해 A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FIUS(국제대학스포츠연맹)가 연습경기장과 시합경기장 10곳의 바닥재를 모두 '타라플렉스'로 설치해야 한다고 못박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대회 조직위는 A업체와 협상을 벌여 메인 경기장 4곳만 타라플렉스로 설치하도록 주문했고, 해당 업체가 이를 수용하면서 계약이 변경됐다.

그러나 무지(無知)에서 온 것 처럼 보이는 이같은 불상사는 예견된 일이었다. 대회 조직위의 정식 입찰 공고전 타라플렉스 한국 에이전시는 대회 조직위에 국제대회 이기 때문에 '타라플렉스'로 설치(기사 하단 참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 대회 조직위는 이를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업체는 메인 경기장인 염주체육관에 타라플렉스가 아닌 몬도프렉스를 깔려다가 적발, 다음날 바닥재를 걷어내고 며칠 뒤 타라플렉스로 까는 헤프닝을 연출했다.

순천팔마체육관의 경우는 더욱 심각했다. 대회를 하루 앞두고 타라플렉스를 설치해 대회에 큰 차질을 빚었다. 특히 경기장 적응을 위해 코트를 찾은 각국 선수단으로부터 야유섞인 질책을 받아야 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열린 2015세계군인선수권대회에서는 더욱 웃지 못 할 쇼가 벌어졌다. 바닥재 납품 업체로 선정된 대한스포츠공업협동조합이 A업체에 하청했고, A업체는 타라플렉스가 아닌 몬도프렉스로 깔려다가 또 다시 적발됐다.

게다가 당시 바닥재로 사용하려던 몬도프렉스는 A업체 소유가 아니고, H지자체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A업체는 H지자체의 몬도프렉스를 공짜로 세척해 주겠다고 바닥재를 빼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스포츠공업협동조합은 A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고, 타라플렉스 업체에 부탁해 국제적 망신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한배구협회를 비롯한 대회 조직위는 어떠한 페널티도 가하지 않아 유착 의혹을 키우고 있다.

A업체의 실질적인 대표는 몇 년 전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돼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현재 대한배구협회 산하 연맹에서 보직이사를 겸하고 있어 부적절 논란에 휩쌓였던 인물이다. 사법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본지는 A업체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달 30일 통화했던 휴대폰 번호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그런 사람 아니다"고 답했고, 재차 통화에서 "지난달 30일 통화했던 언론사다"고 밝혔지만 "전화를 잘못 걸었다. 왜 또다시 전화하느냐"며 전화를 끊었다.

광주하계U대회 조직위 사무총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세계군인선수권대회 조직위 관계자는 "김천 세계군인선수권대회 경기장에 당초 사양과 다른 몬도프렉스가 들어와 이를 걷어내고, 타라플렉스로 다시 설치했다"면서 "광주U대회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발생해 곤혹을 치렀다"고 토로했다.

◆ 타라플렉스와 몬도프렉스?

FIVB(국제배구연맹)은 매년 국제대회시 사용할 수 있는 공인 용품과 장비를 승인하고 있다.

FIVB는 미카사(MIKASA), 몰텐(MOLTEN), 가라(GALA), 캄부시(CAMBUCI) 등 6종의 배구공을 승인구로 허가했다. 하지만 FIVB 주최 국제대회에서는 미카사(MVA 200)를 독점적으로 사용토록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바닥재의 경우, 타라플렉스 2종(7mm, 9mm 두께), 몬도스포츠와 몬도프렉스, 대스콜(DESCOL) 등을 권고하고 있지만, 1차적으로 타라플렉스 설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타라플렉스와 몬도프렉스를 취급하는 대형 업체가 1곳씩 있다. 두 회사는 국내 대회에서 사용되는 바닥재의 판매와 임대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8000만원~9000만원에 이르는 바닥재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팀을 육성하는 학교나 실업팀을 제외하곤 1회성 대회를 개최하는 대한배구협회와 산하 연맹은 바닥재를 임대해 대회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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