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설명회서 드러난 사실 '쏙 빼고' 보도자료 언론사 배포

▲ 29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사무소에서 열린 '고리본부 주변 환경방사능 조사 주민설명회' 모습.

(울산=국제뉴스) 박동욱 기자 = 고리원전이 대학교에 용역을 의뢰해 방사능 농도 검출 여부를 매년 조사하는 것과 관련, 기준치 이상 검출된 내용을 일부러 빼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드러나 감추기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용역을 맡은 대학 연구소의 경우 지난 한해 동안 실시한 결과를 6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발표, 방사능 검출 여부에 대한 주민들의 예민한 반응을 더욱 키웠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1일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 따르면 고리원전 주변의 환경방사능 조사를 용역받은 부경대학교 방사선과학기술연구소는 지난 29일 기장군 장안읍사무소에서 지난 2015년 한해 동안 조사한 방사능 농도 검출 여부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설명회에는 200여명의 주민들이 참석, 최근 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해수담수화 문제 등에 영향을 받은 듯 큰 관심을 보였다.

부경대 연구소는 고리원전 주변지역에서 정기적으로 채취한 시료(육상 시료 14종, 해상 시료 6종)에 대한 분석 자료 804건과 주민 대표들과 공동 채취한 시료 분석 자료 40건을 근거 자료로 내세우며 "방사능 농도가 연간 평균치 이내로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5월과 9월에 배추(월내면 채취)와 표층토양(좌천마을)에서 기준치 이상 방사능 농도가 검출되는 등 일시 증가한 곳이 3건으로 집계된 것으로 나타나 주민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

12월에는 전베타의 방사능 농도가 고리원전과 상대적으로 먼 곳에 있는 장전동 부산대 인근에서 빗물에서 기준치 이상(보고 기준의 2배)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 연구소 측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8장 분량의 팸플릿을 주민들에게 배포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일부 주민들은 설명회를 이제야 개최하는 사정과 기준치 초과에 대한 부실한 설명 등을 지적하며 "오늘 설명회가 고리원전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웠다"고 성토, 연구소 측을 당혹케 했다.

이같은 흉흉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주민설명회와 달리 고리원전 측은 부산지역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인근 환경방사능 이상없다'는 내용만 부각시켜 방사능 검출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부경대 연구소는 당시 방사능 일시 증가 검출 사실을 고리원전에 보고했고, 원자력안전위원회 고리원전 주재 사무소는 이같은 사실을 검출을 안 날로부터 1주일 이내 고리원전으로부터 보고를 받아 원자력안전기술원(킨스)에 원인 분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검출 조사와 관련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됐다하더라도 기준치 이상 방사능이 왜 검출됐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언론은 물론 주민들에게도 전달되지 못해 의구심을 키웠다.

고리원전 측은 기준치 이상 방사능 검출 사유 조사 결과를 묻는 취재진에 뒤늦게서야 "지구상에서 행해진 핵실험 파급으로 인한 핵종이 아직 (불규칙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면서 고리원전과 인과관계 해석 가능성을 경계했다.

기준치 이상 검출 사실을 언론에 감춘 데 대해서는 "방사능 기준치가 해마다 가끔씩 있는 경우라서 보도자료에 넣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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