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감독 "'상영 때마다 할머님 한 분씩 고국에 모셔온다고 생각"

▲ 영화 '귀향'은 7만 5000명이 넘는국민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에 참여했다. (사진=제이오엔터테이먼트)

(서울=국제뉴스) 장지선 기자 = 영화 '귀향(鬼鄕)'이 13년이라는 인고의 시간 끝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을 토대로 제작된 '귀향'은 영화의 시나리오와 제작, 연출을 맡은 조정래 감독이 2002년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강일출 할머니의 '태워지는 처녀들'이라는 작품을 접하면서 그 여정을 시작했다.

'귀향'은 열 네살의 정민(강하나)이 일본군에 의해 목단강 지역으로 끌려가면서 함께 잡혀온 '동무' 영희(서미지)를 만나 참혹한 현실을 겪는 과거와 어린 신녀 은경(최리)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 영옥(손숙)이 존재하는 현재 사이를 오가며 진행된다.

조정래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귀향'을 한 번 상영할 때마다 타향에서 고통받다 돌아가신 할머님들의 영혼이 한 분씩 고국으로 돌아오시길 바란다"면서 "영화로나마 그분들께 따뜻한 밥 한 술 차려 드린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4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언론·배급 시사회는 영화 '귀향'의 스물 일곱번째 상영이었다. 기자간담회에는 조정래 감독과 배우 최리, 서미지가 참석했다.

조정래 감독은 "시사회 전날(3일) 한숨도 못잤다"면서 "영화를 기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감격스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배우 최리는 "고등학교 때 처음 '귀향' 시나리오를 보고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에 거절했다. 하지만 나눔의 집에서 강일출 할머니께 여러 이야기를 들은 이후 어떤 일이 있어도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영화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배우 서미지는 "인터넷으로 시나리오를 보고 참 많이 울었고, 영화에 꼭 참여하고 싶어 오디션을 봤다"면서 "많은 분들이 영화 개봉을 위해 도와주셔서 감사하고,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귀향'은 제작비 약 25억원 가운데 절반인 12억원 이상을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 방식을 통해 모았다. 올해 1월 19일 기준으로 총 7만5270명이 '귀향'을 위해 돈을 모았고, 이들의 이름은 엔딩 크레딧으로 10여 분간 화면을 가득 메운다.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Y씨는 "살면서 한 번쯤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 방법을 알려준 게 영화 '귀향'이었다"라며 "멀리서 지켜보는 입장이었지만 그저 제3자로 남고 싶지 않아 적은 액수지만 참여했다"고 밝혔다.

조정래 감독은 "첫 시작은 제가 했지만 스태프와 배우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함께 걸어주고 국민들이 뒤에서 받쳐주셔서 나온 영화가 귀향"이라며 "영화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문화적 증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조정래 감독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진보, 보수 등의 정치적 이슈가 아니라 전쟁 범죄로서 인권 문제"라면서 "귀향이 많은 분들에게 치유의 영화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시국을 뜨겁게 달궜던 한일 외교장관 회담의 '위안부' 합의,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교수 논란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화두이며, 많은 국민들이 이에 대한 '부채 의식'을 갖고 있다.

'귀향'이 조정래 감독의 말처럼 국민들에게도, 피해 할머니들에게도 '노곤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되길 기대해 본다.

한편 영화 '귀향'은 오는 24일 정식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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